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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Feb 19. 2018

정변호사의 오버워치 체험기[2]

제2부 : 단일한 기준으로 평가되는 사회적 지위(social class)


오버워치 경쟁전 참가자들은 진지하다. 일단 경쟁전에 참가했다가 패배하면 그동안 열심히 쌓아왔던 레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버워치의 특성상 본인 혼자만 잘해서는 승리할 수 없고, 팀원들이 모두 함께 잘 해주어야 승리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경쟁전 참가자는 같은 팀원 중 자기 몫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을 미워하게 되고, 분노의 감정이 커지면 이를 언어로 표출한다. 나아가 이러한 분노의 감정에 익명성의 힘이 더해져 수위를 넘나드는 욕설과 언어폭력이 난무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있다. 게임레벨은 왜 그리 중요한 것일까? 


게임레벨은 왜 그리 중요한 것일까? 


게임레벨이 높다고 해서 잘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며, 게임레벨이 낮다고 해서 못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닐진대, 왜 다른 이용자를 비난해가면서까지 게임에 몰입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이 있겠으나, 게임 이용자 중 한 사람으로서 직관적으로 분석해보자면, 게임레벨은 그 게임이 속하는 사이버 세계에서의 사회적 지위를 확정하는 지표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집단이 발생하면 내부적 지위가 형성된다.


 일단 어떠한 이유로든 집단이 형성되면 그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서로의 관계를 통하여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고자 하는 사회적 본능이 있다. 다만 현실세계에서는 사회적 지위의 평가기준이라는 것이 매우 복잡다단한 것이어서 일률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지만, 돈만 많고 지식이 없는 사람을 일컬어 벼락부자라 비하하기도 하고, 돈은 많지만 인색한 사람을 일컬어 구두쇠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높은 학술적 성과를 거두었다하더라도 재산이 부족한 사람을 무시하기도 하며, 대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존경하는 석좌교수라 하더라도 방콕 관광지에서는 그저 그런 관광객 중 하나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게임의 세계는 현실과 다르다. 게임이라는 사이버세계에서의 사회적 지위는 오로지 게임레벨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평가된다.  게임세계에서는 이용자의 인성, 현실에서의 사회적 지위, 재산의 규모, 지적능력을 평가할 수 없으므로, 오로지 게임실력으로만 그 지위가 형성된다. 마침 게임운영사는 그 지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게임레벨’이라는 것을 만들어 두었기에, 이용자는 자신의 게임레벨을 통하여 스스로의 지위를 확인하며, 이를 상승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닐까.


 특히 갈 길을 잃고 방황하는 청년 혹은 중년들이 게임세계에 매력을 느낀 나머지 게임과몰입(또는 중독)증상을 나타내는 이유에 관하여 살펴보면, 게임세계는 이와 같이 단일하고 명확한 방법으로 본인의 지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군다나 게임세계는 정직하다. 본인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에 상응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단일한 평가기준에 의해서 사회적 지위가 형성되는 예는 학교(초, 중, 고등학교)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학교에서는 성적이라는 객관적 지표로 학생들의 지위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현실은 그렇다). 물론 학교성적에는 다양한 과목(물리, 화학, 수학, 영어, 국사 등)의 실력이 반영되지만, 적어도 시험성적이라는 단순한 지표로 구성원을 평가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일반적인 사회적 지위의 평가기준에 비하여 비교적  명확하다. 


(이러한 이유로 때로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이 약한 의미의 아노미현상을 겪기도 한다. 사회생활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잘해야 좋은 사람 또는 훌륭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바라볼 때, 게임 이용자가 본인이 생각하기에 실력이 부족한 팀원을 만나서 본인의 게임레벨이 낮아진다면, 이는 곧 다른 사람 때문에 본인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는 것이니 어찌 분하지 아니하겠는가. 다만, 게임세계에서의 사회적 지위는 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것으로서, 게임세계에서 제아무리 ‘본좌’의 자리에 올랐다 하더라도 이는 현실세계와 관계없는 지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이버세계에서의 노력이 현실에서 결실을 맺는 사례로는 프로게이머, 게임개발자 등 게임관련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게임이용자의 절대 다수(99.9% 이상)는 그와는 관련이 없을 것이라 본다.      


오버워치 유저들이여.      


우리 그냥 즐겜하면 안되겠니? 


안되겠지? 응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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