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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항시인 Sep 21. 2023

농업이 섹시한 나라, 식량위기엔 프랑스로 고!

식량 자족의 나라, 농업 대국 프랑스의 교훈

 매년 이른 봄이면 파리를 떠들썩하게 하는 박람회가 있으니, 바로 프랑스 농축산 엑스포입니다. 입장료는 16유로 결코 싸지 않음에도, 돼지, 소, 말, 양 등 여러 동물 구경도 하고, 지역 특산품/먹거리를 살 수 있어서 80만에 이르는 시민들  몰려들지요. 저는 아이들과 아침에 갔는데도 인산인해였어요. 농업, 축산업, 임업, 전통 식품업 등 다양한 전시관들을 대충 둘러봐도 반나절이 넘게 걸렸고, 곳곳에서 프랑스인의 농업 사랑과 자국 농산물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뭐니 뭐니 해도 프랑스산 요거트~." "버터는 프랑스산이 세계 최고야~" 이런 자부심이 전해져 왔답니다. 농업 강국 프랑스의 이야기를 해 볼게요.

프랑스산 농산물로 만든 에펠탑
몸 좋고 잘 생긴 토르 닮은 야생미 청년이 난닝구 입고 양털 깎는 모습...아줌마는 양보다 섹시 농부만 바라봄 ㅋ

 유럽 대표 농업 대국의 깨알 전략

 프랑스는 식량 자급률이 최고 300%에 이르는 농업 강국 이에요. 쉽게 말해 농업으로도 돈 벌고 잘 살 수 있는 나라 이자, 전쟁이 나도 자국 내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식량 안보국이죠. 프랑스는 영토의 53%가 농지일 정도로 땅은 기름지고, 일조량/강우량 풍부, 산, 강, 평야, 바다를 끼고 있어 야채, 과일부터 곡물, 유제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농축산물을 생산할 능력을 갖춘 유일한 국가로서, 유럽 본토 식량 공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합니다. 신의 편애를 받았다고 여겨지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더해서, 정부가 전폭적으로 전통 농업 생산 방식을 보호하고, 각 지방의 농업과 특산품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더라고요.

꽃들의 색감이 아름다운 프랑스의 흔한 공원

 일례로, 화훼 산업은 정부가 전략적으로 보호해서(일반인은 꽃을 도매시장에서 살 수 없어서 플로리스트들 수익 보장) 플로리스트나 정원사가 전문직으로 인정받아요. 지역별로 장미 축제나 꽃 박람회 같은 가드닝 축제들도 많고, 정원이 많으니 꽃들의 색감도 다양하고, 도로의 꽃 장식들도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워요.


적색 라벨로 지키는 전통 방식 생산물

Label Rauge 전통 생산방식 인증 마크

 식품 중에 Label Rauge (적색 라벨) 수백 년간 이어져 내려온 제조방식을 그대로 살려 그 지방에서 만든 프랑스 원조 상품에만 붙여주는 국가 공인 라벨이에요. 이 라벨 상품은 가격이 비싸지만 '제대로 만든 고급 제품'이자 '프랑스의 음식 유산'이라며 프랑스 소비자들은 선호하죠. 프랑스에서 요리 클래스를 들었는데, 강사님의 첫마디가, "장 볼 땐 적색 라벨 상품을 구입하세요" 였어요.


온 나라에서 열리는 직거래 장터

 대도시에서 시골까지, 프랑스 전역에 활성화된 Marche (장터)는 농민들과 구매자들이 직거래하는 곳으로 농가 수익에 기여해요. 프랑스인들은 대형마트에서 비닐 포장돼 있는 야채, 과일, 고기보다, 장터에서 생산자에게 직접 사는 신선 식료품을 선호합니다. 중간 유통마진이 없어서 저렴하기도 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사는 즐거움도 있어서, 저도 일요일 아침마다 장터에서 고기, 야채, 과일, 빵을 샀어요. 지역별로 막쉐가 열리는 요일과 장소는 정해져 있고, 지역 특산품도 많이 파니, 프랑스 지방 여행 가면 장 서는 날을 미리 알아보고 방문하면 좋아요.  

다들 장바구니를 끌고 와, 종이봉투에 담아 가서, 비닐이나 포장 쓰레기가 없는 점도 저는 마음에 들었어요. (며칠 두고 먹으려고 많이 사 와도 맛있으니까 애들이 그날 다 먹어 없애버린다는 황당함도 있지요...)

