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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스라엘 충돌과 모사드 정보부대 소개

by 김재균ㅣ밀리더스

전 세계가 미국과 중국의 대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주목하고 있던 사이, 또 하나의 전선이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열렸다. 하지만 이 전쟁은 기존의 전차와 전투기, 병사들이 주고받는 ‘눈에 보이는 전투’가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침투와 정보, 암살과 사이버 전쟁이 중심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모사드(Mossad)’라는 이름의 이스라엘 특수정보기관이 있었다.

모사드는 군대가 아니다. 그들은 국경도 계급도, 심지어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전사들이다.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도, 모사드는 전쟁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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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보이지 않는 방패, 모사드

모사드는 1949년 창설된 이스라엘의 대외첩보기관이다. 조직의 정식 명칭은 “메코레트 하-모다인 레타피엘리"로, ‘정보와 특별임무 센터’라는 뜻을 가진다. 그 임무는 단순하지 않다. 정보 수집은 기본이며,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적국의 위협 인물이나 핵심 인프라를 파괴하고, 때론 암살하며, 때론 납치한다. 공작원들의 신분은 대부분 익명이고, 작전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정보기관이 많지만, 모사드는 전통적인 국가정보기관 이상의 ‘행동 조직’이다.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행동하는 기관이다. CIA나 MI6가 외교적 테두리 안에서 움직인다면, 모사드는 국가 존망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는 ‘전사’다.


이란-이스라엘 전쟁, 그리고 정보전의 시작

2025년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 충돌은 이미 예견된 전쟁이었다. 이란의 핵개발 의혹은 오랜 기간 이스라엘의 전략적 우려였고, 그 중심에는 나탄즈(Natanz), 포르도(Fordo) 등 핵시설이 있었다. 동시에 이란은 시리아, 레바논, 예멘을 통해 이스라엘을 포위하듯 무장세력을 배치해왔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반군은 모두 이란의 무기와 자금을 지원받으며 이스라엘을 겨냥한 전선을 구축했다.

이러한 비대칭적 위협 속에서 이스라엘이 믿을 수 있었던 건 단 하나—정보였다. 그리고 이 정보를 다루는 주체가 바로 모사드였다.


이번 전쟁에서 모사드가 한 일

전쟁 초기, 이란은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하며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그러나 그중 다수가 공중에서 요격되거나 미리 대응이 이뤄졌다는 점은, 단순한 방공 시스템의 승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공격 시점과 방향을 예측해낸 정보전의 승리였다.

특히 모사드는 이란 내부의 군사시설 좌표, 드론 조작 기지, 통신망 허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 정보를 기반으로 이스라엘 공군과 사이버 작전부대는 이란의 핵심 기반시설을 타격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25년 4월에 있었던 이스파한 드론 연구소 폭발은 공식 발표 없이도 모사드의 소행으로 널리 알려졌다.


키돈 부대: 침묵 속의 암살자들

모사드 내부에는 ‘키돈(Kidon)’이라 불리는 특수 작전팀이 있다. 히브리어로 ‘창끝’이라는 뜻을 가진 이 팀은, 오직 암살과 납치 등 물리적 제거 작전을 위해 존재한다. 이번 전쟁에서도 키돈은 이란, 레바논, 시리아 전역에 퍼져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 장교와 테러조직 리더들을 대상으로 은밀한 타격을 수행했다.

실제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대령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정체불명의 차량 폭발로 사망했으며, 레바논에서는 하마스 정보국장이 자택에서 제거되는 사건이 있었다. 공통점은 어느 사건에도 이스라엘의 공식 언급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정밀성과 수법을 두고 "모사드의 전형적인 서명(signature)"이라 평했다.


디지털 전쟁의 주도권도 모사드에게

전통적인 총과 미사일만으로 전쟁이 이뤄지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오늘날 전쟁의 핵심은 디지털, 즉 사이버 영역이다. 이 부분에서도 모사드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모사드는 이스라엘의 사이버부대인 Unit 8200과 협력해 이란의 방공망을 무력화했다. 이들은 드론 기지와 미사일 사일로, 통신망을 타깃으로 해킹을 감행했고, 그 결과 이란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일부 드론은 이륙 직전 폭발하거나, 목적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모사드의 디지털 공세였다.


이스라엘 전쟁사에서의 모사드

이번 전쟁에서의 모사드의 역할은 단일한 사건이 아니다. 이들은 이스라엘 역사 내내 ‘보이지 않는 전선’에서 싸워왔다. 1960년, 모사드는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을 아르헨티나에서 납치해 이스라엘로 데려왔다. 아이히만은 홀로코스트 계획의 실무 책임자로, 당시 작전은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이 사건은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정의는 스스로 완성한다"는 의지를 세계에 알린 상징이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테러단의 이스라엘 선수단 학살 사건 이후, 모사드는 ‘분노의 작전(Operation Wrath of God)’을 시작했다. 수년간 테러 배후 인물들을 전 세계에서 추적해 제거한 이 작전은 지금도 정보기관의 교본으로 회자된다.

2007년, 시리아 핵시설 폭격 작전 역시 모사드의 사전 정찰과 정보 수집 없이는 불가능했다. 모사드는 시리아 내부에 침투해 시설 사진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 공군은 정밀 타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모사드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

이스라엘은 지리적으로 외톨이 국가다. 모든 주변국이 적이며, 언제든 침략당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군사력만으로 국가를 지킬 수 없다. 핵심은 ‘선제 대응’이며, 그 시작은 언제나 정보다.

모사드는 바로 이 정보전의 전위부대다. 그들은 전쟁을 막기 위해 먼저 움직이며,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는 적의 숨통을 가장 먼저 조이는 그림자 전사다. 군이 전면에서 전쟁을 벌인다면, 모사드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 이미 승부를 결정짓는 자들이다.


모사드는 단순한 정보기관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생존을 위해 그림자 속에서 싸우는 정신’ 그 자체다.

오늘도 모사드는 어디선가 조용히 작전을 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한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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