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재산 해군호텔에서 벌어진 이상한 거래

‘감사·감찰·고발’에도 영업 중인 웨딩업체… 해군의 묵인은 직무유기인가,

해군 담당자들 도대체 뭐하는 겁니까?


2025년 한여름, 서울 영등포구 중심에 위치한 ‘해군호텔’. 본래 이곳은 군 장병의 복지 증진을 위해 건립된 국유 시설이다. 외벽에는 "해군장병 복지기금으로 건립"이라는 표지석이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지금, 국유재산을 둘러싼 기묘한 현실이 펼쳐지고 있다.

감사원 감사, 해군 감찰실의 고강도 감찰, 경찰 고발까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해군호텔 내 예식장을 위탁 운영하는 민간 웨딩업체는 지금도 당당히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문제는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다. 그 속엔 계약 해지를 미룬 해군의 석연치 않은 대응과, 그로 인해 계속되는 민간 사업자의 수익 활동, 그리고 피해 없이 방치되는 국유재산의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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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사업자와 2032년까지 계약한 해군

이 예식장 운영자는 탁아무개 씨. 그는 개인사업자 명의로 해군과 위탁 계약을 체결했고, 해군에 따르면 매년 10억 원 이상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 계약이 무려 2032년까지 유효하다는 점이다.

2012년 12월 시작된 계약은 두 차례 연장을 거쳐 2027년까지 연장됐고, 향후 5년 더 연장 가능하도록 조항이 삽입되어 있다. 명목상 국유시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민간 사업자에게 장기 임대된 꼴이다.

하지만 2024년 하반기, 감사원 감사와 해군 감찰실 감찰을 통해 탁씨의 각종 비위 행위가 드러나며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감사원 감사: 9560만 원 부당 청구, 사적 사용

2024년 9월, 감사원은 정기감사를 통해 탁씨가 약 956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정황을 공식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해군에 청구한 재료비 일부를 누락하여 사적으로 사용하거나, 가족 식사비를 영업비용으로 청구하는 방식이었다.

감사원은 즉시 계약 해지를 포함한 조치를 해군에 권고했고, 탁씨를 형사 고발하라는 통보까지 했다.

그러나 해군은 즉시 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12개월의 ‘유예기간’을 설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결과적으로는 2025년 3월 11일에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감사 발표로부터 무려 6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해군 감찰실 감찰: ‘협력업체 무단 영업’·‘허위 청구’ 의혹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해군 감찰실이 별도로 실시한 내부 감찰에서 탁씨의 추가적인 비위 정황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 협력업체가 해군의 사전 허가 없이 호텔 내에서 영업을 지속했고, 이들 업체 중 일부는 탁씨의 가족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인건비 및 거래비용을 허위로 부풀려 해군에 청구한 정황, 일부 서비스 수익을 누락한 채 회계보고를 진행한 점 등도 감찰 보고서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해군은 2025년 6월, 탁씨를 특경법상 업무상배임, 업무상횡령, 사기 등 15개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가처분 신청, 기각에도 계속되는 영업

해군은 3월 11일 탁씨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탁씨는 바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계약 해지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1심, 2심 모두 기각됐고, 현재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문제는 법원의 기각 이후에도 해군이 강제 집행 없이 ‘계속 협조 요청’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 취재진이 2025년 7월 30일 서울 해군호텔을 방문했을 당시, 해당 업체는 여전히 간판을 내걸고 영업 중이었다.


실무 직원도 "계약 해지 몰라요"... 책임 방기인가

기자는 웨딩홀 1층 사무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근무 중인 직원들은 기자의 질문에 “계약 해지 통보 받았다는 건 잘 모르겠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해군이 계약 해지 통보 이후에도 실질적인 퇴거 조치나 영업 중단 통지를 현장에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행정적 조치가 단지 문서로만 존재할 뿐, 현실에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행정 미비다.


해군의 해명, 납득할 수 있나

해군은 “수탁자가 법적으로 대응 중인 상황”이라며 “지난 6월부터 수익금 지급을 중단했고, 퇴거 요구 공문을 5회 발송했다”고 해명했다. 또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피해가 장기화될 우려가 있어, 유예기간을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미 두 차례나 ‘해군의 계약 해지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탁씨가 법적으로 완패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퇴거를 강제하지 않는 해군의 태도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해군 내부, 묵인 혹은 동조?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이 사안을 두고 “해군은 고의적으로 계약 해지를 지연시키고 있으며, 내부에 해당 민간 사업자에게 협조한 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해군은 2024년 10월, 참모차장 회의를 통해 “즉시 계약 해지를 추진한다”고 결정했지만, 두 달 후 갑자기 “유예기간 12개월 설정”으로 태도를 바꾸었다.

감사원 발표에도 해군이 소극적으로 반응했고, 감찰실이 직접 개입한 이후에야 ‘마지못한’ 해지가 이뤄진 것이다.


국유재산의 민간 사유화, 이대로 괜찮은가?

해군호텔은 해군장병 복지를 위한 기금으로 건립된 국유자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공간은 민간 사업자의 영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것도 국가 감사기관과 군 내부 감찰조직의 경고를 무시한 채.

이것은 단순한 행정 문제나 사법적 다툼이 아니다. 국가 자산을 누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뢰의 문제이며, 공공성과 책임성의 문제다.


무엇이 문제인가 – 결론을 대신하며

감사원은 부정행위로 고발을 요청했다.

해군 감찰실은 15개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법원은 2번의 가처분을 기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웨딩홀은 운영되고 있다.


결국, ‘계약 해지’라는 조치는 명목상의 선언에 불과했다.

해군이 단호하고 신속한 대응을 했다면, 웨딩홀은 이미 폐쇄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국유재산이 사적 수익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국민의 혈세로 유지되는 공간이 누구의 이익을 위한 장소인지 불분명해지고 있다. 해군은 왜, 무엇을, 누구를 위해 이 문제를 외면했는가? 해군호텔 계약 담당자 및 관리자는 현역군인으로 징계처분을 받아야하는 사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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