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분쟁에 대한 상담을 수행해보면, 미용성형 수술을 받은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건들이 50% 수준에 육박한다(개인적인 업무경험일 뿐 전체 통계수치는 이와 다릅니다). 단일 진료과목에 비추어 본다면 비교적 분쟁비율이 높은 편인데, 이와 같이 분쟁비율이 높은 이유는 전체 개원가 시장규모에 비추어 볼 때 미용성형 시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미용성형수술 영역이 본질적으로 분쟁발생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질병을 치료하는 행위는 그 결과의 만족도가 비교적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음에 비하여, 미용적 목적을 추구하는 행위는 결과의 만족도가 주관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은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용성형수술 이후 악결과가 발생함에 따른 분쟁의 유형은 그 정도에 따라 다시 몇 가지의 유형으로 나뉘는데, [1) 질병 또는 상해로 분류될 수 있는 수준의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 2) 객관적인 '추상'이 발생한 경우, 3) 객관적인 추상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나 주관적인 '불만족'이 발생한 경우] 정도로 분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각 유형의 분쟁진행 과정을 보면, 1)의 경우는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에 비교적 명확하고 신속하게 분쟁처리절차(합의, 조정, 소송 등)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2)의 경우는 환자측과 의료기관 측의 입장이 추상의 발생과 정도에 관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분쟁처리절차가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특히 2)의 경우, 객관적인 '추상'이라 함은 노출되는 부위(얼굴, 팔, 다리 등)에 흉터(반흔), 비대칭, 함몰 등이 발생한 것을 의미하는데, 의료기관 측은 해당 부위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거나, 치료가능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측이 과도한 요구(향후치료비 일체에 대한 부담, 과도한 위자료 등)를 한다는 등의 입장을 취함으로써 분쟁 당사자 간의 입장에 상호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아가 때로는 환자 측이 해당 증상(추상)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섣불리 의료기관 분쟁처리담당자의 말을 믿고 단순한 결과 불만족(위 3번 유형) 사건인 것으로 생각하여 소액의 보상금(일반적으로 수술비의 전부 또는 일부의 반환)을 지급받은 후 합의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바, 위 2) 유형에 관하여는 분쟁당사자 모두 주의해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서두가 길었지만, 본 블로그를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위 3) 유형의 환자들에 대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3) 유형의 환자들은 의료기관에 상당한 수준의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이 유형은 1), 2) 유형과 달리 규범적 보호가치가 있는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미용성형 수술계약에 따른 의료기관의 의무는 객관적인 수준의 미용적 결과를 도출시킴으로써 이행되었다고 평가되는 것이므로, 비록 환자가 주관적인 불만족을 호소한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관점에서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수준의 악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이를 일컬어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의료사고라 평가할 수 없음).
비록 희소하기는 하지만 일부 하급심 판례에 따르면 미용성형 수술계약의 법적성질을 도급계약(업무의 결과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함으로써, 의료기관이 환자가 원하는 수준의 미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을 채무불이행으로 평가하여 의료기관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으나, 환자가 원하는 미적수준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것으로서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의료행위의 특수성(개별 환자상태에 따른 변이성, 침습성 기타 이로 인한 치료결과예측의 어려움 등)을 고려한다면 비록 미용적 목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 과정이 의료행위로 평가되는 이상, 미용성형 수술계약의 법적 성격을 획일적으로 도급계약에 준하는 것이라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므로 이러한 하급심 판례를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3) 유형의 환자들은 일반적인 의료분쟁처리절차에 돌입하기 어려우며, 비록 이러한 절차를 개시하더라도 청구가 기각됨에 따라 실의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경우 환자들은 결국 주관적 불만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재수술(revision)을 알아보게 되는데, 자칫 잘못된 선택으로 성형재수술의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십수년간 의료기관을 전전하며 고통받는 환자들을 많이 목격하였기에 나름의 분쟁처리 경험에 비추어 이에 대한 조언을 남기고자 한다.
국내 미용성형시장이 포화됨에 따라 근래에는 미용성형에 대한 재수술 전문 의료기관을 표방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고객유치 경쟁에 빠진 시장(레드오션)에서 허덕이지 않고 새로운 시장(블루오션)을 개척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경영적 전략에 대하여는 박수를 보냄이 마땅하겠으나, 근래에는 이러한 시장마저도 레드오션화되어가는 추세에 있는바, 일부 의료기관은 아직 임상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을 환자들에게 적용하거나, 아직 유효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환자들에게 고지하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때로는 자신이 이 수술의 전문가임을 홍보하는 경우까지 있기에, 재수술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로서는 각별히 주의할 것을 권한다.
