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을 떠나는 간부들, 명예전역 역대최대

by 김재균ㅣ밀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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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대 최대치로 치솟은 명예전역

지난해 군 간부 2,502명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명예전역을 선택했다. 이는 국방부가 예상했던 규모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였다. 장교 782명, 부사관 1,720명이라는 통계는 단순히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군의 근간을 흔드는 경고음이다. 명예전역은 원래 일정 기간 이상 복무한 군인이 스스로 명예롭게 물러나는 제도였다. 그러나 이제 이 제도는 더 이상 ‘명예로운 퇴장’이라기보다는 ‘버티기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는 퇴로’로 변질되고 있다.

2020년 1,176명이던 명예전역 신청자가 불과 4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는 것은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게 누적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부사관의 경우, 609명에서 1,720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간부 조직의 허리를 이루는 부사관층이 대거 이탈한다는 사실은 군 전투력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직결된다.


2. 간부들이 떠나는 이유

왜 이토록 많은 간부들이 정년을 포기하고 스스로 제복을 벗는 것일까. 한국국방연구원이 간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는 답을 보여준다.

첫째, 가장 큰 이유는 업무강도 대비 낮은 보상이었다. ‘업무강도는 높지만 그에 걸맞은 금전적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22.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둘째, 보람의 상실이다. 전투력 유지와 지휘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각종 행정업무, 부대관리 중심의 업무가 쏟아지면서 군 복무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응답이 20.1%였다.

셋째, 상대적 박탈감도 존재한다. 병사 봉급이 크게 인상되면서, 간부들 사이에서는 ‘나는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데 왜 보상 격차는 줄어드는가’라는 불만이 늘고 있다.

넷째, 가족과의 단절이다. 근무지 이동으로 인해 배우자와 자녀와의 생활이 분리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한 심리적·정서적 부담이 전역 결심의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들을 종합하면, 간부들의 명예전역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군 조직이 주는 구조적 압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3. 병들어가는 마음: 증가하는 정신건강 진료

명예전역 증가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신건강 악화라는 또 다른 그림자가 간부 사회를 덮고 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부사관, 준사관, 위관·영관 장교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건수는 5,797건에서 7,624건으로 약 25% 증가했다. 특히 준사관은 52%, 위관장교는 36%, 영관장교는 33%, 부사관은 27%나 늘었다. 이는 단순히 우울이나 불안의 문제가 아니라, 군대라는 조직 자체가 간부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군 장병들의 정신건강 진료 건수는 큰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간부 집단만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은 ‘군의 허리층’이 구조적으로 병들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군 전체의 안정성과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4.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

군 당국은 종종 이런 현상을 ‘개인의 적응 문제’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이는 본질을 가리는 태도다.
간부 이탈과 정신건강 악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구조적 문제다.

열악한 근무 환경, 불균형한 보상 체계, 가족과의 분리, 그리고 병 봉급 인상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여기에다 ‘행정 위주’의 업무 환경은 간부들의 사기를 꺾고 군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무너뜨리고 있다.

군대는 전투 집단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관료적 행정집단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는 결국 간부들의 회의감과 무력감으로 이어진다.


5. 해외 군대의 사례

비슷한 문제는 다른 나라 군대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각국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인력 이탈을 최소화하고 있다.

미국은 ‘GI Bill’을 통해 전역 후 학비 지원, 취업 연계, 의료 혜택 등을 보장하여 간부들이 전역 이후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러한 보장 체계는 군 복무에 대한 장기적 매력을 높인다.

이스라엘은 병역 의무가 강하지만, 간부급 인재에 대해서는 민간 기업과 연계된 창업·연구 기회를 제공해 군에서 쌓은 경험을 사회적 가치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독일은 장기복무 간부들에게 ‘이중 경력 보장 제도’를 운영한다. 군 복무와 동시에 민간 직업훈련 과정을 병행할 수 있어, 군 생활과 사회 진출 사이의 연결 고리가 단단하다.

우리와 달리 이들 국가는 ‘간부 이탈’을 단순히 인사 문제로 보지 않고, 국가 인재 관리 문제로 접근한다는 차이가 있다.


6. 필요한 정책 대안

한국군의 간부 이탈 문제와 정신건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보상 체계 개편이다. 단순히 병 봉급 인상과 비교되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려면, 간부들의 책임과 직무 난이도에 상응하는 급여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업무 구조 개선이다. 과도한 행정업무를 줄이고, 본연의 지휘·전투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행정 보조 인력을 확충하거나, AI 행정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가족 친화 정책 강화다. 근무지 이동으로 인한 가족 분리를 최소화하고, 배우자 취업 지원, 자녀 교육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정신건강 지원 체계다. 상담 시스템을 강화하고, 정신건강 문제를 드러내는 것을 ‘낙인’으로 보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 나아가 간부 전용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신설해 맞춤형 치료와 예방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7. 놓치고 있는 본질: 보람의 회복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군 복무의 보람이다. 간부들이 스스로 자긍심을 갖고 “나는 군인으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보람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권태와 무기력뿐이다.

보람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존중받는 경험에서 비롯된다. 지휘관이 부하를 존중하고, 조직이 개인을 존중하며, 사회가 군인을 존중할 때, 간부들은 다시 군인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8. 맺음말: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명예전역의 급증과 정신건강 악화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이는 군이라는 조직이 더 이상 간부들에게 매력적인 삶의 무대가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간부의 이탈은 곧 전투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국가 안보의 근간을 흔든다. 지금 우리가 외면한다면, 앞으로 더 심각한 인력 공백과 안보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군 간부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다.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처우 개선, 조직문화 개혁, 가족 친화 지원, 정신건강 프로그램 등 종합적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군의 허리를 지키는 간부들이 흔들린다면, 그 위에 서 있는 전투력과 사명감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이 바로 마지막 기회다. 군 간부들이 다시 군의 중심에서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도록, 우리는 반드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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