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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항시인 Sep 16. 2023

유럽 최고수 도둑은 파리에...절도의 기록들

파리의 소매치기와 절도사건들

 세계 1위의 관광지답게 낭만이 넘치는 파리. 그러나 막상 그 안에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시입니다. 이곳 한국인들이 말하는 파리가 힘든 이유 Top 3 (느린 행정. 비위생적인 거리. 절도) 중 가장 큰 아픔으로 남는 '절도'를 다루어 볼게요. 대부분의 관광지가 그렇듯 파리에도 소매치기나 절도범이 매우 많습니다. 지하철이나 관광지의 흔한 안내방송이 "소지품 주의"거든요. 파리의 도둑들은 프랑스인들은 아닙니다. 유럽 각국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소매치기 무리들이 어장(?)이 풍성한 파리로 모여든 것이죠.

 

코로나 시절, 관광객의 부재로 생계 막막해진 소매치기들이 대거 주택가로 내려와 동네에 핸드폰. 지갑. 귀중품 절도가 창궐했었어요. 저희는 천지를 모르고 복도에 두었던 자전거를 입국한 다음 날 잃어버렸고요. 한인 사이트엔 '가방 털렸어요. 폰 도난당했어요. 차가 털렸어요.' 등의 도난 성토글이 자주 올라와요. 그 내용도 다채로워서.... "유모차를 가져갔어요. 자전거, 오토바이 사라졌어요"부터 "집 앞 발 매트가 없어졌어요"까지... 1위는 역시 휴대폰이지만 정말 별의별 걸 다 훔쳐가더라고요.


파리 발령 소식에 친정아버지의 첫 반응이 "아..! 빠 리!" 였어요. 종합상사맨이셨던 아버지가 쌍팔년도 시절, 파리 호텔 로비에서 가방을 순식간에 도난당하셨는데, 그 장소, 막막함, 황당함, 절망감에 치를 떨었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하신며, 거긴 지금도 그럴 테니 조심하라고 당부하셨죠.

어느 나라에나 역 주변에 도둑들이 많죠

도난은 일상인 관광대국

여긴 '괴도 신사 루팡'의 나라?도둑질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보험 처리용 신고서류 떼러 경찰에 신고하지 도둑 잡아달라고 신고하는 건 아닌 듯합니다. 경찰들도 일상 업무 하듯 도난 처리절차를 밟아요. 피해자 대부분이관광객들이라 그런지 도둑 검거 의지도 미약.... 도둑들은 십 대 소매치기부터 단독, 혼성, 가족형, 조직형 절도단 등 형태도 다양해요. 게다가 현장에서 잡혀도 미안해하지 않고, 매우 뻔뻔하게 "에잇, 재수 없게 걸렸네!"는 반응 정도랍니다.

파리 소매치기들의 쉬운 타깃은 지하철에서의 아시아 관광객입니다. 왜냐! 일단 아시안 관광객 특히 한국인들은 최신 폰이나 최고급 폰을 가지고 있습니다. 옷 때깔도 좋고 프랑스어도 잘 못하는 데다가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핸드폰 눈에 보이게 들고 다니는 것에 익숙하여 경계심이 약하기 때문이죠. 차 문 닫힐 때 폰을 휙 낙야채 내려버리면 눈앞에서 순식간에 폰 뺏기는 체험! '소매치기 3초'란 말도 있고.... 아무리 조심해도 작정하고 훔치는데 장사 없다고도 해요.


황당 & 당황 절도의 기억들

 동생가족이 놀러 와 함께 오르세 박물관에 가던 길이였어요. 지하철에서 어떤 10대 여자아이가 "개선문 어떻게 가나요?" 물어보는 거예요. 노선도를 보면서 알려주려는 사이에 초등학생 조카가 "야!! 너 뭐야!!" 하면서 그 소녀의 일행이었던 다른 십 대 아이의 손을 탁 잡습니다. 그 손에는 제 지갑이! 크로스백 안에서 몰래 꺼낸 제 지갑이 들려있었어요! (팀으로 한 명이 질문해서 주의를 분산하고 그 사이 다른 한 명이 가방을 터는 수법). 지갑 빼는 장면이 초등생 조카아이의 눈높이에선 바로 보였기에, 조카가 소리 지르며 제지한 거죠.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했지만 다행히 얼른 지갑을 되찾았습니다. 황당한 건 그다음... 알고 보니 그 열차 칸 안에  6명이나 같은 패거리가! 집시처럼 보이는 어른 하나에 젊은 여자 하나 그리고 청소년 4명이었어요. 어린 나이에 학교도 안 가고 소매치기 훈련을 하는 중인지... 도둑질하다 걸리고도 같은 열차칸에 그대로 있더라고요. 뻔뻔하게 계속 우리를 째려보고 우리가 자리를 옆으로 비키자 두 명씩 걸어와 우리 옆을 지나면서 "띡  띡" 씹던 껌으로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조카가 욕하고 싸우겠다는 걸 그냥 두라고 하고 저희는 도망치듯 다음 역에서 내렸습니다.

이쁘다 이쁘다 하면서 창 밖 구경하다가 당할 수 있는 지하철!

