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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이기는 군대” 이재명 대통령의 안보

by 김재균ㅣ밀리더스

2025년 6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군의 최전방 부대인 경기도 연천군 육군 제25보병사단 비룡전망대를 방문했다.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위문 방문이 아닌, 국가안보의 방향성과 군의 존재 이유에 대해 국민과 장병 모두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대통령은 장병들에게 "여러분이 있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을 살아간다"고 말하며, 전방을 지키는 병사들의 헌신에 깊은 감사를 전했다. 그러나 그가 전한 메시지는 단순한 감사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군이 존재해야 하는 근본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군대는 싸우기 위한 조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쟁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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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이어 "싸움을 만들지 않게 하는 것은 정치가 할 일이고, 그 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력을 갖추는 것은 군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는 명확한 역할 분담의 선언이었다. 정치는 갈등을 예방하고 외교적 해법을 마련해야 하며, 군은 그러한 정치적 노력의 기반 위에 굳건한 억지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군부대 방문은 대통령의 대북 정책 방향과 안보 철학을 선명히 드러낸 기회였다.


군이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단지 물리적 방어가 아닌 심리적 안전감이다. "저들이 우리를 지키고 있다면, 우리가 어떤 위협에 직면하더라도 안전할 것이다"라는 신뢰. 이러한 신뢰는 결코 말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된 훈련, 정교한 작전 태세, 그리고 끊임없는 정보 분석과 연구를 통해서만 비로소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다.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직업군인의 핵심인 '전문성'은 바로 이러한 준비성과 실전 역량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전쟁 억지력은 무기의 화력보다는 태세에서 비롯된다. 전시가 아니라 평시에 군이 얼마만큼 실전적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느냐가 억지력의 핵심이다. 적이 감히 공격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전쟁 억지이며, 그것이 군이 지녀야 할 본질적인 역량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싸움 없는 평화를 위한 억지력 구축을 장병들에게 강조했던 것이다.


이번 방문은 최근 정권의 대북정책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취임 일주일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전방 심리전의 상징적 수단을 멈추는 것이자, 긴장 완화의 신호탄이었다. 북한 역시 이에 호응해 소음 방송을 멈췄고, 마치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처럼 남북 관계가 일시적으로나마 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물론 이 같은 조치가 가져올 외교적 함의에 대한 판단은 국민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치적 결정들이 군의 준비태세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민통제 하에 정권이 정책을 결정하되, 군은 그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전문성과 대응 능력을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 군은 정치의 하수인이 아닌, 국가 생존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 전략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시키는 동시에,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동맹에 가까운 밀착을 초래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전투 경험을 흡수하고 있으며, 자국 군 현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만 높인 채 평화로 나아가는 문은 더욱 좁아지게 만들었다. 강경일변도의 외교·안보정책이 늘 효과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군은 단지 싸우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싸움을 억제하기 위한 존재다. 싸우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설령 싸움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것. 이 두 가지가 병행될 때, 군은 비로소 평화를 만드는 기관이 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고전적 격언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장병들을 향해 "여러분은 공동체의 생존을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는 군을 정치적 도구가 아닌, 국민과 국가의 실질적 방패로 보는 시각을 잘 보여준다. 군의 전문성과 존재 이유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한 발언이자, 군이 정치에 의해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는 신념의 표현이었다.

이날 대통령의 방문과 발언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한민국 군대의 정체성을 되새기고, 우리 사회가 국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제시한 하나의 선언문이었다. 싸움을 막는 것은 정치의 몫이지만, 싸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지력을 준비하는 것은 군의 몫이라는 말은, 앞으로의 안보정책 방향과 국방의 역할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메시지다.


우리는 지금도 평화 속에 살아간다. 그러나 그 평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장병들의 피와 땀, 준비된 전력, 그리고 억지력 위에 서 있는 '긴장된 평화'일 뿐이다. 싸움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리고 싸움이 벌어지더라도 반드시 지켜내기 위해 오늘도 군은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이유, 바로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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