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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초급간부 처우 개혁, 단순한 급여 인상을 넘어

by 김재균ㅣ밀리더스

1. 초급간부 위기의 시대

2025년 현재, 대한민국 군 조직은 인구 절벽과 청년 세대의 병역 기피라는 복합적인 위기 속에 놓여 있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존재는 초급간부다. 병사들의 일상 생활을 지도하고, 부대 운영의 실무를 담당하는 초급간부는 말 그대로 ‘군의 허리’이지만, 그 위상은 점점 흔들리고 있다.

병장의 월급이 200만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초급간부는 병사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낮은 실질 소득을 받으며 더 많은 책임을 감당하고 있다. 이처럼 불합리한 구조는 “병사보다 간부가 더 힘들다”는 인식을 낳고 있으며, 이는 곧 ROTC와 학사장교, 부사관학교의 지원율 저하와 중간 간부의 조기 전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군 초급간부의 초봉을 300만 원 이상으로 인상하고, 간부 정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급여 조정이 아니라, 군 조직의 인력 구조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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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병사-간부 급여 역전현상과 그 여파

과거 병사의 급여는 ‘용돈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병사의 최소 생계 보장을 목표로 급여가 대폭 인상되면서, 2025년 기준 병장은 기본급 150만 원에 '내일준비적금' 55만 원을 더해 총 205만 원의 실질 소득을 누리게 되었다. 반면, 초급간부인 소위와 하사의 기본급은 190만 원 수준에 불과하며, 각종 수당을 더해도 월 250만 원을 간신히 넘긴다. 더욱이 병사에게는 의식주가 국가로부터 무상 제공되지만, 간부는 기숙사비, 식비, 교통비 등 대부분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이로 인해 간부의 체감 소득은 병사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상대적 박탈감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간부라는 직업의 매력을 급격히 떨어뜨리고 있으며, 병사 관리와 훈련, 작전 수행에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인력들이 이탈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 무너진 초급간부의 사기와 군의 전투력 저하

“차라리 병장이 낫다”는 말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ROTC, 학사장교, 부사관 등 초급간부 지원율은 해마다 하락하고 있으며, 이미 임관한 간부들도 장기복무 대신 조기 전역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초급간부의 이탈은 단순한 인력 수급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휘체계의 혼란, 병영훈련의 질 저하, 병사 통솔력 약화로 이어져 전반적인 부대 전투력의 저하를 초래한다. 병사에게 가장 가까운 리더이자 롤모델이 무너진다는 것은, 군 전체의 신뢰 구조가 무너진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4. 월급 300만 원, 실현 가능한가?

정부가 계획 중인 초급간부 월급 300만 원 인상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다. 현재 하사 인원 약 9천 명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예산 약 3천억 원이 필요하며 이는 국방예산 내 조정을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조치는 급여 인상을 넘어, 군 간부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회복시키는 데 의의가 있다. 일반 직장 초봉 평균이 250만~280만 원임을 감안할 때, 300만 원은 청년 세대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나아가, 간부의 짧은 정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면 장기 복무에 대한 유인도 높아질 것이다.


5. 간부 정년 연장의 필요성

대한민국 군 간부는 일반 직업인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정년을 맞는다. 중사는 45세, 상사는 53세, 원사도 대부분 55세 이전에 전역한다. 이는 대부분 가정의 생계가 한창 무거워지는 시기이며, 정년 이후의 준비가 부족할 경우 심각한 경제적·심리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소령 이하 간부의 정년을 5년, 중령 이상은 3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단순한 복무 기간 연장이 아니라, 숙련된 간부 인력을 보존하고 퇴직 이후 사회 적응을 위한 안정적 경로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6. 단순 처우 개선을 넘어 구조적 개편을

급여 인상과 정년 연장은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근본적 개선을 위해선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첫째, 계급별 맞춤형 수당 체계가 필요하다. 현재는 직책, 근무지, 기혼 여부, 고위험 지역 근무 여부와 관계없이 일률적인 수당이 적용되며, 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둘째, 복무 이후 진로 설계 지원이 필수적이다. 간부 전역자를 위한 직무 전환 교육, 공공기관 연계 취업, 창업 컨설팅 등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는 군 복무를 단절이 아닌 경력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다.

셋째, 자기계발 기회 확대가 요구된다. 복무 중 학위 취득이나 자격증 교육, 온라인 수업 수강 등을 보장하고 장려하는 정책이 실질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7. 군 인사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확대

정년 연장이나 급여 인상이 공무원 특혜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군 간부는 단순한 공무원이 아니다. 언제든 위험에 투입될 수 있는 특수직이자,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책임을 지는 존재다.

따라서 정책 추진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방부와 간부협의체, 언론이 협력해 카드뉴스, 국민 설명회, 정책 홍보 영상 등을 통해 정책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8. 해외 사례에서 배우는 시사점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선진국의 군 간부 처우는 한국과 비교해 훨씬 우수하다. 미국은 초급장교도 임관 시점부터 3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으며, 주거 지원과 학비 감면 등의 혜택도 제공된다. 이스라엘은 군 복무 경험 자체가 사회적 신뢰자산으로 작용하며, 창업, 공직, 연구직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이처럼 군 간부를 단순한 내부 인력이 아닌 ‘국가 전략 인재’로 육성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9. 청년 세대를 위한 새로운 군 직업 전략

MZ세대는 ‘희생’이 아닌 ‘균형’, ‘안정’이 아닌 ‘기회’를 중시한다. 이들은 군 간부를 선택할 때 단순히 월급이나 정년보다, 자기계발의 가능성과 전역 이후 사회 진출의 가치를 중요하게 본다.

따라서 정부는 단기 처우 개선뿐 아니라, 장기적 보상 구조와 경력 설계 시스템이 갖춰진 군 직업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초급간부는 기피 대상이 아닌 선망의 직업이 될 수 있다.


10. 군 간부가 바뀌면 군이 바뀐다

이재명 정부의 초급간부 처우 개선 방안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다. 이는 군 조직의 전반적인 체질을 바꾸는 첫걸음이자, 대한민국 군의 미래를 지키는 전략이다.

군 간부는 전쟁을 준비하는 조직의 핵심 인프라다. 그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는 조직은 결코 강군이 될 수 없다. 지금은 군 간부의 삶을 변화시켜, 군 전체의 생태계를 다시 세우는 결정적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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