묶어 놓은 자전거 바퀴 빼가기. 주차한 차 분해해서 부품 빼가기,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삿짐을 트럭채로 몰고 도주한 경우였어요. (트럭 몰고 폴란드로 넘어가 버리면 찾을 길 없데요.) 공항에서 파리 들어오는 도로 중에 상습 정체 구간이 있는데 거기서 유리창 깨고 가방 들고 가는 경우도 간혹 있어요. 한국 출장단이 공항에서 차로 오다가 창문 깨지고 가방 뺏겨서 그 길로 다시 출국해 버린 적도 있었데요.


 파리 소매치기들은 고수들에, 조직적이어서 당하고도 당한 줄 모르고 있다가 한참 지나 지갑이 없어진 걸 깨닫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편 친구가 파리로 출장 와서, 일을 마치고 샤를 드골 공항에서 출국 수속 하다가 현금과 여권을 넣은 손가방이 없는 걸 발견하고, 급히 비행기를 취소한 뒤  남편에게 연락한 적이 있었어요. 그날의 동선을 거슬러 올라가 머물렀던 곳을 다 찾아가 봤는데... 슈퍼마켓의 쓰레기통에서 여권을 발견하고 천만다행으로 다음날 출국 할 수 있었다지요.

파리 카페엔 가방 안고 밥 먹는 사람들도 흔하죠. 자나 깨나 도둑조심~

모르고 당하고, 눈앞에서 당하고, 여러모로 황당하고... 또 가슴 아픈 에피소드가 기억나네요. 한국 학부모들 서너 명이 스타벅스에 앉아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 옆자리 여자가 "저기 뭐 떨어졌어" 하고 바닥을 가리킵니다. 자연스럽게 전부 내려다보는 그 순간, 일행 도둑이 의자와 몸 사이에 두었던 핸드백을 확 들고 튀었습니다! 여러 명 함께 있던 자리에서, 열쇠. 신분증. 카드. 현금이 든 핸드백을 눈 뜨고 뺏긴 그 황당함. 그분은 분실 후 처리등으로 한 달간 힘든 시간을 보냈고.... 나중에 괴로움에 머리까지 싹 둑 자르고 나타났다는요.


지갑 보호만큼 중요한 사생활 보호

이 지경(?)인데 왜 소매치기 근절 노력을 안 할까요? 유럽은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로우니 근절이 불가한 이유도 있겠고, 관광객 개인이 조심할 일이라 여기나 봐요. 아무리 도둑이 많아도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Cctv를 설치하지 않고, 자동차 블랙박스 설치도 어렵답니다.

한 번 당하면 정신적 충격이 커요.. 자책. 분노. 불안...

그럼 소매치기 주의법과 당했을 때 대처법은 무엇일까요?


1. 다가오는 사람 경계

파리에서 한국인에게 길 물어보는 사람은 90%는 소매치기예요. 왜 동양인에게 길을 묻겠습니까.. 설문조사도, 서명 운동도 일단 경계해야 합니다. 나한테 말 거는 사람들 다 경계.


2. 가방을 눈앞에, 몸에 밀착

  뒤로 메는 백팩 위험. 쪼리형 오픈백이나 지퍼 없는 에코백도 위험. 핸드백 반드시 짧게 앞으로 크로스해서 매야 함. 뒷주머니 지갑 위험.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 위험. 식당에서도 가방을 의자에 두거나 어디 걸어놓지 말 것. 차에서 가방 옆자리에 놓거나 무릎 위에 얹지 말 것. 아예 가방 없이 옷 안주머니에 카드만 하나 들고 다니는 것도 방법. 자나 깨나 지갑 &폰 & 열쇠 조심. (열쇠는 도난당하면 잠금장치 전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수백 유로 돈이 나감)


3. 소매치기 당했을 때

 여행자 보험이 있을 때는 경찰서 가서 신고하고 접수번호 받기. 접수번호가 있어야 보험에서 보상받거나 신분증 재발급도 비용 없이 할 수 있음.(경찰은 도둑을 잡아주지 않음으로 수사를 기대하지 말 것. 파리 거리에 Cctv 없음.)


 파리 소매치기들은 현금만 원할 뿐 신분증이나 여권은 타깃이 아님. 명품 지갑 아닌 일반 지갑은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일부 업도(?) 있는 도둑은 경찰서에 던지기도 함. 따라서 신분증이나 여권은 도난당한 장소로 추정되는 곳에 가서 쓰레기통을 뒤질 것.  근처 경찰서를 며칠 내로 재방문하여 수거된 것이 있는지 물어볼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인드 컨트롤... "저런 짓까지 해서 먹고살아야 하는 그 인생 불쌍하다. 평생 어렵게 살겠지.. 화 있을 진저 너희 소매치기들!" 이렇게 위안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속상해봐야 내 손해..

한국 사람들이 매일 차조심하듯이 도난 조심하면서, 그냥 도둑들도 사회 구성원의 일부라 체념하면서 말이죠.

한국 거주자와 파리 거주자의 가방 위치 차이. 뒤쪽으로 메는 건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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