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한밤중의 고요한 DMZ에 정적을 깨는 정보가 도착했다.
중서부 전선, 경기도 연천과 파주 사이 비무장지대(DMZ) 한복판에서, 한 명의 북한 민간인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온 사실이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포착된 것이다.
북한에서 남쪽으로의 이동, 그것도 무장 병력이 아닌 민간인의 단독 이동은 늘 민감한 사안이다. 그 경로와 방식, 신병 확보의 과정은 단순한 ‘귀순 사건’이라는 단어로 설명되기 어렵다. 그것은 동시에 군 작전, 대북 정보, 정치·외교적 파장까지 동반하는 복합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전의 중심에는, 무엇보다도 '병사'들이 있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작전의 핵심 임무를 수행한 장병 10명 중 2명은 의무복무 중인 병사였다.
그들은 최전방에서 열상감시장비를 운용하고, 북한 민간인을 조기 인지했으며, 약 20시간에 걸쳐 그를 남쪽으로 유도하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실시간으로 합동참모본부에 공유되며 치밀하게 통제되었다. 작전은 성공했고, 민간인은 무사히 남쪽으로 넘어왔다. 그가 어떤 이유로 넘어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건 대한민국 군이 단 한 명의 생명도 허투루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성과를 이룬 장병들은, 최대 29박 30일의 포상휴가와 함께 합참의장 표창을 받게 되었다.
단순한 포상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안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며, 병사 개개인이 그 안에서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임무를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우리는 흔히 군대를 거대한 조직, 냉정한 명령 체계, 그리고 전략과 무기의 집합체로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진짜 군대는, 한밤중 열상장비 앞에 앉아 수 시간 동안 화면을 바라보는 병사의 집중력 위에서 돌아간다.
수많은 감시 전선, 반복되는 야간 근무, 실시간 정보 보고와 상황 판단.
그 모든 것의 종착지는 결국 하나의 질문이다.
“우리는 이 땅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가?”
병사들의 임무는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적군을 식별하고, 상황을 통제하며,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번 작전에서도 북한 민간인은 MDL 경계에서 20시간 가까이 미동 없이 있었고, 우리 군은 그를 끝까지 주시하며 실시간 감시와 유도 작전을 병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 민간인이 “누구냐”고 물었고, 병사들은 “대한민국 국군이다. 우리가 안전하게 안내하겠다”고 답했다. 이 짧은 교신은 단순한 신원확인이 아니다. 그것은 전장의 긴장을 뚫고, 인간 대 인간으로 주고받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깊은 신뢰의 언어다.
합참은 이번 작전에 기여한 부대에도 공식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 여단·사단·군단 등 개별 단위의 포상도 병행될 예정이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직접 부대를 방문해 수고한 장병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며, 국방부 역시 장관 명의의 표창을 수여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사건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DMZ 귀순 사례이기도 하다. 작년 8월, 강원도 고성 지역에서 북한군 1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귀순한 이후 처음이다.
귀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건 우리 군이 누구보다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행동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결국, 가장 평범한 병사들의 눈과 손끝에서 시작되었다.
전투가 없다고 안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포탄이 날아들지 않는다고 군이 긴장을 풀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전시가 아니라고 해서 병사의 수고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 밤, DMZ에 있었던 병사들은 역사 속 이름 없는 영웅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와 명예의 상징이었다. 그들에게 주어진 30일의 휴가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보내는 감사의 시간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