대한민국 모든 의료기관들이 임상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 의료법 체계는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특히, 미용목적 의료행위)를 비급여로 실시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이른바 신의료기술평가(유효성, 안전성에 대한 공적평가절차)를 받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하여 광고를 실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술방법을 광고하는 의료기관도 있으므로 주의할 것). 특히 의료계의 역사를 보면 일부 의료인이 자신의 치료경험과 이론을 과신한 나머지 임상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실시하였다가 다수의 피해자들을 양산하여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사례도 있었으니, 이러한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더욱이 성형수술 결과를 개선시키기 위한 미용목적 재수술은 일반적인 '재건성형수술'과 성격이 다르다보니, 일반적으로 알려진 술식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개발한 고유의 술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비록 일부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임상적 경험이 부족하거나 잘못된 지식을 토대로 고안한 재수술 방법을 적용하다가 결국 반복적인 악결과를 유발하여 해당 환자는 임상시험 대상(이른바 '마루타')에 준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도 있었기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불만족스러운 미용적 결과를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며 응원해주고 싶지만, 만일 재수술로 인하여 종전의 모습보다 더 열악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 재수술을 받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에 다툼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재수술의 목적은 종래 받았던 수술결과보다 더 호전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수술을 받고자 할 때는 해당 재수술 방법에 대한 임상적 효용성과 안전성을 종전 수술을 받을 때보다 더 신중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본 블로그를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유형의 환자는 1), 2)가 아니라 3) 유형인바, 미용성형 수술 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해당 결과가 객관적인 수준의 '추상'에 이르지 않은 환자에 대한 이야기다. 만일 객관적으로 돌이켜보았음에도 제3자가 당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흉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라면, 당신은 이미 1) 또는 2) 유형에 있는 경우로서 3) 유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유형의 환자들은 객관적 수준의 '추상'에 이르지 못한 경우인바, 실제로 만나보면 해당 환자들이 근접 촬영한 사진을 바로 옆에서 대조해보지 않는 이상 불만족의 원인이 무엇인지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는 의뢰인을 직접 확인하였음에도, 제3자의 시각으로 보건대 10초 이상 자세히 분석하지 않은 이상 문제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는바, 만일 미용수술 후 결과 불만족으로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혹시나 본인이 해당 부위에 과도하게 몰입한 나머지 미적 불만족 수준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 세상에서 당신의 얼굴을 가장 많이 보고,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문제된 부위의 위치와 원인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환자 본인이라는 점에 다툼의 여지가 없다할 것인바, 이 세상에 환자 본인보다 해당 부위를 더 예민하게 바라볼 사람이 없다는 점 역시 논리적으로 자명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막연한 두려움에 기초하여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흉하다고 생각하거나 평가절하 하는 등의 행위를 할 가능성은, 적어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재수술에 대한 열망은 본인의 내적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로는 환자들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제3자의 부정적 시각을 스스로 창조한뒤 이를 기초로 자신을 가혹하게 옥죄고 있는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재수술을 원하는 환자들은 재수술을 통하여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재수술을 제안하는 의료기관이 장밋빛 결과를 안내해주시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요인은 환자 본인의 의지가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과연 재수술이 환자에게 완벽한 결과를 안겨줄 수 있을까?
3) 유형의 환자들은 객관적 추상이 아닌 주관적 불만족을 호소하는 유형인바, 어떠한 재수술을 받는다 하더라도 100% 수준의 주관적 만족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주관적 판단기준은 시시각각 바뀔 수 있으며, 환자 자신이 머릿속에 그려본 재수술 후의 모습이 무엇이었는지 환자 본인도 정확히 감별해내기 어려운 이상, 과연 재수술이 잘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환자는 재수술을 받더라도 100% 만족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결국 해당 환자는 또 다시 재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인바 이러한 과정은 무한히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재수술을 반복하면서 환자는 외모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해지고, 일상생활의 대부분의 시간을 재수술 방법과 재수술 명의를 찾는데 소비하며, 인터넷 환자커뮤니티를 서칭하며 정보를 수집하느라 밤을 새고, 적지 않은 재수술 비용을 지출하면서 재정상태가 악화되는데, 이러다가 내 인생이 망가지겠구나 싶으면서도 지금까지의 노력이 아까워서 이 무한궤도를 내려놓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비록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환자 스스로 재수술의 고리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어떠한 미용수술도 환자에게 완벽한 만족을 줄 수는 없다. 아울러 환자 본인의 내면에 주관적 불만족이 가득 찬 이상, 다른 사람이 아무리 그와 다른 의견을 전달하더라도 귀에 들어오기 어렵다. 위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에서 허덕이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미용적 열망의 폭주기관차로부터 내려와야 한다.
주관적 불만이 환자 본인의 내면에서 비롯한 것인 이상, 이를 끝낼 수 있는 힘도 환자 본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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