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내가 진짜 걷어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by 공명김

미니멀리즘이라는 말 언제부턴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리며 사람들 귀에 꽤 익숙해진 단어이다. 디자인 쪽에서는 이미 이 단어가 많이 쓰이고 있었고 실제로 이런 디자인이 아직도 인기가 많으며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아마 2015년 정도였을 것이다. 디자이너들에게 더 익숙했던 이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가 어느 날부터 라이프스타일로 소개되면서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나도 이때쯤 미니멀리즘에 빠져 이것저것 버리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나는 이 미니멀리즘에 미쳐 무소유의 길을 가고자 가지고 있던 옷의 2/3을 다 기부센터에 기부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내 옷의 옷장은 전부 검은색으로 되어있었다. 검은색 티셔츠만 5장 정도가 되었고 검은색 바지만 4-5벌이었다. 그리고 꽤 값이 나간 명품들도 직접 내 손으로 기부를 하였다. 처음에는 너무 아깝고 손이 떨렸지만 누군가 이 옷을 값싸게 입을 생각을 하니 또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이 시점부터 나는 정말 물욕이 많이 없어져 정말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는 로고만 멋진 브랜드의 물건들을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과거에 명품을 사지 못해 아쉬워했던 나는 없어졌고 지금은 품질과 색상만 좋으면 그냥 사는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 살아보니 정신이 매우 편하긴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게 확실하고 좋지 않은 건 곁에 두지 않는 그런 삶 말이다. 어느새 나의 세계는 철옹성 같이 확실한 색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거의 10년째 살아가고 있는 지금 그럼 나는 내 삶에 만족할까? 사실 재작년부터 지독한 매너리즘에 빠져 모든 게 허무하고 이 밴쿠버를 뜨고 싶다는 마음만 가득한 채 어찌할 줄을 몰라 고뇌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내 삶은 그대로일까? 나름 발버둥 쳐서 바꾸려고 하는데 왜 바뀌지 않을까? 마침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인터넷에서 이런 문구를 보았다. 맨날 같은 곳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하루를 살면 내 삶은 절대 변할지 않을 거라는 얘기였다. 이건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매번 같은 옷과 같은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뚜렷해진 나의 색 때문인지 별 사건 없이도 어느새 사람들도 정리가 많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내가 추구하는 것들이 내가 사는 곳에 별로 없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으로 인해 나는 우울해지고 현재에 집중할 수 없이 과거에 매달리게 되었다. 미니멀리즘은 분명 삶의 의미 없는 것들을 간소화시켜 나를 행복의 길로 끌고 가는 것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세상은 나를 고립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고서 내가 깨달은 건 삶의 방식을 이렇게 크게 바꿀 거라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내 마음을 정말 잘 살피고 외부세계의 환경보다 내부 세계의 내 마음의 태도와 생각을 미니멀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을 사랑으로 보듬고 조금 어긋나도 안고 갈 수 있는 그런 사랑과 다양한 좋은 태도와 감정들이 필요한 것 같다. 미니멀하게 감사, 사랑, 존경, 겸손, 긍정의 태도만 챙기고 후회, 슬픔, 부정, 미움, 자만 같은 태도는 싹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미니멀리즘을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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