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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전: 현대전의 보이지 않는 전장

전쟁의 새로운 시작 대비해야한다.

by 김재균ㅣ밀리더스

1. 인지전이란 무엇인가?

현대전은 더 이상 총칼로만 싸우는 전쟁이 아니다. 인지전(Cognitive Warfare)은 적의 의사결정을 교란하고, 정신적 압박을 가하여 전투 의지를 무력화하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전(Information Warfare)이나 심리전(Psychological Warfare)을 넘어, 개인과 집단의 사고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러한 개념을 공식화하며 현대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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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지전의 역사적 배경

전쟁에서 상대의 정신을 압박하여 승리를 거두려는 전략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손자병법의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전략"이라는 말이나, 한나라의 한신 장군이 초나라 군을 포위한 뒤 초나라 노래를 틀어 전투 의지를 상실하게 만든 ‘사면초가’ 전략은 인지전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뇌과학과 심리학의 발전으로 인지전은 더욱 정교해지고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와 SNS를 통해 대중의 인식을 조작하는 방식이 더욱 세련되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민 여론과 군대의 전투 의지를 교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3. 인지전의 핵심 요소

인지전은 인간의 뇌가 위협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방식을 활용하여 상대를 무력화하는 전략이다. 주요 요소는 다음과 같다.

공포 조성: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합리적인 사고를 마비시키고, 공황 상태를 유도한다.

의사결정 교란: 편향된 정보 제공과 심리적 압박을 통해 상대가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한다.

도덕적 피로감 조성: 장기간의 심리적 공격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전투 의지를 약화시킨다.

정신적 강인함 저하: 반복된 자극을 통해 뇌의 기능을 변화시키고, 전투 효율성을 저하시킨다.


4. 현대전에서 인지전이 활용되는 방식

전장 심리전: 전투 중 적군의 두려움을 극대화하여 싸울 의지를 꺾는다. 예를 들어,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미군 병사가 겪은 심리적 충격은 전투의 잔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디지털 전쟁: 가짜 뉴스, 여론 조작, 해킹 등을 통해 적국의 국민과 군대의 신뢰를 약화시킨다.

대중 선전전: SNS와 미디어를 활용하여 적국의 국민이 정부와 군대를 불신하도록 만든다.

병사들의 인지전 대비: 군인들은 반복적인 훈련과 정신력 강화를 통해 인지전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5. 현대 전장에서의 인지전 사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허위정보를 이용한 심리전이 본격적으로 활용되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망쳤다"는 가짜 뉴스를 유포하며 우크라이나 내부의 사기를 떨어뜨리려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신속한 미디어 대응으로 허위 정보를 차단하며 전투 의지를 유지했다. 이처럼 현대전에서는 총성만큼이나 정보가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에서는 탈레반을 피해 미군 수송기에 매달린 난민들의 영상이 퍼지면서 미군의 명예가 실추되었지만, 이후 난민을 보호하는 미군의 모습을 공개하며 여론을 반전시켰다. 이는 미디어를 활용한 심리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6. 전장에서의 심리적 압박과 군인의 정신력

컴퓨터 게임처럼 클릭 한 번에 “고! 고! 고!”를 외치며 아무런 심리적 충격 없이 싸우는 군인은 없다. 군인들은 왜 싸워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공포로 인해 전장에서 총을 쏘지 못할 수도 있다. 전쟁터는 인간이 견디기 힘든 극한의 공간이다. 폭발음과 총성, 전우의 비명이 뒤섞인 혼돈 속에서 군인들은 극도의 심리적 압박을 경험한다.

정신의학자 리처드 가브리엘의 연구에 따르면, 20세기 미군이 참전한 전쟁에서 적과 싸우다 죽을 확률보다 정신적 사상자가 될 확률이 훨씬 높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50만4000여 명의 미군이 심리적으로 무너지며 전투력을 상실했다. 이는 단순한 신체적 피해를 넘어, 전쟁이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7. 정신적 강인함의 중요성

전투 경험이 있는 군인의 96%가 해리현상을 겪고, 65%는 당시 기억조차 희미하다고 답할 만큼 전장의 혼란은 심각하다. 그러나 군인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정신적 강인함을 기르기 위해 미군은 ‘종합 군인 피트니스(CSF)’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신체·정서·사회·영적 건강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며, 회복탄력성과 배틀 마인드 훈련을 포함하고 있다.



전쟁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닌, 정보와 심리를 이용한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 현대 전장에서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 전투 병력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을 목표로 삼아, 적의 의사결정을 조작하고 사기를 저하시켜 전쟁의 흐름을 바꾸려는 시도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 인지전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러시아의 전략: 허위 정보와 사이버 공격

러시아는 전쟁 초기부터 대규모 인지전을 활용해 전 세계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하려 했다.

허위 정보 및 선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나치 정권’으로 묘사하며, 자국민과 국제 사회에 침공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선전을 펼쳤다. 이러한 조작된 내러티브를 통해 러시아 국민들의 전쟁 지지를 유지하고, 서방 국가들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었다.

사이버 공격: 우크라이나의 주요 인프라, 통신망, 금융 시스템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했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사기를 저하시키려 했다.


우크라이나의 대응: 국제 여론전과 사이버 방어

러시아의 인지전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국제 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고, 자국 국민의 사기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

국제 여론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전 세계에 우크라이나의 실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특히, 전쟁 초기 ‘나는 여기에 남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강력한 결속력을 이끌어냈다.

사이버 방어 및 역공작: 우크라이나는 국제 해커 그룹과 협력하여 러시아의 정보 시스템을 교란하고, 러시아 내에서 반전(反戰) 여론이 형성되도록 유도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의 인지전

하마스는 전통적인 군사 공격뿐만 아니라 심리전을 적극 활용했다.

선전 영상 및 이미지 배포: 하마스는 민간인 피해 영상을 집중적으로 활용하여 국제사회의 동정심을 유발하고, 이스라엘의 공습을 부각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가짜 뉴스 및 조작된 정보 확산: 하마스는 SNS를 통해 조작된 영상을 배포하며 이스라엘 내부의 혼란을 유발하고, 팔레스타인 지지층을 결집하려 했다.


이스라엘의 대응: AI 기반 정보전과 여론전

이스라엘 역시 인지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하마스의 전략에 맞섰다.

AI 기반 정보 분석: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소셜 미디어에서 확산되는 가짜 뉴스를 빠르게 분석하고 대응했다.

국제 여론전: 이스라엘은 국제 언론과 협력하여 하마스의 공격성과 민간인 인질 사용 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8. 결론

21세기의 전쟁은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다. 전장의 총성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인간의 뇌를 겨냥한 인지전이다. 군인은 물론 국민 전체가 인지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국가 안보를 지키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정신적 강인함을 갖추고 훈련을 지속해야만 인지전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현대전의 생존과 승리는 이를 기반으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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