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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Feb 27. 2018

권력형 성범죄에서 여성이 보호받아야 하는 헌법적 이유

[헌법재판소 2013헌가2 결정] 중 발췌


 최근 이른바 '미투(me too)' 운동을 통하여 사회적으로 인정받던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과거 성추행 행태들이 드러남에 따라 대중들에게 상당한 수준의 충격을 안겨주고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미투운동을 통하여 드러난 바에 따르면 문화예술계에서는 이와 같은 성범죄들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오랜 시간동안 지속되어 왔기에 '그들' 사이에서는 사소한 관행에 불과한 것으로 인지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하여 가해자들 중 일부는 성범죄 피해자 역시 그로 인한 대가, 이를테면 공연 캐스팅, 예술적 자질에 대한 평가 또는 극단 내에서의 지위 등을 얻을 목적으로 접근한 사람이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이러한 성범죄의 객체가 되기를 자청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문화예술계 내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도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기에 더욱 공분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장은 마치 성매매 산업에 있어서 성매수자 뿐 아니라 성판매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유사하므로 살피건대, 아래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이러한 항변은 대한민국 헌법질서의 해석 비추어 볼 때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이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 2013헌가2,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제21조 제2항 위헌제청사건]의 결정문에 포함된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의 소수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기에 이를 소개한다).


 장문의 글이지만 비교적 읽기 쉽게 간결한 문장으로 기재되어 있기에 대부분의 글을 그대로 인용하였다. 아래 결정문의 내용을 '미투운동'에 적용하자면, 비록 의도적이든 반사적이든 권력적 성관계를 통하여 이익을 얻은 여성이 있다하더라도, 이는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서 고착되어 온 남성본위의 성 인식(conception) 및 이를 통하여 형성된 왜곡된 성관념이 집단 내 권력관계에 투영되어 발생한 것으로서, 이러한 범죄적 성문화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처벌에 주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나아가, 권력적 성범죄의 가해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그 집단 내에서 강력한 의사결정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들로서, 우선 피해 여성들 앞에 불평등한 사회적 장벽(이를테면, 캐스팅 배제, 성적하락 등)을 세워둔 후 이를 극복하고 싶으면 너의 성(sex)을 제공하라는 명시적, 묵시적 압박을 가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자행하였는바, 가사 일부 여성이 그와 같은 이익을 얻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접근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가해자가 설정한 사회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이는 적어도 형사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미투운동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동안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던 권력적, 지배적 성(sex)구조와 여성을 성적 객체로 바라보는 남성의 왜곡된 사상이 미력이나마 정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쪼록 미투운동이 더 활성화되어 이 사회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헌법재판소 2013헌가2,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제21조 제2항 위헌제청사건] 중 발췌


 6.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강일원의 일부 위헌의견


 우리는 성매매 근절과 건전한 성풍속과 성도덕 보호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성구매자를 형사처벌 하는 것 또한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그러나 성판매자도 형사처벌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국가의 지나치게 과도한 형벌권의 행사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성매매의 본질


성매매는 성구매자와 성판매자 사이의 개별적인 차원의 거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 빈곤 등이 결합된 복합적인 문제이다. 즉, 성을 파는 개별적인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이 상품화된 사회경제적 구조의 문제가 성판매자들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10대에 성매매로 유입된 청소년들은 의존적이고 취약한 상태에서 빈곤 등의 이유로 성산업 구조에 편입되어 성인이 되어도 별다른 대안 없이 성매매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성인이 된 후 빈곤 등의 이유로 성판매에 유입된 자들도 사회적 낙인과 차별로 인한 고립과 절망 상태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사회구조 내에서 취약한 지위에 놓인 경우로 성매매 외에는 달리 생계수단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자들이다.


 성매매 가운데는 남성 성판매자와 여성 성구매자 사이의 거래 유형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 성판매자는 여성, 성구매자는 남성인 경우이고, 무엇보다 성매매라고 하면 여성이 성을 팔고 남성이 돈을 지불하는 유형이 이미 문화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와 같이 성매매는 통상 여성 성판매자가 남성 성구매자에게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남성 성구매자로부터 금전 기타 대가를 취득하는 형태로만 이루어지고 반대의 경우는 거의 드문 비대칭적 거래의 형태로 존재한다. 육아, 요리, 간호와 같이 주로 여성들이 종사해 온 다른 노동 역시 오늘날 상업화된 형태로 빈번하게 거래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이러한 노동은 설사 상업화된 거래가 아니어도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받고 있지만 성매매는 그렇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볼 수도 없다.


