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접경지 대북확성기 철거시작이 주는 의미

2025년 8월, 군은 왜 대북 확성기를 철거했는가

by 김재균ㅣ밀리더스

2025년 8월 4일, 군은 조용히 그러나 상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원도 최전방의 초소들, 철책 너머 북한이 보이는 지점마다 존재하던 그 구조물—대북 고정식 확성기—가 하나둘 철거되기 시작한 것이다.

"적의 심장을 뒤흔든다"던 그 확성기. 이제는 ‘침묵’으로 대체되고 있다. 단순한 하드웨어 철거가 아니라, 이것은 남북 간 긴장을 낮추는 메시지이자, 외교와 안보 사이에서 군이 선택한 전략적 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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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식 확성기, 심리전의 상징

대북 확성기는 단순한 스피커가 아니다. 그것은 남북 분단의 상징이자, 전장의 첫 번째 심리전 무기였다. 서울 가요, 북한 체제 비판, 자유와 시장경제를 외치는 음성은 바람을 타고 수 킬로미터를 넘어 북측 귀에 닿았다.

특히 대북 심리전은 북한 내부 동요 유도와 주민 대상 정보 유입 차원에서 ‘비군사적 압박수단’으로 자주 활용돼 왔다. 하지만 동시에, 이 확성기는 언제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내포한 ‘긴장 고조 장치’이기도 했다. 실제로 2015년과 2018년, 그리고 2023년에는 확성기 방송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현실화되기도 했다.


확성기의 운명, 정권에 따라 바뀌었다

확성기 정책은 남북관계와 정권의 대북 기조에 따라 요동쳤다. 문재인 정부 당시엔 2018년 ‘판문점 선언’에 따라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대부분 철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도발과 미사일 발사 등을 이유로 심리전을 재개했고, 다시 확성기가 돌아왔다.

이후 2024년 대선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확성기 정책은 다시 바뀌었다. 2025년 6월 11일,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 여지 확보’를 명분으로 대북 방송을 중단했고, 8월 4일엔 아예 고정식 확성기 철거를 결정했다.


철거는 했지만, 협의는 없었다

국방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군의 대비 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긴장 완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치”라고 발표했다. 철거 대상은 고정식 확성기 20여 기이며, 2~3일 내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이동식 확성기 10여 기는 이미 6월 방송 중단과 함께 철수됐다.

다만 이 철거가 북한과의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일방적 평화 제스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합참은 “북측과의 사전 조율은 없었다”고 밝혔고, 북한 역시 현재까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반응은 아직 미지수

북한은 지난 6월 대남 소음방송을 중단했지만, 확성기 철거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군에 따르면 “확성기를 일부 정비하는 모습은 있었지만, 철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만약 북측이 이번 조치에 호응한다면, 이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상징적 모멘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조치는 일방적인 비대칭 행위로 남을 수 있다.


철거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번 조치는 전술적으로는 심리전 장비의 철수지만, 전략적으로는 ‘긴장 관리’라는 안보 정치의 일환이다.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장비 하나를 철거함으로써 남북 간 의도치 않은 충돌 가능성을 낮추고, 향후 대화 재개의 여지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군 내부에서도 이는 “작전 영향이 없는 수준에서의 긴장완화 조치”로 평가된다. 즉, 대비태세와는 별개로, 메시지를 전하는 선택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질문은 남는다

“확성기를 철거한다고 평화가 오는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거하는 것은 안보적 위험이 없는가?”

“북한의 무반응 속에 진행된 철거는 정치적 제스처에 그치는 것 아닌가?”

실제로 보수 성향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확성기 철거 없는 일방적 조치는 안보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대북 전단, 드론, 풍선 같은 ‘비군사적 충돌 요소’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확성기 철거가 구조적인 긴장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중성의 아이러니

흥미로운 점은 확성기라는 존재가 ‘전쟁을 멈추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전쟁을 부르는 장치’였다는 점이다.

정보전, 심리전, 소리의 전장. 확성기는 ‘말’로 싸우는 무기였다. 하지만 말이 곧 총알이 될 수 있는 현실에서, 소리의 전쟁은 언제나 위험한 경계에 있었다. 이번 철거는 그 경계를 잠시나마 끊어내려는 시도다.


민심과 정치의 균형

정치적으로는 이재명 정부가 ‘평화지향’ 노선을 강화하며 남북관계 재설정을 꾀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보 불안감’보다는 ‘평화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안보는 철저한 힘의 균형 위에 구축돼야 한다”는 보수 여론을 고려하면, 이번 철거는 정치적으로도 모험적 선택이었다.


안보의 재정의, ‘강한 군’이란 무엇인가

확성기를 걷어내며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강한 군대’는 총을 더 많이 가진 군대인가?

아니면 충돌을 줄이는 방식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군인가?


군은 싸우지 않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싸우지 않기 위해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 준비는 무력만이 아니라 전략과 메시지, 판단력이다. 확성기 철거는 그러한 ‘비군사적 군사전략’의 하나일 수 있다.


확성기는 철거되었지만, 평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2025년 8월 4일, 우리는 확성기의 철거를 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평화의 시작’인지, ‘전략적 침묵’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북한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침묵 속의 위협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소리를 걷어낸 자리에 무엇을 채우느냐가 진짜 승부라는 점이다. 대화인가, 무력인가. 외교인가, 침묵인가. 그 선택은 이제 대한민국 전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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