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스라엘 vs. 이란: 중동을 삼킨 전쟁의 민낯”

by 김재균ㅣ밀리더스

2025년, 중동의 하늘은 다시 짙은 연기를 머금고 있다. 하마스의 기습과 헤즈볼라의 도발, 그리고 이란의 핵무장 의혹이 겹쳐지며, 이스라엘은 결국 이란 본토를 향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언론은 이 전쟁을 일제히 보도하며 "중동판 세계대전"이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쟁은 하루아침에 발생한 돌발 사태가 아니다. 그 뿌리는 오래전부터 자라온 종교적 적대감, 지정학적 이해관계, 군사적 긴장감 위에 놓인 채, 예고된 충돌로 다가왔다.

이란 이스라엘.png

이스라엘과 이란, 두 국가는 한때 가까운 사이였다. 1960년대와 70년대까지 이스라엘은 이란 왕정 하에서 석유를 공급받았고, 이란은 이스라엘로부터 군사 기술을 수입했다. 그러나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며 그 모든 관계는 단절되었다.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이스라엘은 "시온주의 적"으로 규정되었고, 그로부터 이란은 중동 전역에 반이스라엘 무장조직을 육성하며 '대리전(proxy war)'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다.


이란은 직접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이지 않는다. 대신 하마스, 헤즈볼라,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에 군자금과 무기를 지원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해왔다. 특히 하마스는 2023년 10월 대규모 기습 공격을 감행하며 이스라엘에게 중대한 안보 위협을 안겼고, 이는 이스라엘이 "모든 배후를 응징하겠다"는 전략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이란 본토를 직접 타격하겠다는 결심은 단순한 대응이 아닌, 전면전의 서막이었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이 이스라엘의 결정을 결정적으로 이끈 요인이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란은 오랜 기간 핵 프로그램을 추진해왔고,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로 일시적인 제한을 받았지만,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이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이란은 본격적인 농축우라늄 확보에 나섰다. 2024년 국제원자력기구는 이란이 84%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사실상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문턱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로서는 '결정적 선제타격'의 명분이 갖춰진 셈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을 '정당한 자위권의 행사'라고 주장한다. 핵무장을 목전에 둔 적국을 가만히 둘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공군은 이란 내 핵시설, 군사기지, 미사일 발사기지 등을 정밀 타격하며 전면적인 군사작전에 돌입했다. 반면, 이란은 즉각 보복에 나서며 텔아비브를 포함한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전면전의 양상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와중에 헤즈볼라와 하마스도 일제히 국경에서 도발을 재개하면서, 전선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단순히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좌절시키는 것을 넘어서, 더 큰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중동에서 이란이 구축한 '시아파 벨트'를 무너뜨리고, 반이스라엘 무장조직에 대한 공급선을 단절시키려는 목적이다. 이는 단기적인 군사작전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이스라엘은 이번 작전을 통해 중동 질서 자체를 재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둘째,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다시 견고히 다지려는 외교적 목표도 숨어 있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다소 거리를 두었던 대이스라엘 정책을 전환시키기 위해, 이스라엘은 '안보위기'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개입을 유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미국, 영국 등은 이스라엘의 안보 상황을 이해하며 군사 지원을 고려하고 있으나, 유럽연합과 UN은 민간인 피해 우려를 제기하며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에 대한 지지 입장을 보이며,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서, 새로운 국제 질서의 시험대로 기능하게 되었다.


중동 각국의 반응도 미묘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4년 이란과의 외교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이번 전쟁을 계기로 다시 미국과 이스라엘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요르단과 이집트는 전쟁 확산을 우려하며 중재 역할을 시도하고 있으나, 내부 정치 불안정으로 인해 적극적인 역할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시리아와 레바논은 전쟁의 최전선이 되어 다시 한번 무력 충돌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전쟁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장기전에 강한 전략을 구사해왔고, 이스라엘도 단기 성과보다 구조적 전환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충돌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또한, 양국 모두 내부 정치적으로 전쟁을 통해 결속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이 전쟁의 본질은 단순한 무력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생존'과 '이념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다.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되새기며, 또다시 위협당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이란은 이슬람 혁명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항전"이라는 명분을 포기할 수 없다. 양측 모두 돌아갈 다리를 이미 태워버렸다.


결국, 이스라엘은 이 전쟁을 통해 안보의 심리적 경계선을 확장하고, 중동 내에서의 군사적 억지력과 외교적 입지를 재건하려 한다. 동시에 이란은 체제 수호와 지역 패권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선택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중동은 다시 한번 격동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싸우지 않고 이기는 군대” 이재명 대통령의 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