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UFS의 이면
1. ‘폭염’인가, ‘정책적 조율’인가
2025년 8월, 대한민국과 미국이 함께 실시하는 연례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번째로 치러진다. 그런데 시작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당초 계획됐던 40여 건의 야외 실기동 훈련(FTX) 중 절반가량이 9월로 연기된 것이다.
합참은 “극심한 폭염”과 “연중 균형된 연합 방위태세 유지”를 이유로 들었지만, 정치권과 군 내부에선 “북한의 요구를 의식한 유화책”이라는 해석이 퍼지고 있다.
이 ‘폭염’이라는 표면적 이유 뒤에는, 지난 7월 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강경 발언과, 이를 수용한 통일부의 훈련 조정 건의가 있었다. 즉, 이번 조치는 단순 기상 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 관리라는 정치·외교적 계산이 깔린 결정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2. UFS의 본래 목적과 훈련 구조
UFS는 매년 8월 실시되는 한미 연합 방어훈련으로,
1. 지휘소 연습(CPX):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의 전시 지휘·결심 훈련
2. 야외 실기동 훈련(FTX): 실제 병력과 장비를 전개하는 현장 전술 훈련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FTX의 비중이 높았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훈련의 공격성 완화’라는 명분으로 다수의 FTX가 줄고 CPX 중심으로 전환됐다. 이는 병력 운용의 현실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전직 주한미군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는 “야외 훈련 없는 컴퓨터 연습만으로는 실전 대비 능력이 약화된다”고 공개 경고한 바 있다.
3. ‘북한’이 사라진 발표문
올해 UFS 공동 발표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북한’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작년 발표문에는 “북한의 대량 살상 무기(WMD) 위협 대응”이 명시됐지만, 올해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표현만 남았다.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침략적 성격’ 프레임을 의식한 수정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군 당국은 “2024년 발표문에도 ‘북한’ 단어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나, 실제로는 ‘북핵 위협’이라는 우회 표현이 들어갔던 사례가 있어, 이번 삭제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대외적으로는 남북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메시지 조율’로도 해석된다.
4. 중·러 개입 시나리오의 등장
올해 훈련에서 주목할 변화는 ‘중국·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시나리오가 처음 반영됐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2024년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이 있다. 해당 조약은 군사적 지원과 상호 방위를 포함하는 성격을 띠어, 유사시 러시아군의 한반도 개입 가능성을 현실적 위협으로 끌어올렸다.
통상 UFS의 ‘제3국 개입 방지’ 시나리오는 중국을 염두에 두었지만, 올해는 러시아도 함께 가정한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중·러 협력이 한반도에도 투영될 수 있다는 우려의 반영이다. 미군 측 브리핑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중 협력을 어떻게 대비할지 훈련에 접목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5. 북한의 실전 경험 축적, 한국군의 ‘연기된 실기동’
북한군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병해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투 기술, 지휘 체계, 신무기 운용 경험까지 확장될 수 있는 기회다.
반면 한국군은 이미 제한적인 실기동 훈련을 절반가량 연기한 상황이다. 군 내부에서는 “전시에 날씨가 덥다고 작전을 멈출 수는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전 경험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이번 결정은 준비 태세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6. 훈련 연기의 정치·외교적 함의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와 달리 ‘한반도 긴장 완화’를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훈련 강도를 조절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훈련 축소=대북 유화’라는 국제적·국내적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결속 메시지를 약화시키고, 북한이나 중국·러시아에 ‘압박 완화’라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7. ‘전시 대비’와 ‘정치적 신호’의 줄다리기
군사훈련은 단순한 전투 기술 숙달이 아니라 정치·외교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강도 높은 훈련: 상대방에 ‘강력한 대비 의지’를 전달
훈련 축소·연기: 대화 의지 혹은 유화 신호로 해석 가능
이번 UFS의 변화는 ‘방위 태세 유지’라는 군사적 논리와 ‘긴장 완화’라는 외교적 목표 사이에서, 정부가 후자에 무게를 둔 결과로 볼 수 있다.
8. 2018년 트럼프의 사례와 ‘연기된 훈련의 불확실성’
연기된 훈련이 반드시 9월에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2018년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상황에서 군사훈련은 부적절하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했다. 만약 9월 이전에 남북, 미·북 대화가 재개된다면, 이번에 연기된 FTX가 아예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 인도·태평양 전략 속 한반도의 위상
주한미군 공보실장은 이번 훈련이 “한반도를 지키는 것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 방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속에서, 한반도가 ‘전진 기지’로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UFS 축소가 단순히 남북관계뿐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 구도 속 한미동맹의 신뢰도와도 직결될 수 있다.
10. 결론 – 군사력은 ‘준비된 상태’로 증명된다
군사훈련은 ‘있을 때’보다 ‘없을 때’의 공백이 훨씬 크다. 실제 전쟁은 예고 없이 찾아오며, 날씨나 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 올해 UFS의 변화는 한미동맹의 실질적 대비태세와 정치적 메시지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특히 북한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의 잠재적 개입까지 현실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축소·연기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향후 9월로 연기된 FTX가 제대로 시행되고, 중·러 개입 시나리오에 대한 실질적 대비가 강화된다면 이번 조치는 ‘전략적 조율’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나 훈련이 계속 축소되거나 취소된다면, 이는 준비 부족이라는 더 큰 위험으로 돌아올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는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준비된 상태’라는 군사력의 본질로만 증명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