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중동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병력과 전장의 대결을 넘어 ‘무기’라는 결정적 요소가 갈등의 본질을 형성하고 있다. 이 전쟁은 단순히 총알과 미사일이 오가는 전투가 아니라, 각각의 무기 체계가 어떤 전략을 담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국가의 생존 논리에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이스라엘은 국토는 작지만 군사력은 강하다. 이는 선제공격 능력과 정밀 타격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무기 체계 덕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다층 방공 시스템이다. ‘아이언돔(Iron Dome)’은 가자지구에서 날아오는 단거리 로켓을 요격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며, ‘다비드슬링(David’s Sling)’은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애로우(Arrow)’ 체계는 이란 등에서 날아오는 장거리 미사일을 막아낸다. 이 삼중 방어체계는 이스라엘 영공을 실질적으로 ‘전자방패’로 감싸고 있으며, 지금까지 수천 건의 요격 성공 사례를 기록했다.
공군력 또한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 전략의 핵심이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F-35 스텔스기를 실전에 배치한 국가 중 하나다. 이들은 자체 개조된 ‘F-35I 아디르(Adir)’ 기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거리 작전, 정밀 타격, 전자전 등 다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이 기체는 이란 핵시설과 같은 고위험 표적에 대한 은밀한 침투 및 파괴 작전에 필수적인 전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진정한 강점은 ‘사이버 전쟁’과 드론 전력이다. 이미 2010년대 초반,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겨냥해 ‘스턱스넷(Stuxnet)’ 바이러스를 배포하여 원심분리기를 망가뜨린 바 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전자전 부대와 함께 사이버 작전 능력을 적극 활용하며, 이란의 방공망, 통신체계, 핵개발 데이터 등에 비정규 공격을 가하고 있다. 또한 ‘하롭(Harop)’ 자폭 드론은 적 레이더나 지휘소를 감지해 스스로 타격하는 ‘로밍 탄약’으로서, 기존의 미사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동성과 효율성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과는 다른 방식으로 무력 체계를 운영한다. 이란은 대규모 전면전보다 ‘지속적 소모전’을 추구한다. 하마스, 헤즈볼라, 시리아 내 민병대 등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그들을 통해 ‘대리전(proxies)’을 수행함으로써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견제해왔다. 이 전략의 중심에 있는 무기는 바로 드론과 탄도미사일이다.
이란의 드론 프로그램은 단순한 저비용 전력이 아니라 전략 무기다. 대표적인 ‘샤헤드-136(Shahed-136)’ 자폭 드론은 저가이면서도 GPS 유도 기능이 있으며, 다량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이스라엘의 고가 방공망을 소진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한 바로 그 드론이기도 하다. 이란은 이를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 등에도 공급하며, 실질적인 ‘무기 공급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역시 이란 전략의 핵심이다. ‘샤합(Shahab)’ 시리즈, ‘페르시안 걸프’, ‘세질’ 등은 중장거리 미사일로, 이스라엘 전역을 사거리로 두고 있다. 특히 이란은 미사일의 정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며, 핵탄두 운반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직결된다. 만약 이란이 핵무장을 현실화한다면, 이 미사일들은 단순한 위협 수준을 넘어 ‘실전용 핵전력’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핵 문제는 이 전쟁의 근원적 변수다. 이란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주장하지만, 그동안 국제사회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고 판단해왔다. 실제로 이란은 2024년 기준으로 84% 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이는 사실상 핵탄두 생산에 필요한 문턱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는 단순한 전략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위협’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나탄즈, 포르도, 아락 등)을 정밀 타격하거나, 필요시에는 핵무기로 보복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국제사회에 보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스라엘이 공식적으로는 핵보유국이 아니지만,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모호한 핵국가(opaque nuclear power)'라는 점이다. 이는 억지력 전략의 일환이다. 이스라엘은 핵을 가졌다고도, 안 가졌다고도 말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적국은 이스라엘의 반격 수단에 대해 명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핵 모호성 전략’은 이스라엘이 다수의 적에 둘러싸인 중동에서 살아남는 핵심 기제로 작동해왔다.
결국,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무기’ 그 자체의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무기를 둘러싼 전략, 기술, 심리전, 정치적 명분의 전쟁이다. 이스라엘은 적은 병력으로 최대 효과를 발휘하는 고도화된 무기 시스템으로 안보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란은 불균형 전력 구조 하에서 '대량생산-확산-소모'를 기반으로 하는 비대칭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두 국가가 단지 다른 무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전쟁을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 전쟁은 무기 기술이 단순히 전장의 우열을 가르는 수단을 넘어, 정치적 목적을 관철시키는 결정적 도구로 활용되는 모습을 더욱 뚜렷이 보여줄 것이다. 무기의 진화는 곧 전쟁의 진화이며, 중동은 그 실험장이 되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 이 두 나라의 무기 경쟁은 단순한 무력 대결이 아닌, 이념과 생존, 체제와 역사, 기술과 전략이 응축된 ‘총체적 대결’로서, 오늘날 국제안보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