프랑스 전역에서 늘 주중 혹은 주말 오전타임(7시 반~12시)에 열리는 프랜치 막쉐. 잘생긴 농부들 종종 보임 ㅋ

유기농 자연주의 축산물

 프랑스엔 유기농 제품들이 많은데, 일반 제품과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요. 유기농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닭과 소도 대부분 방목이에요. 그래서 달걀값이 싸진 않고 소고기도 마블링이 없고 질기답니다. (소가 운동 많이 해서 지방이 별로 없음) 그래서 프랑스의 건강한 근육질(?) 스테이크는 미디엄이나 레어로 먹어야지, 웰던으로 바싹 구었다간 씹다가 끝날수도ㅋㅋ

미국에서는 허용되는 색소나 첨가물. 농약이 EU 에선 금지 된 경우도 많데요. 그만큼 먹는 데 진심이고, 좋은 먹거리와 전통 먹거리 보존하고 식량 생산자들 확실하게 보호하는 농업 지원책이 많은 프랑스입니다. (파리 한인들이 마블링 찾아 코스트코 가서 미국산 소고기를 사 먹으며 좋아하는 건 안 비밀...^^;;;)


관광 농업을 통한 농가 수익의 보존

'에밀리 인 파리' 훈남 세프 가브리엘의 프랑스 여자 친구 까밀은 파리 출신이 아니지만 집안이 큰 부자죠. 아빠가 지방 에서 삼폐인 농장을 하니까요. 와인 생산 농부들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부농들입니다. 샴페인은 프랑스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할 수 있고 엄격하게 생산지가 규제가 돼요. 와인 생산 지들은 풍광도 아름다워서 와이너리 투어도 꼭 있지요.

  프랑스 농부들이 잘 사는 또 다른 비결은 사시사철 바캉스를 통한 지방 관광 수입이에요. 두 달마다 2주의 단기방학이 있어 계절마다 프랑스 전역으로 사람들이 놀러 다녀요. 정기적인 내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각 지역 사람들이 지역 특산물, 음식들을 잘 보존하고 개발, 판매할 수 있고 농가 숙박으로도 부수입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동부 알자스 로렌지방의 키쉬와 소시지, 서부 노르망디와 브르타뉴 지방의 사과주와 갈레뜨, 까망베르, 남부 프로방스의 라따뚜이와 부야베스 등등 동서남북 지역마다 유명한 지역 먹거리/와인/ 치즈들이 있어 관광객에게 기쁨을 줍니다. 단기 방학 구역(zone)을 정해 날짜를 살짝 퍼뜨려주니 한 번에 확 몰리지 않고 꾸준히 놀러 가서 돈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농촌 경제를 살립니다. 프랑스 내 관광 수익의 20%가 농촌 관광에서 나온데요.

프랑스 지역 먹거리 특산물 지도..저걸 다 먹어보고 왔어야 하는데!

저는 파리 외교관 모임의 '프랑스 전통 요리 체험'에 1년간 참여했는데, 제가 직접 요리를 배우는 건 아니고, 지역별 특산물과 요리에 대해 배운 후, 조리 과정 시연을 보고 맛을 보는 코스였어요. 지역별로 역사와 전통이 담긴 특색 있는 식재료들과 요리법들/ 메인 요리뿐 아니라 특색 있는 디저트와 음료들도 맛보면서 생산지에 따라 차별화된 미식 프랑스를 체험했답니다.

알사스-로렌 지방 요리와 와인을 배운 날의 메뉴
그날의 메인 (쁠라) 생선 요리와 양배추 저림

대한민국의 농업은?

한국도 지방 자치 축제 많고 지역별 특색 먹거리 많지요! 우리도 솔직히 프랑스에 밀리지 않을 만큼 먹는데 진심인 나라죠. 팔도강산 맛있는 향토 음식이 얼마나 많습니까!

 결코 뒤지지 않는 먹거리 자원을 가졌음에도  우리나라 먹거리 생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자들의 초 고령화 같습니다. 농부의 평균 나이가 68세이고, 30대 이하 젊은 농업인이 전체 농업인의 10%도 안 되는 현실, 무엇보다 절반이상의 농가 평균 연소득이 천만 원 이하라는 척박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을 건강하게 지켜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이 추세라면, 10~20년 후에 우리나라 농부/농촌은 소멸될 시나리오인데... 우리 정부가 농업에 보다 관심을 갖고 식량 안보에 더 투자했으면 좋겠어요. 우리에겐 자율주행과 인공 지능 같은 미래 산업만큼이나, 전통 농업과 식량 생산자 보호가 절실합니다. 싸다고 중국산만 먹다 보면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점점 떨어지고, 어떻게 생산/ 유통 됐는지 알 수 없는 외국 농산물에 의지해야 하지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오는 일부 중국산 먹거리 충격 실태 뉴스.... T.T)

100% 자연 방목 축산. 소에게도 리버떼!! 멋지다 프랑스~

결국 땅을 힘입어 살아가는 인간과 동식물들, 철마다 종마다 쉼 없이 자라고 열매 맺는 작물들....

우리를 살리고, 우리 아이들을 키워내 생명의 근간인 먹거리 우리 땅에서, 우리 조상들이 전해준 전통 방식으로 키워내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맛있고 안전한 우리 밥상은 모든 것을 걸고 지켜낼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사람 사는데 무엇이 제일 중요한 지 잘 알고 실천하프랑스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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