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없다'
야근을 마치고 돌아와 영화를 보았다. 아니, 영화를 보기 전부터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영화 속 장면들이 흐르며, 내 안에 흩어져 있던 감각들이 비로소 선명한 단어와 문장으로 완성되었다.
'어디에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자각,
그렇다.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논하기 전에, 그저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랑'이라는 지점에 닿아 있는 타인이 없다. 누구에게나 흐릿하고 희미한 존재.
사랑의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여전히 선뜻 답하지 못하겠지만, 설명할 수 없다고 해서 사실이 아닌 건 아니다. 형체가 없어도 부재는 확실하다. 내 안에서도, 그리고 나의 외부에서도.
확실하게, 없다.
그저 선명하게 자각했을 뿐이다. 굳이 문장으로 나열하지 않았을 뿐,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사랑은 내 세상엔 없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사랑하면 된다는, 그런 진부한 말로 스스로를 달래는 억지는 부리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나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는걸
죽음을 사랑하면 모를까 나를 사랑할 수는 없다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는 건 매 순간 내 뒤를 따라다니겠지만 초라하다고 해서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을 들키기는 싫고 겁이 나
시간이 갈수록 능숙하게 그리고 웃으며 숨겨내겠지
그래야만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