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석변호사 Nov 25. 2019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

표현의 자유 vs. 생명권

사진출처 :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911249315Y



또 한 명의 연예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얼마 전 비슷한 또래의 여성 연예인이 자살을 했다는 보도를 접한바 있기에 마음이 더 착찹하다. 두 사람이 이러한 선택을 한 공통적인 배경에 이른바 '악성댓글(악플)'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개입되어 있다는 점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사전예방조치'와 '사후응징조치'로 구분된다. 사전예방조치라 함은 특정한 행위에 나아가는데 다양한 필터링 장치(허가, 인가, 심의 등)를 걸어두는 것을 의미하며, 사후응징조치라 함은 일단 사건이 벌어진 후에 이에 대한 법적제재(형사처벌, 손해배상, 행정처분 등)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9년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악플의 통제방법에 관하여 '사후응징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인터넷실명제 등을 통하여 사전예방조치를 병행하였던 시절이 있었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사전예방조치라 할만한 제도는 없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개별 포털사이트가 댓글에 욕설을 입력하면 음표 등으로 자동변환되는 기능을 적용시키고 있으나 점잖은 용어로 악성댓글을 다는 행위를 막을 수는 없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기초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 판시한바 있다.


"이 사건 법령조항들이 표방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 등 입법목적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약하지 않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본인확인제의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하여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2012. 8. 23. 2010헌마47․252)


물론 지금 시점에 이르러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2012년 당시 헌법재판소가 바라봤던 인터넷 환경과 2019년 현재의 인터넷 환경이 동일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위 2012년 헌법재판소 결정의 전제가 되었던 인터넷의 파급효과와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일부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위 결정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인터넷 실명제의 입법목적을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으로 전제한 뒤, 인터넷실명제가 입법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 판단한 것인데, 그에 비하여 2019년 현재 다수의 사람들이 악성댓글로 인하여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는 실정에 비추어 본다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입법목적은 더 이상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개별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으로 발전되었다는 점에서 논의의 선이 현저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정한 사안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그 제한의 수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여부'는 해당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무엇인지 여부에 따라 달리 평가된다 할 것인바, 만일 기본권 중 최상위의 기본권인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수위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기본권 제한의 한계에 관한 헌법해석의 법리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대한민국의 입법자들에게 의문을 던져야할 때가 아닐까 싶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더 제한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내놓는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관련 문의 : 정현석 변호사 (법무법인 다우)

연락처 : 02-784-9000

이메일 : resonancelaw@naver.com

블로그 : http://blog.naver.com/resonancelaw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정현석변호사



매거진의 이전글 궁중족발 사건을 보며 드는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