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받다 보면 선생님에게 화가 날 때가 있다
이따금, 아니 이따금이라고 하기엔 꽤나 자주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지난 상담 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세상 어디에도, 아무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강하게 느꼈던 순간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라도 나를 사랑하겠다는 억지는 부리지 않겠다고, 아무에게도 이 모든 걸 들키지 말아야겠다는 것도
상담이 끝나갈 무렵 선생님은 내게 좋다고 하셨다
그게 나를 위한 생각이라면 좋다고
깡다구 있어 보이고 좋다고
마치 모든 것이 내 선택이라고 하는 것 같았다
상담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자 그때 내가 상담실 안에서 들었던 감정이 무엇인지 점점 선명해졌다
화가 났다
그 어느 것도 내 선택이 아니었는데 세상 어디에도 나를 사랑하는 존재는 없는 것도
모두 다
단지 사실인 거지 결과인 거지
어쩔 수 없는
그걸 부정하지 않겠다는 건 억지를 부리지 않겠다는 건 내가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자존심인 것일 뿐
선택한 건 아니야
좋은 건 아니야 더더욱
나를 사랑하지 않겠다는 게 내 선택이라고 하면 그래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뭐가 좋은 거지?
그걸 보며 좋다고 하면 나는 뭐라고 해야 돼?
기분이 나빴고 여전히 나쁘다
깡다구 있다는 그 표현도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다들 "너는 괜찮잖아, 잘 버티잖아"라고 밀어붙이던 그때가 오버랩되었다. 나는 괜찮다고 잘 버틴다고
버틴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게 아니야
괴롭지 않은게 아니야
슬프지 않은게 아니야
아프지 않은게 아니야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니야
아니라고
그걸 알면서 저렇게 말하는게 짜증이나
너무나
3월 다음 달부터는 상담 요일을 바꿔야 한다며 일정을 이야기하신다.
어차피 난 괜찮다고 밖에 할 수 없잖아
선생님이 많이 배려해 주시는 것도 안다
변화 자체가 못 따라갈 만큼 힘든 것도 아니다
어려운 것도 아니다
아는데도 다 아는데도
불안하고 화가 난다
다 그만두고 싶다 다 꼴도 보기 싫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너는, 나는 다 괜찮다고 할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