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의 장군 감축, 그 의미와 한반도 전략의 재편 신호
2025년 5월, 미국 국방부는 고위 장군 직위 감축이라는 중대한 군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서명한 이 개편안은 단순한 군 내부의 인사조정이 아니라, 미군의 세계적 운용 전략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중대한 변화의 신호탄이다. 그 핵심에는 4성 장군 20% 감축이라는 목표가 있으며, 이는 현재 44명에 달하는 4성 장군 중 최소 9명 이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은 단순한 숫자의 조정이 아니라, 군의 구조적 효율성 제고와 전략적 우선순위의 조정이라는 본질적 목적을 지닌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고위 지휘체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특히 한반도 안보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주한미군사령관의 지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현재 주한미군사령관은 4성 장군이 맡고 있으며, 주한미군사령관 외에도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주한미군 선임장교 등 네 가지 지위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중첩된 역할은 한국 안보의 특수성과 대북 억제라는 독자적 전략적 필요성에 기반한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대외 군사전략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있으며, 이 변화가 결국 주한미군사령부의 위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장관은 이번 개편안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단 7명의 4성 장군만으로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발언을 통해 현재 44명에 이르는 4성 장군 체제를 비판하였다. 그는 현 지휘구조가 계급 인플레이션을 낳고 있다고 주장하며, 장성 직위 감축은 군의 작전적 유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필연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상징적 자리로 여겨지던 직책들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 흐름 속에서 주한미군사령부의 지휘체계도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계급을 4성에서 3성으로 낮추고, 현재 수행 중인 연합사령관 및 유엔사령관 직책을 통합하거나 재편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주한미군사령관은 미측 연합부사령관 역할을 겸하게 되며,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사령관을 맡는 구조와도 정합성을 갖게 된다. 실제로 한미는 2018년 전작권 전환을 합의하면서 이러한 지휘구조 개편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며, 이번 개편안은 그 흐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의 제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One Theater' 구상도 주한미군사령관의 지위 변동과 관련이 깊다. 일본은 동중국해, 남중국해, 한반도를 하나의 작전 전구로 통합하고 이를 미일 주도의 지휘체계로 운용하자고 제안했다. 이 경우, 주일미군사령관이 4성으로 승격되고, 주한미군사령관은 3성으로 격하되는 지휘구조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 국방부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미국은 이미 올해 3월 '임시 국가방위전략지침'을 통해 중국을 가장 중요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대만 방어 및 남중국해 안보를 최우선 전략으로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등 동맹국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분담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일본이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전략 구도 하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북 억제라는 독자적 임무보다는 중국 견제를 위한 보조 작전 단위로 재편될 수 있다. 이는 곧 주한미군사령관의 계급과 위상 변화로 직결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해 반론도 존재한다.
첫째, 한반도는 여전히 북한이라는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군사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주한미군은 단순한 작전 단위가 아닌 지역 안정의 상징적 존재라는 점에서 고위 지휘관의 지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둘째,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 간의 지휘권 조정은 상징성과 실질적 효율성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야 하며, 주한미군사령관의 3성 전환은 한국 내 보수 여론 및 정치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셋째, 미국 내에서도 군 구조 개편에 대한 회의론이 존재한다. 4성 장군 감축이 실제로 작전 효율성 증대로 이어질 것인지, 동맹국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 없이 추진되는 감축은 오히려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넷째,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 구도에서 한국은 지정학적, 전략적으로 여전히 핵심적 위치에 있으며, 주한미군의 지휘구조를 격하하는 것은 오히려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계급 조정이라는 인사적 문제를 넘어, 미국의 세계 전략 재편, 동아시아 군사 균형, 한미동맹의 미래 구도까지 포괄하는 중대한 전환점이다. 한국 정부는 단순히 주한미군사령관의 계급 유지 여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 변화 속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맡을 것인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동맹은 고정된 구조물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의 공동 설계물이다. 이제는 한국이 그 설계의 중심에 서야 할 때다.
미국의 군 구조 개편은 앞으로 수년간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한미군사령부의 위상 변화가 당장 현실화되지는 않더라도, 그 방향성과 흐름은 이미 설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이에 대응하여 외교·안보 전략을 조율하고, 국방 독자성을 높이는 동시에 한미동맹의 신뢰와 공고함을 유지하는 이중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야 한다.
우리는 단지 하나의 계급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안보 위상과 동맹 관계의 방향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재정립하는 기로에 서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3성 격하 논의는 그 출발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