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
나는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을 위한 정책을 오랫동안 관심 있게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최근 국가보훈부에서 발표한 ‘국가유공자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이번 정책은 단순한 복지 전달을 넘어 4차 산업 기술과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쳤던 수많은 참전유공자들이 생의 마지막을 외롭게 맞이하는 현실은 우리가 직면한 안타까운 사회 문제다. 특히 6·25 전쟁, 베트남 전쟁 등 극한의 상황을 겪은 유공자들은 전쟁 트라우마와 조직 중심의 폐쇄적인 생활문화로 인해 사회적 고립에 더욱 취약하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문제를 개인의 문제나 가족 내 돌봄의 몫으로 치부해왔지만, 고령화와 1인 가구의 급증 속에서 이제는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보훈부는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고독사 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위험도를 세분화해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65세 이상 취약계층에 국한되어 있던 관리대상을 전 연령 1인 가구 국가유공자로 확대하였고, 2024년 기준 약 8,500명을 대상으로 고위험군, 중위험군, 저위험군, 의심군의 4단계 분류체계를 새롭게 도입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시간 안부 확인 시범사업이다. 고위험군 유공자의 가정에는 스마트 플러그를 통한 전력량 분석, 문열림 센서를 통한 생활 반응 감지가 이루어지며,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안부 전화나 방문 복지를 넘어, 기술 기반의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접근이라 생각한다. 또한 중위험군에게는 AI 안부확인서비스와 더불어 민간단체와 협력한 도시락 배달 및 식사 지원이 제공되며, 저위험군과 의심군에게는 보훈회관 중심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이처럼 위험 단계별로 차별화된 접근은 정책 수혜자의 수요에 부합하며, 획일적인 복지 제공의 한계를 넘어서는 구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외에도 혹한기·혹서기에는 보훈공무원이 직접 자택을 방문하여 건강 상태 및 냉·난방 상태를 확인하고 계절용품을 지원하는 등 현장 중심의 지원도 병행된다. 기술 중심의 비대면 서비스와, 사람 중심의 직접 대응이 함께 이루어지는 이 모델은 보훈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정책이 단발적인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훈부는 이번 정책에 필요한 ‘국가유공자법’ 등 6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와도 긴밀히 협력해 지자체의 고독사 예방사업에 국가유공자가 우선 대상자로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책이 현장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입법적 기반과 지자체·민간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이번 국가유공자 고독사 예방 종합대책은 단지 복지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기술, 제도, 지역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통합적 모델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또한 ‘보훈은 선택이 아닌 국가의 책임’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이 정책이 참전유공자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군 복무자에게도 신뢰와 존경의 보훈 문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국가가 이들의 마지막 여정에 동행한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길 바란다. 보훈은 과거에 대한 예우이자, 미래에 대한 약속이다. 나는 이 대책이 그 약속을 실현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