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체코군대, 병역은 국가와 청년의 '새로운 계약'

병역은 더 이상 강요가 아니다. 이제는 신뢰로 설계된 계약이어야 한다.

by 김재균ㅣ밀리더스

체코가 군대를 바꾸고 있다.
청년을 위한 병역 제도, 국가와의 신뢰 기반 계약으로.
그리고 우리는 지금 그 변화를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체코군대.png


최근 체코 정부는 파격적인 병력 확충 정책을 발표했다. 3개월의 군사훈련을 마친 신병에게 최대 100만 코루나, 약 6,300만 원 상당의 일시불 보너스를 지급하고, 대학 졸업 후 장기복무 시 약 2,800만 원의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주택 수당, 통근 보조금, 해외 복무 지원금까지 더하면 그 금액은 신병 기준으로 1억 원에 육박한다.


이는 단순한 군인 복지 확대가 아니다. 병역이라는 제도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는 선언이다.


보상의 시작은 곧 구조 개편의 신호다

체코는 2004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직업군 위주의 병력 체계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최근 안보 환경 변화 속에서 병력 부족은 불가피한 과제가 되었고, 2030년까지 현역 3만 명, 예비군 1만 명 확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문제는 청년의 인식이다. 체코라디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국이나 나토(NATO)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자원입대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0%가 “입대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단 6%만이 “반드시 입대하겠다”고 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구조에 대한 거부 반응이다.

병역 제도에 대한 신뢰, 혹은 의미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체코는 이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병역을 다시 설계하고, 선택지로 만들고, 설득 가능한 계약으로 전환한 것이다.


병역은 중단이 아닌, 연결이어야 한다

청년은 변했다. 그들에게 병역은 커리어의 단절이고, 사회와의 이탈이다. 복무 후 다시 사회에 연결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면 군 입대는 불안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병역은 국가가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과 함께 설계되어야 할 제도다. 복무 중 경력 단절을 최소화하고, 복무 후 재정착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교육, 학점, 취업, 창업 등과 연결된 연속형 병역 플랫폼이 필요하다.

체코는 보상을 꺼냈다.
이제 대한민국은 제도와 신뢰를 꺼낼 차례다.


대한민국도 물어야 할 질문

병역 자원이 줄고 있다. 병역제도는 점점 위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는 단지 병력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과 국가 간의 신뢰의 균열이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지금의 병역 제도는 청년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가?

국가는 병역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상하고 있는가?

병역은 희생의 기억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체코는 먼저 답했다.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병역을 정책으로, 신뢰로, 청년과의 계약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결론: 병역은 설득 가능한 ‘공적 계약’이 되어야 한다

병역은 명령이 아니다.
병역은 책임이며, 동시에 국가가 지켜야 할 약속이다.

청년은 ‘국방의 주체’가 아니라, ‘사회의 미래’다.
국가는 이들의 시간을 빌린 만큼, 그 시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이제, 병역 제도는 이 책임을 실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체코의 시도는 하나의 사례다.


우리는 그 사례를 단순히 보상 정책으로 볼 것이 아니라,

청년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제도적 전환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병역은 청년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앞으로의 병역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keyword
이전 13화작지만 강한군대 스마트 모병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