 성구매 남성은 성판매 여성의 인격이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일방적 만족을 위해 여성을 사용하고, 여성 성판매자는 성행위 자체를 동의한다 하더라도 성구매자의 일방적 요구에 따라 애정이나 친밀함은 커녕 일면식도 없는 성구매자와 성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므로 그러한 행위는 단순히 거북함을 벗어나 여성 성판매자에게 신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유발한다. 결국 성매매는 가부장적 사회구조에서 여성 억압과 성차별을 더욱 강화하고, 자본에 의한 성판매자의 사물화, 대상화를 필연적으로 내포하게 되므로, 본질적으로 남성의 성적 지배와 여성의 성적 종속을 정당화하는 수단이자 성판매자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나. 성매매 관련 행위에 대한 규제와 성매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1) 성매매의 규제와 관련하여 성매매를 전적으로 금지하여 불법화하거나, 성매매자체는 합법화하되 알선 등 중개행위는 불법화하거나, 공창을 만들어 그곳에서의 성매매를 합법화하거나, 성판매는 비범죄화하고 성구매만을 형사처벌하는 정책 등 다양한 정책이 있다. 오늘날 성매매가 합법화된 나라에서도 인신매매에 의한 성매매 등 비자발적 성매매는 성판매자에 대한 인권침해행위이므로 이를 범죄화하여 성구매자나 인신매매에 관련된 자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성인간의 자발적 성매매의 경우 성을 사고, 팔고, 중개하는 행위에 대한 법적인 규제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와 미국 대다수의 주는 성을 사고, 파는 행위 모두를 형사처벌하고 있지만, 판매와 구매행위 모두 다 처벌하지 않는 나라들이 많다(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등). 일본도 성매매자체는 금지하고 있지만 성매매를 형사처벌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성판매자가 적극적으로 권유, 유인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사실상 성판매자만을 처벌하고 있다. 그리고 스웨덴, 아이슬랜드, 노르웨이와 같이 성판매자는 처벌하지 않되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는 나라도 있다. 한편 중개행위에 대하여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2)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부계사회를 유지하고자 하는 남성 본위의 정조관념은 여러 남자에게 성을 제공하는 여성을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부도덕한 존재로 비난하면서 사회적 낙인을 찍어 왔으며, 이를 근거로 성매매를 금지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61. 11. 9.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서 ‘여자가 타락하여 몸을 파는 처지에 빠짐’이라는 의미의 ‘윤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윤락행위 여성과 그 상대방을 형사처벌하기 시작하였다. 2004. 3. 22.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폐지되고 한 단계 진전된 성매매처벌법이 제정되었다. 성매매처벌법은 윤락이라는 표현 대신 ‘성매매’라는 가치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여전히 성매매 당사자 모두를 처벌하되, 강요 등에 의하여 성매매를 한 성판매자는 ‘성매매피해자’로 규정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04. 3. 22.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피해자 및 성판매자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함께 제정되었는데, 이 법률은 성매매피해자뿐 아니라 성판매자까지도 법적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19대 국회에서는 성구매행위가 성착취행위이고 성매매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성매매의 본질에 반하므로, 성판매여성에 대한 세계적인 비범죄화 경향에 맞추어 성구매행위만을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의 성매매처벌법개정안이 발의되어 있기까지 하다. 또한 성매매피해자의 개념에서 물리적인 감금, 폭행, 강요 등의 정황이 없다고 하여 자발적인 성매매자로 분류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강요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성판매자가 성매매알선이나 성매매목적의 인신매매를 신고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면제하는 내용의 성매매처벌법개정안도 발의되어 있다. 한편 2011년 제49차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한국에 유엔 여성차별철폐 협약 제6조를 이행할 것을 권고하면서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하고 성매매에 개입된 여성들을 처벌하지 않도록 성매매관련 정책과 형법을 포함한 관련 법안들을 검토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이와 같은 차별적 범죄화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2014. 2. 유럽의회 결의문에서도 성판매자는 처벌되지 않아야 하며 회원국들에게 성판매자에 억압적인 법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면서 “여성과 미성년여성의 인신매매를 줄이고 젠더평등을 개선하는 한 가지 방법은 스웨덴, 아이슬랜드, 노르웨이가 채택한 모델(소위 노르딕 모델)임을 고려하는 것이며, 여러 유럽 국가들에서 고려 중인 이 모델 하에서는 성 서비스의 구매는 범죄이지만 성판매자의 서비스는 범죄가 아님”을 밝힌 바 있다. 위와 같은 변화는 성매매를 둘러싼 사회·경제·문화적 구조를 직시하면서 성판매자인 여성은 억압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세계적인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성판매자는 기본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보호와 선도를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 성판매자 처벌의 위헌성


