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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에 남겨진 K-2, 그날 군은 잠들어 있었다

by 김재균ㅣ밀리더스

며칠 전, 한 줄의 뉴스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렌터카에 K-2 소총 둔 채 반납한 軍…사흘 후 민간인이 발견.”
처음엔 오보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육군 부대의 한 부사관이 신병을 렌터카로 부대에 인솔한 후, 신병이 가지고 있던 K-2 소총이 차량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부사관은 그 사실조차 모른 채 렌터카를 반납했고, 총기는 민간인에 의해 사흘 뒤에야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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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건 총기 자체의 분실보다도, 사흘이 지나도록 군 내부 누구도 총기가 사라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누군가 신고하지 않았다면, 과연 지금까지도 몰랐을 수도 있었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할 수도 있지 않냐"고. 하지만 그 말이 군대에는 통하지 않는다. 군은 실수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특수한 조직이다. 한 사람의 방심이나 절차상의 누락이, 수많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곳이 바로 군대다. 특히 총기와 같은 위험한 장비는 단 한 순간도 소홀히 다뤄져선 안 된다.


이 사건에서 가장 문제인 것은 단순히 총기를 차에 두고 내린 실수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누구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신병은 자신의 총기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인솔한 부사관도 이를 몰랐다. 부대 역시 복귀 후 총기 회수나 점검 절차에서 아무런 이상을 감지하지 못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가 직면하는 질문은 명확하다. 지금 우리 군은 정말 안전한가?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신뢰할 수 있는가?


만약 그 총기가 다른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불법적인 목적에 사용되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군은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고 말한다. 과연 ‘다행’이라는 말로 이 사안을 덮을 수 있을까.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는 말이, 국민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3일간 총기가 어디에 있었는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는지를 상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국민의 불안은 더 커졌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실수로 보기 어렵다. 이는 군 전체의 관리 체계와 기강, 인식 수준에 대한 문제다. 군은 총기를 생명처럼 다루는 조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바쁘고 피곤한 상황이라 해도 장비 하나하나를 끝까지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 기본이 무너졌다면, 군 전체의 신뢰 기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군 조직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하는가이다. 단순히 관련자 징계로 끝나서는 안 된다. 문제의 근본은 ‘누락’과 ‘무관심’ 속에 숨어 있는 구조적 허점이다. 실수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그 실수를 빠르게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가 없다면, 더 큰 사고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지금도 수많은 장병들이 총기를 들고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그들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여전히 크다. 하지만 그 신뢰는 ‘안전한 군대’라는 전제 위에 서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그 전제를 시험하는 하나의 경고음일 수 있다.


총기는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그것은 군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힘이며, 책임이다. 총기를 잊은 군대는 곧 책임을 잊은 군대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반성’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이 사건이 군의 경각심을 다시 일깨우고, 시스템을 점검하고, 책임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다시 묻는다.


우리는 군을 믿고 있는가. 그리고 군은,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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