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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인구 16% 감소, 군 병력은 31% 감소

by 김재균ㅣ밀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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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되는 병력 절벽의 현실

한국 사회는 지금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화 속에 있다.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군의 존립 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변화다. 올해 20대 남성 인구는 약 302만 명이다. 불과 15년 전, 2010년에는 이 숫자가 360만 명에 달했다. 무려 15.8%가 줄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우리 군의 병력이다. 같은 기간 65만 명이었던 병력이 45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감소율은 30.7%에 달한다. 인구 감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병력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이유가 있다.병력이 줄어든 이유는 단순히 저출산 때문이 아니다. 정치권이 반복해 내세운 복무 기간 단축 공약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저출산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구조적 현실이다. 하지만 복무 기간 단축은 선택이었다. 결국 이 선택이 우리 군을 더 빨리, 더 깊은 위기로 밀어 넣었다. 이것이 한국군이 직면한 냉혹한 현실이다.


2. 정치가 만든 군 복무의 굴곡

군 복무 기간은 정치의 도구가 되었다. 민주화 이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선 때마다 복무 기간 단축은 빠지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는 30개월이던 군 복무를 26개월로 줄였다. 이후 김영삼과 김대중 후보는 각각 24개월과 18개월을 약속하며 경쟁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 후 복무 기간을 24개월로 줄였고, 2007년에는 2014년까지 18개월로 단축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전이라는 안보 위기를 겪으며 복무 기간 단축을 멈추고 21개월로 동결했다. 하지만 복무 기간을 다시 늘리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후보 시절 18개월 단축을 공약했지만 집권 후 백지화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다시 18개월 단축을 실행했고, 지금의 제도가 완성되었다.

30개월이던 복무 기간은 18개월까지 줄었다. 줄어든 시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만큼 군의 전투력과 숙련도가 함께 깎여나갔다. 정권은 표를 얻었지만, 군은 병력을 잃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3. 숙련도를 쌓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

군인은 단순히 제복을 입는 것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투를 준비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국방연구원의 분석이 있다. 보병이 상급 수준의 숙련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 16개월이 필요하다. 포병은 17개월, 기갑은 21개월, 통신은 18개월, 정비는 21개월이다. 그런데 현재 복무 기간은 18개월이다.

보병이라면 전역할 즈음에 겨우 상급 수준에 도달한다. 기갑이나 정비 병과는 전역할 때까지도 충분한 숙련도에 도달하지 못한다. 숙련된 병사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복무 기간 단축은 단순히 병력의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투 능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이것은 현실이며, 피할 수 없다.


4. 간부와 장교 지원율의 급감

병 복무 기간 단축은 장교와 부사관 지원율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ROTC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2007년 복무 기간이 24개월에서 21개월로 줄자 ROTC와 학사장교 지원율이 15~20%가량 줄었다. 이후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줄자 그 하락은 더 심화됐다.

2014년 ROTC 경쟁률은 6.1대 1이었지만, 2023년에는 1.6대 1까지 떨어졌다. 병사 복무 기간은 줄었지만 ROTC 의무복무(28개월)는 그대로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청년들에게 장교 지원은 손해 보는 선택으로 여겨졌다. 지원자는 줄었고, 이는 군의 리더십 기반을 약화시켰다.


5. 군의관 확보의 위기

군의관 확보는 더 큰 문제다. 과거 의대생들은 졸업 후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줄자 의대생들은 병사로 입대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병사로 18개월 복무하는 것이 군의관으로 38개월 복무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계산이 있다.

지난해만 해도 의대생 1363명이 병사로 입대했다. 올해도 그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의대생이 군의관으로 가기를 꺼린다면, 매년 600~700명 필요한 군의관 충원은 불가능하다. 이 문제는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피할 수 없다.


6. 병사 월급 인상, 간부 사기 저하

병사 월급은 급격히 인상됐다. 2010년 병장 월급은 9만 7500원이었지만, 2025년에는 205만 원에 이른다. 20배 이상 올랐다. 문제는 간부와의 급여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초급 장교나 부사관은 병사보다 10~20개월 더 복무해야 하고, 급여 차이도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장교나 부사관 지원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병사로 짧게 복무하며 월급을 받는 것이 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장기 복무 인력은 줄고, 군의 핵심 전력은 약화된다. 이것은 이미 나타난 현상이다. 부인할 수 없다.


7. 인구 절벽과 병력 공백

저출산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다. 한국 인구는 2020년부터 자연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로 6년째 줄고 있다. 인구 절벽은 이미 시작됐다. 이 속에서 군 복무 기간 단축은 기름을 부었다.

청년 인구는 줄고, 복무 기간도 짧아졌다. 간부 충원은 어려워졌다. 상비군 50만 명 유지선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무너졌다. 이것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피할 수 없다.


8. 국방부의 대응과 한계

국방부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는 ‘병력 절감형 유·무인 혼성 부대’를, 윤석열 정부는 ‘AI 과학기술 강군’을 강조했다. 미래 기술이 병력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기술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기술은 전투 현장의 경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무인 장비와 AI가 전장을 혁신할 수는 있지만, 인력 부족을 즉각적으로 메워주지는 못한다. 결국 전투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사실이다.


9.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군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있다. 단순히 복무 기간을 더 줄이거나, 병사 월급을 올리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복무 기간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간부와 군의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청년 세대가 장교와 부사관을 매력적인 직업으로 볼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또한 저출산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고려한 새로운 군 인력정책이 필요하다. 첨단기술을 도입하되, 인력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보완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군 복무가 단순히 의무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을 위한 책임임을 설득해야 한다.


10. 결론 – 군의 위기, 현실은 분명하다

20대 남성 인구는 줄었다. 군 병력은 더 크게 줄었다. 복무 기간 단축은 정치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숙련도는 낮아지고, 간부 지원은 줄었다. 군의관 확보는 어려워졌다. 병사 월급 인상은 간부 사기를 떨어뜨렸다. 인구 절벽은 이미 시작됐다. 이 모든 것은 추측이 아니라 현실이다. 피할 수 없다. 한국군은 지금 거대한 병력 절벽 앞에 서 있다. 이제는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군의 전투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그리고 그 대가는 국가 안보가 치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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