 (1) 성매매의 근절과 건전한 성풍속 내지 성도덕의 확립이라는 심판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성판매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적합한 수단인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살펴본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성매매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생계수단이 없어 성매매로 내몰린 여성을 사물화, 대상화함으로써 성판매자인 여성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성구매남성은 이러한 인격권 침해행위의 주체인 반면 성판매여성은 사회구조적 억압과 차별의 그늘에 자리 잡은 자이므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성판매여성은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우선적으로 보호와 선도를 받아야할 사람이다.  한편, 헌법은 국가의 모성 보호의무(제36조 제2항)와 여자의 복지와 권익 향상(제34조 제3항) 및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제32조 제4항) 의무를 규정하여 일정한 영역에서는 여성의 권리를 남성보다 더 특별히 보호하여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성판매자는 여성이라고 각인되어 있는 현실에서 성판매자인 여성은 여성과 모성의 보호라는 헌법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성구매자인 남성과는 달리 더 두텁게 보호되어야 한다. 절도나 다른 생계형 범죄와는 달리 성매매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구체적인 침해나 위협을 가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성판매여성이 다른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없다면 이를 도외시하고 형식적으로 자발적인 성매매라고 하여 온전히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선택으로 보아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하여 다수의견은 사회구조적 요인에 따른 영향이 성매매에만 국한된 특유한 문제라고 볼 수 없고, 그러한 외부적 요인이 성판매자의 자율적인 판단을 완전히 박탈할 정도에 이르지 않은 이상 비난가능성이나 책임이 부정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성매매에 있어 다른 생계형 범죄와 달리 사회구조적 요인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성은 특별하기 때문이다. 성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사랑, 결혼, 출산의 원천이며, 자신의 성을 가치있는 것으로 지켜내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위한 토대가 된다. 이러한 성을 스스로가 거래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성판매자로 하여금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판매자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러한 고통을 감수하고 남을 정도로 이들이 직면한 먹고 살 걱정, 즉 생존의 문제가 절박하기 때문이고 이는 사회구조적인 것으로 개인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발적으로 시작한 성매매라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성구매남성의 폭력적, 일탈적 행위가 벌어지기 십상이고, 강요된 성매매로 변질되기 쉽다.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성차별적 상황 및 성매매여성에 대한 편견과 낙인 등에 비추어 볼 때, 성판매자가 포주 등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받게 되더라도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중단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보인다. 이와 같이 성판매자가 자율적 판단에 따라 선택한 성행위라 하더라도 이를 직업으로 선택함에 있어서는 비자발적 요소가 필요불가결하게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판매자의 성행위를 자율적인 판단에 의한 선택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판매여성에 대한 보호와 선도 대신 형사처벌을 가한다면 차별적인 노동시장이나 가부장적 사회구조, 여성에 대한 성적 편견 등이 더욱 고착되어 여성의 성이 억압되고 착취되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게 된다. 성매매 근절과 건전한 성풍속 및 성도덕 보호라는 입법목적이 이러한 상황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2) 성매매로의 유입 억제와 성판매자들에 대한 성매매 이탈 유도는 형사처벌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성판매자들은 형사처벌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로 성판매에 종사하고 있는바, 이들의 성매매 이탈을 촉진하고 유입을 억제하려면 다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지원과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 보다 근원적이고 바람직하다.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정립을 위한 성매매 예방교육 실시와 더불어 성매매 업소나 성매매로 인하여 수익을 얻는 제3자에 대한 제재와 몰수, 추징 등의 방법으로 그 수익을 박탈하여 성산업 자체를 억제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또한 형사처벌 대신 보호나 선도 조치, 예를 들어 성매매 장소나 지역에의 출입금지, 보호관찰, 사회봉사·수강명령, 성매매피해상담소에의 상담위탁, 전담의료기관에의 치료위탁 등의 보호처분을 통하여 성매매 이탈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성매매처벌법 제12조, 제14조 제1항). 이처럼 형사처벌을 하지 않더라도 성판매자들의 기본권을 보다 덜 제한하는 방법에 의한 성매매 근절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인다.


