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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판을 바꾼 드론, 이스라엘과 이란 하늘전쟁

by 김재균ㅣ밀리더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중동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단순한 병력과 전장의 대결을 넘어 ‘무기’라는 결정적 요소가 갈등의 본질을 형성하고 있다. 이 전쟁은 단순히 총알과 미사일이 오가는 전투가 아니라, 각각의 무기 체계가 어떤 전략을 담고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국가의 생존 논리에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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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가장 주목받는 전력은 바로 ‘드론’이다. 드론은 더 이상 정보 수집이나 정찰에만 쓰이는 장비가 아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드론을 전면전에서 공격과 방어, 심리전과 전략적 타격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번 전쟁을 통해 드론의 전술적 가치가 얼마나 진화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은 고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드론을 운용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롭(Harop)' 자폭 드론이다. 이 드론은 적의 레이더 신호나 전파 교신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탐색 및 접근하여 자폭하는 '로밍 탄약(loitering munition)'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롭은 미사일보다 저렴하고, 정찰과 타격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어, 이스라엘 공군과 정보기관 모두에서 핵심 전력으로 운용되고 있다. 실제 이번 전쟁에서도 하롭은 이란과 그 대리세력의 지휘소, 통신기지, 방공레이더를 정밀 타격하며 실전 효과를 입증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은 고정익 정찰 드론과 무장 드론을 병행 운용하면서도, 드론 전력의 실시간 통합 지휘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전술적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전술 목표가 드론으로 사전 정찰되고, 이후 스텔스 전투기 혹은 지상 특수부대가 들어가는 형태는 이스라엘 특유의 ‘다중작전 결합 모델’의 핵심이다.


실제로 2025년 4월, 시리아 알마자 지역의 이란 무기고를 겨냥한 이스라엘 공습 작전에서도 드론은 선도 정찰 역할을 수행했다. 작전 전날 밤, 이스라엘은 다수의 '에이탄(Eitan)' 고고도 장기체공 드론을 띄워 해당 지역의 방공망을 분석했고, 이어지는 새벽에는 하롭 드론으로 핵심 통신소를 무력화한 후 F-35I 전투기가 핵심 표적을 정밀 타격했다. 이 작전은 드론이 전투의 선두에서 정보·교란·타격까지 맡는 ‘무인 종합작전체계’로 활용된 대표 사례로 기록된다.


반면, 이란의 드론 활용 방식은 전혀 다른 전략을 지향한다. 이란은 드론을 ‘대량 생산, 광범위 배포, 지속적 공격’이라는 세 가지 원칙 하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드론인 '샤헤드-136(Shahed-136)'은 저가의 자폭 드론으로, GPS 유도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으며, 속도는 느리지만 다량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규모 소모전에 특화되어 있다. 이란은 이 드론을 직접 사용하기도 하지만, 헤즈볼라,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에도 공급하여 ‘드론 확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25년 5월, 하이파 항구 인근에서 발생한 이란 드론 공격은 이 전략이 얼마나 실효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란은 약 80여 대의 샤헤드 드론을 이스라엘 북부에 동시에 투입했고, 이 중 15여 대가 방공망을 뚫고 이스라엘 민간 시설 인근에 도달했다. 비록 대부분이 요격되었지만, 일부 드론이 인근 정유시설의 보조 탱크를 파괴하면서 큰 화재가 발생했고, 지역 주민 수천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는 저비용 드론의 다량 투입이 방공망을 압박하고 실질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였다.


이란은 또한 이 드론 전술을 통해 ‘비용의 비대칭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즉, 수천만 원짜리 자폭 드론 한 대를 보내면, 이스라엘은 수억 원대의 요격 미사일로 막아야 하는 셈이다. 이는 군사적 효율성만이 아니라, 경제적 출혈도 노린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게다가 이란은 드론을 통해 이스라엘의 심리적 불안과 공황을 유도하며, 국내 여론과 정치적 압박도 함께 일으키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고정밀·고기능 드론을 통해 '적을 선제 타격하고, 위험을 사전에 제거하는 전략'을, 이란은 저비용·다량 투입 드론으로 '방공망을 소모시키고, 공황을 유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드론은 이제 더 이상 보조 병기가 아니라 전쟁 양상을 결정짓는 핵심 전략무기로 진화했으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은 바로 이 드론 전략의 실전 실험장이 되고 있다.


이 전쟁을 통해 우리는 현대전의 새로운 표준을 확인하게 된다. 드론은 전장 곳곳에 존재하며,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 적을 압박하고, 보이지 않는 시선으로 정보를 수집하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폭발적 공격으로 전환한다. '하늘의 유령'이라 불리는 이 존재는 더 이상 미래의 무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현실의 전장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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