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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79세 생일, 군인 6600명 동원하다.

by 김재균ㅣ밀리더스

왜 지금, 왜 퍼레이드인가 2025년 6월 14일,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다시금 전차와 병력이 도심을 누비는 이례적인 장면이 펼쳐질 예정이다.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의 79번째 생일과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6,600명의 병력과 150여 대의 차량, 50대 이상의 헬리콥터를 동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이 퍼레이드는 그 규모나 성격 면에서 단순한 국가 기념행사를 넘어서, ‘정치적 군사 쇼’로 비판받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이 시점에, 이 방식으로 군사 퍼레이드를 다시 시도하려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퍼레이드가 미국 사회와 정치에 미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본 글은 퍼레이드의 기획 배경, 정치적 의도, 역사적 맥락, 그리고 기대 효과와 그 이면의 위험성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1. 트럼프의 정치적 의도: ‘군사력의 시각화’ 트럼프가 이 퍼레이드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다. 그는 군사력 자체를 하나의 정치적 언어로 본다. 그의 정치 스타일은 ‘강한 지도자’ 이미지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대규모 시각적 이벤트는 그 이미지 메이킹의 핵심 도구다.


트럼프는 이미 첫 임기 중에도 프랑스 혁명 기념일 열병식을 본 뒤 미국에서도 유사한 퍼레이드를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9,200만 달러에 이르는 비용 문제와 도로 파손 등 행정적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2025년 현재, 그는 다시 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단순히 기념행사를 넘어, 트럼프가 다시 정치적 중심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2. 상징의 결합: 생일 + 육군 250주년의 의미 트럼프는 이번 퍼레이드를 통해 두 가지 상징을 전략적으로 결합했다. 첫째는 자신의 79세 생일, 둘째는 미국 육군 창설 250주년이다. 이는 ‘개인’과 ‘국가’를 하나의 서사로 묶어, 자신이 여전히 미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는 인식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정치인은 종종 국가기념일을 개인의 정치적 무대로 활용해왔다. 특히 권위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정치인일수록 군사력과 전통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 퍼레이드 역시 이러한 ‘군사력의 상징 정치’라는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3. 보수층 결집을 위한 시각적 장치 미국 내 보수 유권자들은 전통적 가치와 국가 안보, 군사력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트럼프는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이들에게 ‘강한 미국’, ‘애국심’, ‘지도자 이미지’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한다. 이는 차기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 지지층은 시각적 상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기, 군악대, 전차, 제복을 입은 군인의 행진 등은 정치적 메시지를 시각화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도구이며, 트럼프는 이를 잘 활용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정치적 언어보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방식에 능하다.


4. 국제적 메시지: 미국의 ‘힘’을 보여주다 이번 퍼레이드는 국내 정치용만은 아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 퍼레이드가 자주 언론에 노출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군사 퍼레이드는 그 자체로 국제 질서 내 위상 과시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일관되게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왔으며, 군사력은 그 핵심 기둥 중 하나다. 그에게 군대는 단지 국방 수단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적 리더십을 상징하는 도구다.


5. 국민 통합 vs 국민 분열의 갈림길 퍼레이드가 기대하는 긍정적 효과 중 하나는 국민적 자긍심 고취와 군에 대한 감사 표현이다. 이는 군사력을 단지 정치적 수단이 아니라 ‘국민적 자산’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 특히 참전용사와 현역 장병에 대한 존중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일부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동시에 ‘군대의 정치화’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군대는 원칙적으로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조직이며,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 도구로 활용되는 순간 그 본질적 신뢰를 해칠 수 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의 동원은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6. 도시 기반 시설과 시민 피해 우려 워싱턴 D.C. 시장은 이미 “탱크가 도시 도로를 손상시킬 경우 복구에 수백만 달러가 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2018년 퍼레이드 추진 당시에도 도심 도로가 파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고, 군용 차량의 통행은 제한되었다. 이번 퍼레이드가 그대로 강행된다면 물리적 피해와 행정 부담은 상당할 것이다.


시민들의 일상 또한 영향을 받는다. 도로 통제, 교통 혼잡, 소음, 대기오염 등은 ‘기념행사’라는 명분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즉, 퍼레이드의 실질적 피해와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된다.


7. 재정적 부담: 수천만 달러의 가격표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퍼레이드를 위해서는 수천만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 인력 동원, 장비 운송, 차량 정비, 보안 인력, 숙소, 식사, 연료 등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미 전역에서 장비와 병력을 집결시키기 위한 운송 비용만으로도 상당하다.


문제는 이 예산이 어디서 충당되는가이다. 국방예산에서 전용할 경우 본래의 안보 목적이 훼손될 수 있고, 별도의 행정 예산을 투입할 경우 시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이는 퍼레이드의 명분을 더욱 약화시킨다.


8. ‘강한 지도자’ 이미지 재건의 시도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에게 이번 퍼레이드는 ‘재기’의 무대이자, 자신이 여전히 미국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장치다.

이는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차기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자신의 개인 생일과 국가 기념일을 결합해 ‘개인=국가’라는 구도를 만들어내려 한다. 이는 매우 고전적인 정치 전략이지만, 여전히 강력한 감정적 파급력을 지닌다.


9. 미국 안보 패러다임과 군의 역할 재조명 이번 퍼레이드는 미국 안보 정책과 군의 역할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군을 ‘조용한 힘’으로 간주해 왔으며, 군사력을 과시하는 국가들과는 거리를 두려 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퍼레이드는 이러한 원칙을 뒤흔드는 시도이며, 미국의 안보철학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상징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의 건강성은 민간과 군의 경계 유지에 있다. 퍼레이드는 그 경계를 흐리게 만들며, 국민의 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위험이 있다.


10. 결론: 보여주기식 정치의 위험성과 군의 중립성 회복 필요 도널드 트럼프의 2025년 군사 퍼레이드는 단순한 생일 축하 행사도, 육군 기념일 축하도 아니다. 그것은 정치적 메시지이며, 이미지 전략이며, 민군 관계에 대한 철학적 도전이다.


이 퍼레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명확하다: 보수층 결집, 국제적 존재감 과시, 군의 위상 제고.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분열의 정치, 시민 부담, 군의 정치화, 재정 낭비 등 크나큰 대가가 존재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권위’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안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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