 이에 대해 다수의견은 성매매처벌법에서 성매매피해자의 개념을 넓게 인정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성매매피해자에 해당하지 않는 자발적인 성판매자에 대하여만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은 성판매자에게 다른 직업의 선택가능성이 존재하고 차별적인 노동시장이나 빈곤 등과 같은 사회구조적인 요인이 성판매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만 타당한 것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무의미한 구별에 불과하다. 특히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 등을 성매매피해자로 규정하여(성매매처벌법 제2조 제1항 제4호 가목)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고 각종 보호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성매매처벌법 제6조), 포주 등으로부터 위계, 위력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하여 위 처벌특례 및 보호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성판매자가 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폭력적인 포주나 고객을 신고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다른 직업의 선택가능성이 없어 성매매 외에 달리 생계수단이 없는 성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성매매가 발각되어 수사를 받게 되는 경우 성매매를 자발적으로 하였다고 할 수도 없고 성매매피해자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 경우 대부분 이들은 형사처벌을 피하고자 성구매자와의 관계에서 불평등한 지위에 놓이게 되고, 처벌의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줄 포주나 범죄조직 등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그 결과 성판매자들에 대한 성착취 환경을 고착시켜 경제적 착취와 인권침해적인 상황을 더욱 심화하고, 성매매 시장을 지하화, 음성화하여 오히려 성매매 근절에 장해가 된다.


 다수의견은 성매매근절의 실효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성판매자까지 반드시 처벌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성판매자에 대한 비범죄화를 택한 스웨덴에서 오히려 성매매 근절에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사회구조적 요인에서 약자로서 보호와 선도의 대상이 된 성판매여성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성매매 자체의 근절에 효과적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성판매여성에 대한 사회구조적 억압과 차별, 착취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이나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중략)


 성판매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과도하다고 하여 이것이 성매매 자체를 국가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다거나, 성매매의 사회적 유해성이 없다거나, 성판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성판매자에 대해서는 형벌 이외의 수단으로 성매매를 제한하는 것이 성판매여성의 성이 억압되고 착취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구매자의 처벌에 대하여는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여성의 성을 구매할 수 있다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관념 자체가 여성의 성을 남성의 시각에서 정의하고 여성을 사물화, 대상화하는 것이므로, 여성에게 해악을 끼치는 억압 및 차별과 다름이 없다. 성판매자가 성매매에 동의를 하였거나 성구매자로부터 대가를 지불받았다고 하여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라는 성매매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수의견과 전부위헌의견은 심판대상조항이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하면서 성 판매자와 성구매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같은 평면에 놓고 논증하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는 성판매자의 인격과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성매매를 통해 만족을 얻는 성구매자와 경제적 이유로 자신의 신체와 인격을 성구매자의 처분에 맡겨야 하는 성판매자의 법적 지위는 엄연히 다르다. 역사적으로 성의 문제에 있어서는 산아제한과 낙태 등 여러 쟁점에서 여성만이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오랫동안 규제의 대상이 되어 온 여성이 자신의 신체에 대하여 자기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의미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의 개념이 태동되었다. 임신과 출산을 하는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남성에게도 동일하게 인정할 수는 없다. 성적자기결정권을 성관계 상대방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또는 대가를 지불하고 여성의 성적 자유를 살 수 있는 권리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서 고착되어 온 남성본위의 성 인식을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면서 바로 잡는 것은 중요하다. 심판대상조항이 성구매자를 처벌하는 것은 위와 같이 잘못된 성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성매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근본적으로 성차별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이를 통하여 성차별에 대한 경계심을 일깨워 양성평등 의식을 높일 수 있다. 반면, 성매매를 전면 합법화하여 성구매자까지 처벌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인식의 확산을 막는 것과 이미 현재도 위협받고 있는 건전한 성도덕을 지키기가 어려워진다. 앞서 살펴본 유럽의회 결의문에서도 성매매는 여성의 신체가 남성의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판매될 수 있다는 차별적 관념을 영속화시킬 수 있고, 성매매의 합법화는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성과 남녀 관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리고, 자발적 성매매와 강제적 성매매가 개념적으로는 구별된다고 하더라도, 성산업은 강제적 성매매와 자발적 성매매가 상호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다. 자발적 성매매라는 이유로 성구매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성매매 수요가 증가한다.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성매매를 공급하고자 하는 업주 등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신매매와 감금 등 범죄행위를 불사하면서까지 성판매자를 확보하려 들 것이므로, 성매매의 합법화는 강제 성매매까지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독일의 경우 성매매를 합법화함으로써 성매매 종사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을 높이고 성매매 근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탈성매매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였으나, 실제로는 성매매 수요가 증가하고 성매매산업이 급속히 팽창하였을 뿐 근로환경 개선이나 성매매 이탈의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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