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도전
초등학교 2학년쯤인가 어머니가 논술 그룹 과외를 시켜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매주 글을 써내야 하는 미션이 있었는데 과외시작하기 한 시간 전 컴퓨터를 하다가 영감을 얻어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그날 꾼 꿈과 섞어서 썼는데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고 어떤 로봇이 나에게 다가와서 명령을 수달 받는 꿈이었다. 거기서 나의 MSG 능력이 발휘되어 아까까지 하고 있던 컴퓨터에서 나는 삐~ 소리의 에러음을 글에다 넣어 로봇이 나에게 말걸때마다 삐~ 소리 나는걸 글에다가 표현했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거짓말을 살짝 보탠 거지만 이 삐~라는 소리를 하나 넣어서 나름 내 글의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냈었다. 결과는 매우 좋았다. 내 글을 낭독할 때 초등학생 2학년들의 입맛에 딱 맞는 삐~ 소리를 내어 모두 깔깔 웃었고 그 과외 단체에서 발행하는 이달의 글에 실려 어머니가 여기저기 보여주며 자랑했던 기억이 가물가물 난다.
나는 그 뒤로 글을 쓰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왜냐면 너무 이른 나이에 컴퓨터에 빠져버렸고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광케이블로 인해 인터넷 부흥기에 함께한 어린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요즘 컴퓨터를 잘 쓰는 일을 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돌이켜보면 안타까운 부분도 많이 느낀다. 그래서 그 컴퓨터와 인터넷을 좀 더 생산적으로 이용해 보고자 올해부터 제대로 글을 써봐야겠다고 다짐했다. 2025년인 지금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글쓰기를 시작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2016년쯤 브런치가 배타버전일 때부터 이미 작가로 등록이 되어있었고 브런치북 응모를 볼 때마다 해야 하는데 해야 하는데 하며 고민만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글 쓰기와 은근 인연이 있던 나는 왜 나는 글 쓰기를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을까?
나는 사실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이고 어떻게 보면 터무니 없을 정도로 낙천적인 사람이었다. 때 묻지 않은 느낌이 있었고 좋은 말들로 사람들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었으며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는 걸 최근의 삶과 비교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 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은 내가 글이 좀 우울하다거나 아쉬움을 표현하는 걸 느끼셨을 것이다. 아마 내가 글을 토해내듯 쓰며 내 안의 고인 오래된 오염수를 뽑아내듯이 조금은 불투명하고 냄새가 나는 글들을 뽑아내고 있다. 물론 인터넷에 올리는 거라 어느 정도 걸러내었지만 내 마음의 상태가 많이 표현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껜 죄송하지만 나는 일단 내 안의 생각들을 마구 뽑아내고 싶다. 이 오래된 물들을 빼내어야 새로운 깨끗한 물들이 들어왔을 때 오염되지 않고 깨끗한 물로 순환될 것 같아서다.
결국 나에게 글은 내향적이고 생각이 많은 내가 좀 더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배수구 같은 느낌이다. 시작은 배수구로 시작을 하고 있으나 점점 다듬어져서 정수기로 바뀌고 싶다. 누군가 나의 생각을 읽고 맑은 물을 마신 것처럼 생각이 깔끔해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 친구들을 응원하며 술안주로 증발시켰던 나의 생각들을 이제는 인터넷에 기록하여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