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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항시인 May 14. 2024

파리 명품 주얼리 광장에서 로랙스 사기

최고급 보석 매장들이 모여 있는, 방돔 광장 이야기

방돔 광장의 역사

파리의 중심부 1구에 위치한 방돔 광장은 루이 14세를 위해 지어진 이태리풍의 름다운 원형 광장입니다. 건물들 태양왕 동상을 둥글게 둘러싼 구조인 최초의 원형 광장 빅투아 광장 (Place de Victories)을 본떠 크게 만든 것입니다.

빅투아 광장의 루이 14세. 말에 비해 사람이 너무 커서 무게 중심 때문에 꼬리를 늘려 지지하는 무리수를 둔 동상.

지금은 파인 주얼리와 고급 시계 매장들이 모여 있는 방돔 광장. 디올, 샤넬, 로렉스, 까르띠에, 부세롱. 쇼메  최고급 주얼리 매장들  샤넬이 2차 대전 기간 중 머물렀던 유서 깊은 고급 호텔 '리츠 파리'가 있습니다.(샤넬 no.5 향수병 모양 방돔 광장 모양) 부자 전용 은행도 있는데 계좌 계설 기본 예치금만 20억 정도라 합니다. 이 광장의 각 건물들은 브루나이 술탄, 카타르 거부, 금융가나 기업가, 귀족 가문등의 소유입니다.

각 매장 2층은 재벌, 중동 부자들, 카다시안 급이 쇼핑 하는 프라이빗 쇼핑 공간입니다. 상점 뒤편에, 보석 보관 금고와 원석 세공 작업실이 있어서 경비가 매우 삼엄해요. 넷플릭스 <뤼팡>시리즈엔 루팡이 방돔 매장의 고가 보석을 훔치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방돔의 샤넬 주얼리 매장 프라이빗 쇼핑 공간

 광장 중앙 큰 청동색 기둥의  나폴레옹상이 있어요. 멋진 청동색이지만 사실 나무로 만들고 겉만 청동으로 씌운 것이죠. 안쪽으로 들어가 위로 올라갈 수도 있는 거대한 탑 크기입니다. 


방돔 광장 시계 매장 방문기

 친구의 로렉스 시계 구입 동행하여 방돔 광장 로렉스 매장들어간 기억이 납니다. 이곳 매장들은 워낙 고가제품 들을 취급하다 보니 입구 문이 두 개인데, 첫 번째 문이 닫혀야 열리는 육중한 둘째 문에서 경비를 통과해야 셀러와 조우합니다. 쇼핑은 셀러와 프라이빗하게 이루어집니다. 원하는 모델 중 구입 가능한 제품을 셀러가 먼저 제시하고 물건을 2층에서 가져와 보여주는 형식이죠. 구매 결정 후 신용카드와 현금을 총동원한 결제가 시작되면  말끔히 차려 입은 위조지페감별사(?)가 현금 계수기와 돋보기 세트 같은 물건을 들고 들어와 친구가 낸 유로화를 정밀 검사하고 여권꼼꼼히 확인합니다. 잘 포장된 시계는 하얀색 쇼핑백으로 더블 포장하여 로렉스 로고를 가려 줍니다. 들어가는 순간 부터 나올 때까지 '앉아서 쇼핑'. 셀러의 전담 마크, 고급진 매장 분위기 (향기와 인테리), 무엇보다 로렉스 구입을 축하한다고 샴페인을 줬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오늘은 당신이 로랙스의 주인이 된 날, 축배를 들어야죠!"라며 샴폐인을 주던 파리의 명품샵

명품을 좋아했던 자아도취녀

  샤넬만큼 유명했던 방돔 광장 거주자로 나폴레옹 3세의 1년짜리 정부였던 Countess of Castiglione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최고 권력자와의 짧은 인연을 계기로 프랑스 내에서 신분 상승을 이룬 그녀 나르시시즘에 빠져 스스로를 '여신'이라  하고, 화려한 옷과 장신구로 치장한 자기 사진 찍기를 매우 좋아했던 자아 도취녀였습니다. 

자기 사진을 주변인들에게 선물로 보내곤 했고, 늙는 것을 혐오하여 나이 들어선 집안에 거울을 없애고 불도 안 켰다고 해요. 방돔 광장에서 말년을 보냈던 그녀는 늙은 모습을 세상에 보일 수 없다며 새벽에만 외출하는  기행을 일삼았고 결국 큰 개 두 마리랑 다가 어둠 속에서 죽음을 맞이했데요. 현대 셀카의 선구자였던 Castiglione가 지내던 곳엔 지금 반 클리프 아펠의 매장이 있다고 합니다. (!)

늙은 모습이 싫어 나중엔 이렇게 가면을 쓰고 사진을 찍었답니다. 현대였다면 성형을 많이 했겠죠...?

명품 광장의 프랑스 법무부

방돔 광장의 프랑스 법무부 건물

 주얼리며 시계 명품 매장, 화려한 리츠 호텔보다 제 눈길을 끈 것은 방돔 광장의 유일한 퍼블릭 건물인 Ministry of Justice. 프랑스 법무부였습니다. 법무부와 법무부 장관 관저가 지나치게 화려한 곳에 있더군요! 법무부 바로 앞에는 Metre 측량석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1cm. 10cm. 1m를 측량해 볼 수 있도록 1m 기준을 돌에 새겨 놓은 것인데, 누구나 같은 잣대로 재어보고 심판한다는 '사법 정의'를 상징 한다고 합니다. 돌에 새겨진 명확한 기준은 누구에게나 같다는 메시지가 마음에 꽂혔습니다. 

법 앞의 평등. 사법 정의를 상징하는 미터 측량석

 사법이 권력이 되어 정의 실현을 외면하고, 상대에 따라 그 잣대가 달라지는 작금의 대한민국 때문에 마음끓어 올랐습니다. 방돔광장의 미터석을 떼어 대한민국 검찰청, 법무부에 보내고 싶었어요. 모두에게 공정한 법. 누구에게나 일정한 기준. 돌에 세겨진,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엄정한 법의 잣대!

방돔 광장의 파인 주얼리, 고급 호텔들보다 미터석이 더 부럽고 탐나더군요. '미터석'이야말로 파리 최고 '보석' 이구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방돔광장에서  나라를 생각했습니다. '공법과 정의가 도도한 강물 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라며, 한참을 서 있었답니다.

방돔 광장의 가장 빛나는 보석은 '미터석'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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