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된 진단서로 얻은 43일간의 휴가, 그리고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
2025년 5월 1일, 부산지방법원 형사14단독 재판부는 현역 군 복무 중 허위 진단서를 제출하고 43일간 휴가를 다녀온 20대 병사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하며, 군 기강을 해치는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버지가 간암에 걸려 수술을 받는다는 거짓말을 지휘관에게 해 공무집행을 방해했고, 근무를 피하기 위해 진료소견서와 확인서를 위조하여 제출했으며, 이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했다.
해당 병사인 ㄱ씨는 육군의 한 부대에서 취사병으로 복무 중이었다. 2023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두 달여 동안 그는 총 다섯 차례에 걸쳐 43일의 휴가를 다녀왔다. 그는 자신이 맡은 보직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휘관에게 아버지의 간암 수술과 수술 후 간병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고, 이를 통해 병가 및 가족돌봄휴가 등을 연이어 승인받았다. 하지만 이후 군 내부 조사 결과, ㄱ씨의 부친은 실제로 간암 진단을 받은 적도 없고 병원 진료나 수술을 받은 사실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진료서 양식에 허위 내용을 기입하고 이를 인쇄하여 공식 문서처럼 부대에 제출했다. 이후에도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아 추가 수술이 필요하다”는 식의 설명을 덧붙이며 휴가를 연장하려 했고, 병원 측에 직접 연락하거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부대 행정체계의 허점을 이용했다. 그의 계획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군 전체 행정의 신뢰를 악용한 범죄행위로 평가됐다.
이 사건은 단지 한 병사의 도덕적 일탈로만 볼 수 없다. 군 복무 중 발생한 이와 같은 허위 보고는 실제로 작전 및 근무 배치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동료 병사들에게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전가함으로써 전반적인 병영 운영의 효율성과 신뢰 기반을 훼손한다. 특히 병사의 제출 서류가 사실상 확인 없이 지휘관의 재량으로 처리되는 현재의 구조는 제도적으로도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다.
군은 일반적으로 병사의 가족이 중병에 걸리거나 수술을 받는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특별휴가나 병가를 허용한다. 이는 인간적 배려이자 복지의 일환으로 존중받아야 할 제도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의 선의를 악용하는 경우, 선량한 병사들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SNS나 병사 커뮤니티 등에서는 ‘병가를 받는 요령’, ‘의사 지인에게 부탁해 휴가를 얻는 법’ 같은 왜곡된 정보가 공유되는 사례도 있어, 군 내부 윤리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번 판결을 통해 법원은 허위 진단서 제출과 공무집행방해, 근무기피 목적 위계 행위 등이 복합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고, 이는 향후 유사 사건에 대한 법적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재판부가 “지휘관의 판단을 악용한 점과 공식 행정체계에 허위 정보가 반영되도록 유도한 행위는 중대하다”고 강조한 부분은, 병사의 잘못뿐 아니라 제도 운영의 허점까지 돌아보게 한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행정망과 민간 의료기관 간의 연동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병사가 제출하는 진단서나 확인서가 실제 의료기관에서 발급된 것인지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고, 위조를 방지하는 전자 인증 방식의 도입이 요구된다. 또한, 고강도 업무에 노출된 취사병, 감시병, 운전병 등 특정 직책에 대한 정기적인 심리 상담과 복무 스트레스 점검 제도를 도입해 병사의 일탈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한 병사의 범죄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군이 장병에게 요구하는 충실한 복무 의무는 공동체적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데, 이를 무너뜨리는 일탈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조직 전체가 반성하고 제도를 개선할 계기로 삼아야 한다. '43일의 거짓 휴가'가 사회적으로 이토록 큰 파장을 불러온 것은, 단지 허위 진단서 때문만이 아니라, 병사의 행동이 병영이라는 공동체 내 신뢰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병사의 책임은 명확하지만, 그를 둘러싼 병영 환경과 제도 또한 함께 돌아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