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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친구 지도' 서비스로 군부대 위치 확인된다

SNS ‘친구 지도’ 기능, 군 보안의 무방비 사각지대

by 김재균ㅣ밀리더스

“전장은 총성이 울릴 때만 존재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속의 지도가 전장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2025년 봄, 인스타그램이 국내에 시범 도입한 새로운 기능 하나가 군사 보안 분야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름하여 ‘친구 지도(Friend Map)’. 이는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위치를 공유하고, 맛집이나 가고 있는 장소를 간편하게 추천하는 서비스다. 처음에는 그저 편리한 소셜 기능처럼 보였다. 하지만 군복을 입은 이들이 이 기능을 사용할 때, 그 ‘공간’은 더 이상 사적인 장소가 아니었다.


문제의 본질은 간단하다. 병사들의 일과 외 시간에 스마트폰 사용이 전면 허용된 현재, 만약 복무 중인 장병이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면 어떻게 될까? 한 명만이 아니라, 동일한 부대 내 여러 명이 동시에 위치를 공유한다면? 실제 이 기능은 사용자의 정확한 주소까지는 표시하지 않지만, 인근 건물의 상호, 상점 이름, 대학교나 카페명 등으로 인해 사용자의 위치가 비교적 정확히 유추된다. 이는 곧 ‘군사 시설’이 지도 위에 자동으로 찍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게 SNS라는 일상적 플랫폼을 통해 군사 정보가 천천히, 그러나 명확하게 외부에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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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장병의 위치 기록을 통해 ‘이곳이 어느 부대다’, ‘몇 명 정도 복무 중이다’ 등의 정보가 공유된 사례가 있었다. 단순한 재미나 소통을 위한 도구가, 언제든지 적에게 정보를 넘기는 창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존재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 병사들이 사용한 SNS 기록을 분석해, 부대의 위치를 추적하고 정확한 타격을 감행한 바 있다. SNS에 남긴 사진 한 장, 조깅 경로를 표시한 앱 한 줄의 기록이 탄도미사일보다 더 정확한 공격 유도 장치로 활용되는 시대다.


미군도 예외는 아니었다. 운동 기록을 공유하는 앱 ‘스트라바(Strava)’가 군인들의 조깅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아프가니스탄·시리아 등 해외 기지의 정확한 위치가 외부에 드러난 바 있다. 지도에 나타난 불규칙한 동선들이 전 세계의 적에게 미군 기지를 손쉽게 알려주는 ‘가이드북’이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군사 정보는 지도의 좌표나 종이 문서에만 담기지 않는다. 한 병사의 손에 쥔 스마트폰 속 앱 하나, 클릭 하나가 전장을 바꾸는 것이다.


군 당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군사작전 관련 위치 정보 노출 방지 대책'을 전군에 하달하며, SNS 관련 민원이 접수된 이후 조치에 착수했다. 현재도 '국방보안업무훈령'에 따라 장병이 군사작전과 관련한 위치정보를 외부에 공유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또한, 「군사기밀보호법」에 따라 군사기밀을 누설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과실로 누설하더라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실수로 SNS 기능을 켜두었을 뿐이라고 해도, 전시에 준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심각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의미다.


문제는 법적 규정만으로는 통제가 어렵다는 점이다. 장병들의 스마트폰 내 앱 설정이나 실시간 사용 기록을 일일이 감시할 수는 없다. 또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나 사용자의 거부감으로 인해 강제적 차단 역시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방부와 각 군은 다음과 같은 현실적이고 기술 기반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1. 위치 공유 차단 기술 도입

‘국방 모바일보안 앱’에 GPS 차단 및 SNS 접근 제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주요 군사 지역에서는 자동으로 SNS 실행이 제한되거나, 위치 정보가 비활성화되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2. SNS 사용 가이드라인 강화

위치 기반 기능 사용 금지, 실시간 게시물 업로드 금지, SNS 이름에 부대명 노출 금지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모든 장병에게 숙지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3. 보안 교육의 현실화

‘기밀 유출 시 처벌’ 중심의 기존 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실전형 보안 교육을 통해 장병들이 스스로 위협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보안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4. 지속적 보안 모니터링과 TF 운영

군 통신·사이버 부서 내 SNS 및 위치정보 모니터링 전담팀을 구성해 주기적인 감시, 위반 사례 기록, 즉각적 조치를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군사 시설의 위치 정보가 SNS를 통해 노출되는 것은 단순한 개인 실수가 아닌 안보적 중대 사안”이라

“국방부는 GPS 차단 기능을 강화하고 보안 위반에 대한 처벌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전은 탄약보다 정보, 무기보다 네트워크가 승패를 가른다. 군사기밀의 유출은 더 이상 간첩이나 해킹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병사의 손끝, SNS의 설정 하나가 국가 안보를 좌우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치명적 약점. 지금이야말로, 그 약점을 봉인할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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