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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석변호사 May 15. 2019

궁중족발 사건을 보며 드는 생각

'소유권 절대의 원칙'과 '재산권의 남용'의 경계선에서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75753


소설 태백산맥을 보면, 지주였던 술도가집 최사장이 농지분배를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소작농을 몰아내고 농지를 염전으로 바꾸려다가, 결국 분노한 소작농들로부터 살해당하는 장면이 있다. 


해방 직후 경제체계를 개편하면서 지주들의 토지를 소작농들에게 재분배하는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염전이나 학교부지는 이러한 재분배 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당시 일부 지주들은 토지분배를 회피할 목적으로 농지를 염전으로 바꾸거나 학교를 설립하는 등의 꼼수를 시도하였다고 한다(아직까지도 사학재단 중에 친일반민족 이력이 있는 단체가 많은 이유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일 수도;;). 만일 지주들이 이러한 꼼수를 쓴다면, 그 토지에서 경작을 하던 소작농은 토지를 분배받을 수 없어 결국 극빈층으로 전락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


비록 픽션이기는 하지만 술도가집 최사장 살해사건과 궁중족발 사건을 놓고 보면, 생산기반을 소유한 자와 그 기반을 이용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자 사이의 분쟁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유사하다. 생산기반을 소유한 자는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주장하지만, 이러한 생산기반을 이용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자는 재산권 남용이라 항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기반을 잃게된 자는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그저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드는 질문은, 이른바 근대 민법의 대원칙이라는 '소유권 절대의 원칙'을 절대적으로 수호하는 것이 과연 법률가의 사명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모든 권리는 남용의 가능성이 있으며, 권리가 남용된 경우에는 적절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텐데, 유독 현대 법제가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재산적 가치가 현대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라는 점에서 재산권, 그 중에서도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는 점에 지극히 공감하지만, 만일 그 권리가 남용되어 오히려 사회질서를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그 철학적 뿌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분들께서 잘 고민하고 계시겠지?


아무렴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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