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가 된다니 아까워!

공짜가 유료가 되면 평소엔 관심이 없다가도 괜히 아까워진다

by 공명김

내가 사는 집에서 차 타고 한 15분을 가면 벨카라라는 꽃게를 잡을 수 있는 그런 장소에 갈 수가 있다. 캐나다에 온 지 18년이 되었고 밴쿠버에 산지 14년이지만 나이도 어렸고 해서 이런 한적한 장소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서 집과 가까운데도 자주 오지 않았다. 아마 10번 이내일 것이다.


최근에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동료 직원이 있는데 그분은 이 게잡이가 너무 재밌다고 하셔서 같이 한번 가기로 했었다. 아침 일찍 가야 게가 잘 잡힌다며 아침 8시부터 15분 거리의 바닷가에 갔었고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비가 이렇게 내리는데도 의자에 앉아 게를 기다리는 먼저 와있던 일행들의 뒷모습을 보니 강태공들이 따로 없었다.


R0001684.jpeg 게망에서 탈출해서 바다로 도망가는 게.. 어차피 사이즈가 작아 내버려두었다.


날씨가 비록 우중충 했지만 오늘 몇 마리 건져갈 기대로 게망을 던지는 우리는 비가 와도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이날 유독 게들이 많이 잡혔다. 크기가 조금 아쉬운 게 들이 많이 잡혀 90%는 보내주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 게를 잡는 동안 우리의 미끼를 노리는 물개, 갈매기, 까마귀들이 우리 주변에 서성거렸다. 그리고 그런 새들을 노리는 독수리 한 마리가 떡하니 나무 위에 앉아있었다. 자연의 먹이사슬을 체감하니 너무 재밌는 풍경이었다.


R0001693.jpg 이렇게 낮은 곳 코앞에 독수리가 가만히 있는 건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이날은 내 취향의 벽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좀 더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일주일 뒤부터 여기가 이제 주차비가 유료가 된다고 했다. 이민온 시점인 18년 전부터 쭉 무료였는데 자주 올 생각을 하니 다음 주부터 유료라고 하니 너무 아쉬웠다. 세상은 긍정적인 사람들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내가 18년 전보단 자금상황이 좋다는 것이다.


주변을 잘 둘러보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짓을 하면 정말 재밌는 것 들이 많다.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면 게잡이가 되었던 갤러리의 전시가 되었던 혹은 음악회가 되었던 모든 게 값진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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