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현석변호사 Apr 16. 2020

Democracy3로 알아본 [선출된 권력의 방향성]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결과와 주권국가의 국민이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하여


근래 총선을 필두로 정치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는 와중에, 나 역시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관심이 생겨서 지난 주일에는 [Democracy 3]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을 구매해보았다.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부터 선택한 국가의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하게 되며, 임기 내에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정책을 입안해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재선에 성공해야 한다. 이정도의 구조라면 매우 단순한 게임인 것 같지만, 사회영역은 [사회복지(Welfare)/공공서비스(public service)/국가재정(Tax)/치안(law and order)/외무(Foreign affair)] 등으로 다분화 되어 있고, 지지자(electorate)의 유형도 [자본가/노동조합가입자/보수층/진보주의자/자유주의자/환경주의자/자영업자/자가용운전자/빈곤층/종교집단/애국자/은퇴자] 등 수십개에 이른다.


하나의 정책(이를테면, 경찰력 강화)을 실시하면 이로 인하여 지지율에 긍정적 효과(애국자, 보수층 지지율 상승)와 부정적 효과(자유주의자, 진보주의자 지지율 하락)가 모두 발생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하여 2차, 3차적 효과까지도 연쇄적으로 발생하기에 정책 하나를 변경함에는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 상태도 고려해야 하기에 사회주의자(socialist)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복지정책을 남발하다가는 국가재정 적자와 국가신용도 하락이 발생하여, 결국 GDP가 하락하면서 전체적인 지지율이 모두 하락하고 범죄율이 높아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서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도저히 이런 내용들을 세부적으로 컨트롤 하기 어려워서, 평소 가지고 있던 신념대로 독일 정부를 운영해보았더니 임기 3년째에 극단적인 자본가(capitalist) 집단에 의해 암살을 당했고, '아 이러면 암살당하는 것이구나' 싶어서 프랑스정부를 운영하면서 경제발전에 집중했더니 임기 4년째에 환경주의자(ecologist)에 의해 암살을 당했으며, 그 다음에는 미국 정부를 맡아서 뭔가 어중띤 정책으로 임기를 마쳤더니 결과는 재선실패 후 게임오버.






사실 짧게나마 이 게임을 해보면서 느꼈던 바가 있어서 이 긴 이야기를 늘어놓았던 것인데, 정리해보면 1) 선출된 권력의 현실적 목표는 권력의 유지 또는 재획득에 있을 수 밖에 없고, 2) 이러한 이유로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어떠한 사람을 선출한다 하더라도 정책의 방향성은 여론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바, 3) 결국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국민의 여론이라는 것이다.


이번 총선결과에 만족하는 국민과 그렇지 않은 국민이 있겠으나 누구를 선출하였다 하더라도 그 정치인은 끊임없이 국민의 여론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투표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국정운영에 관심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며, 모든 국민이 총선 이후의 국정운영에 관심을 갖고 건강한 비판과 토론을 지속한다면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국가상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대한민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국민들이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정보를 전달하는 자(언론)의 윤리성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점에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근래 언론의 모습을 보면 특정 집단(경제집단, 정치집단, 사회집단 등)의 입장에 몰입한 나머지 언론기관으로서의 중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비록 미디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음을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미드필더로서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고, 부디 생존의 위협에 굴복하지 말고 수십년간의 독재정권에서도 꿋꿋하게 대한민국을 지탱해주었던 저널리즘의 명맥을 유지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덧) 나의 성향을 보건대 예전부터 정치인의 길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왔으나 현재까지의 게임전적(암살 2회, 낙선 1회)을 보니 이런 생각에 대한 확신이 더 생겨서, 남은 인생은 그저 방망이 깎는 노인의 심정으로 변호사 생활에 집중할 생각이다. 왠지 뿌듯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