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질문
2025년 8월, 국방부가 내놓은 ‘AI 전투참모’ 구상은 군사 분야의 새로운 혁신을 상징한다. 단순히 무기를 더 정밀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 이번 계획은 전장에서 지휘관의 곁에서 정보를 모으고, 결심을 보좌하는 ‘디지털 참모’를 실체화하겠다는 선언이다.
우리는 이미 의료 현장에서 환자의 진단을 돕는 AI, 금융 시장에서 리스크를 분석하는 AI를 목격했다. 그렇다면, 군의 전장에서 AI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단순히 행정 편의가 아닌, 생사와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결정을 함께하게 될 때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이 글은 국방부가 추진하는 ‘AI 전투참모’와 ‘AI 정책참모’ 구상을 중심으로, 그 배경·의미·국제사례·윤리적 쟁점·군인의 일상 변화까지 깊이 있게 분석한다.
2. 국방 AI 추진 배경 – ‘마지막 골든타임’의 절박함
한국 군이 AI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병역 자원의 급격한 감소다.
출산율 저하는 이미 ‘병력 절벽’을 현실로 만들었다. 전투 병력은 줄고, 간부들의 업무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두희 국방차관이 말한 “마지막 골든타임”은 바로 이 지점을 가리킨다. 지금 AI를 전격적으로 도입하지 못하면, 병력 감소로 인한 전력 공백은 메울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다.
또한, 최근 전쟁 양상은 데이터 중심 전쟁(Data-driven Warfare)으로 전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만 보더라도, 드론 영상 분석·사이버전·위성 정보가 승패를 좌우했다. 한국군이 AI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국방부의 새로운 조직 체계 – ‘첨단전력기획관실’
이번 정책에서 주목할 점은, 국방부가 ‘첨단전력기획관실’을 국방 AI 컨트롤타워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방 AI 관련 업무는 각 부서에 흩어져 있어, 통합된 전략이 없었다. 이제는 한 곳에서 기획-개발-실행을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직책을 군 장성이 아닌 민간 전문가도 맡을 수 있는 개방형 직위로 전환한다. 이는 군사정책의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다. 전통적으로 ‘군사’는 군인만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민간 AI 전문가가 군의 전략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4. AI 정책참모 – 장관의 책상 위에 놓일 두뇌
AI 정책참모는 국방부 장관과 고위 지휘관들의 정책 결정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국방 예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병력 구조 개편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효율적인가?
동맹국과의 협력에서 어떤 조합이 가장 유리한가?
과거에는 수많은 보고서를 읽고, 사람의 직관에 의존하던 결정을 AI가 실시간 데이터 분석으로 보좌할 수 있다. 결국, ‘정책 참모’라는 개념 자체가 사람에서 알고리즘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5. AI 전투참모 – 전장에서 함께 뛰는 ‘디지털 참모’
정책보다 더 뜨거운 화두는 바로 ‘AI 전투참모’다.
전장은 정보의 홍수다. 위성 영상, 드론 정찰, 레이더 탐지, 사이버 교란, 심지어는 소셜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정보까지. 지휘관이 이 모든 것을 즉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AI 전투참모는 이 복잡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지금 공격할 것인지, 방어할 것인지, 후퇴할 것인지”와 같은 결정을 도와준다. 한 마디로, “몇 시간 걸릴 분석을 몇 분 안에 끝내는 참모”다.
6. 국제 비교 – 이스라엘과 미국의 사례
한국군의 구상은 세계적 흐름 속에 있다.
이스라엘: 이미 AI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을 실전 배치해, 드론과 미사일 타격을 실시간으로 연동하고 있다. “알고리즘 전쟁”이라 불리는 이유다.
미국: 합동인공지능센터(JAIC)를 설립해, 정책·작전·행정 전 영역에 AI를 도입 중이다. 특히, AI 킬체인(표적 탐지–결정–타격) 실험은 한국군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중국: ‘군민융합(軍民融合)’ 전략 아래, 민간 빅테크 기업을 군사 AI에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
이들과 비교해보면, 한국군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민간 개방형 공모직 도입은 선진국에도 없는 독창적 모델이 될 수 있다.
7. 윤리적 딜레마 – ‘킬러 로봇’과 인간의 책임
그러나 여기에는 윤리적 논쟁이 따른다. AI가 전장에서 ‘결정’을 내리는 순간, 인간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킬러 로봇’ 논란은 이미 UN에서도 격렬하다. AI가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는가? 한국군의 ‘AI 전투참모’는 지휘관을 ‘보좌’하는 개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정권의 비중이 AI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우리는 “AI가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게 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8. 장교·부사관의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AI는 장교와 부사관의 업무를 크게 바꿀 것이다.
보고서 작성, 행정 업무 → AI 자동화
작전 계획 수립 → AI 추천안을 바탕으로 수정·보완
훈련 → AI 시뮬레이션 기반 맞춤형 훈련
즉, 군인은 더 이상 “정보를 모으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제시한 안을 해석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으로 역할이 바뀐다. 이는 장교 교육·부사관 훈련 체계까지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9. 국방혁신의 관건 – 민군 협력 생태계
국방부의 계획이 성공하려면, 민간 기업·대학·스타트업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 클라우드, AI 스타트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 자원을 군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다.
민군 협력은 단순한 기술 이전이 아니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10. 결론 – 인간과 AI가 함께 만드는 전장의 미래
국방부의 ‘AI 전투참모’ 구상은 단순한 정책 발표가 아니다. 이는 한국군이 전장의 미래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선언이다. 물론 위험도 있다. AI가 판단을 잘못 내릴 수도 있고, 윤리적 논란도 거셀 것이다. 그러나 병력 절벽, 변화하는 전쟁 양상 앞에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
우리는 지금, 인간 지휘관과 디지털 참모가 함께 전장을 누빌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그 문을 열 용기와, 올바른 방향을 설계할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