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대한민국 여군 창설 75주년이 되는 해다. 여군의 발자취를 돌아보면, 그것은 단순히 여성들이 군에 발을 들인 역사가 아니라, 한 사회가 안보의 이름으로 성평등과 다양성을 실험해온 시간이었다. 6·25 전쟁 속에서 탄생한 여자의용군은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군복을 입었고, 그 길은 후배 세대에게 ‘여성도 국방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남겼다.
지난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방환경 변화와 국방여성 미래 비전’ 포럼은 단순한 기념 행사가 아니었다. 여군 75년의 의미를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75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많은 전문가와 정책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여군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실제로 초저출산이라는 인구 구조의 위기 속에서 병역 자원은 줄어들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병력 충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따라서 여성의 군 복무 확대는 성평등 차원의 담론을 넘어, 국가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모든 병과와 보직을 개방하고, 간부와 전문병의 비중을 늘리며, AI·드론·사이버전 등 미래 전장의 핵심 분야에서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군의 현실은 여전히 도전적이다. 많은 여군들이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곧 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의 커리어 단절, 성폭력과 차별의 위험, 그리고 제한적인 인사 제도는 여군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남아 있다. 여군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역량 중심 인사, 근속과 경력 보장을 위한 제도, 일·가정 양립을 뒷받침하는 지원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제대군인 여성의 문제다. 군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쌓았음에도 사회로 나왔을 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과 다른 장벽 앞에 놓이는 여성 제대군인들에게는 맞춤형 전직 지원, 재교육, 그리고 사회적 연대망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 복지가 아니라 국가 인적 자원의 재활용이며,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여군 창설 75년은 ‘역사적 회고’로만 끝날 수 없다. 그것은 새로운 75년을 향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여군을 특별한 존재가 아닌, 당연한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군대라는 조직 안에서 여군이 차별받지 않고, 당당히 실력으로 평가받으며, 미래 전장을 이끌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그것이 여군 창설 100주년을 준비하는 우리의 가장 큰 과제다.
나는 여군의 미래가 대한민국 국방의 미래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역량을 중시하며, 성평등한 환경을 만들어갈 때 비로소 군대는 더 강해지고, 국가는 더 단단해진다. 여군의 75년 역사가 증명해온 사실은 단 하나다. 여군은 이미 국방의 중심이며, 앞으로의 75년 또한 그들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