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예도(禮刀) 행사’.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 정복을 차려입은 군인들이 양쪽에 도열해 “받들어, 칼!”을 외치며 검을 들어 올리는 장면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웅장하다. 그러나 최근 이 예도 행사가 상업적 아르바이트로 변질되면서, ‘위법 여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예도식’은 본래 군인의 명예와 충성심을 상징하는 의식이다. 현역 장교나 부사관이 결혼할 때, 동료나 후배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신랑의 명예를 높이는 전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의식이 민간 예식장에서 ‘서비스’ 형태로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되었다.
최근 검색창에 ‘예도팀’을 입력하면, “정복 착용 전문 예도단”, “결혼식 예도 알바 모집” 같은 홍보 문구가 쉽게 등장한다. 일부 업체는 200만 원이 넘는 고가 상품으로 패키지화했으며, 인기 업체는 수개월 전부터 예약이 마감될 정도로 수요가 많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현역이 아닌 일반인, 즉 군 경험이 전혀 없는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문제는 바로 ‘군복 착용’이다. ‘군복 및 군용장구의 단속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군인이 아닌 자는 군복을 착용하거나 군용장구를 사용할 수 없다. 또한 군인과 식별이 곤란할 정도로 유사 군복을 착용하는 행위 역시 금지된다.”
즉, 민간인이 군복을 입고 예도를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국방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민간인이 군복을 착용한 채 예도를 하는 것은 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민간 경찰 혹은 군사경찰이 사실 관계를 조사하고 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정식 민원이 접수된 사례는 없다고 한다. 한 민간인이 “민간 예도 행사가 위법 아니냐”고 국방부 민원 담당자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지만, 공식 절차를 밟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수사와 처벌 권한은 민간인일 경우 경찰, 군인일 경우 군사경찰이 갖는다”며 “법 위반이 확인되면 행정 또는 형사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예도식의 기원은 의외로 유럽 중세에서 찾을 수 있다. 약탈혼이 성행하던 시절, 신부를 지키기 위해 신랑의 친구들이 칼을 들고 결혼식장을 방어하던 풍습이 오늘날의 예도식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 전통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군인의 충성과 명예를 상징하는 의례로 정착했다.
한국에서는 현직 군인이 결혼할 때 후배 장교나 부사관이 예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고, ROTC, 부사관학교, 사관학교 학생들 역시 전통 행사로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상징적 의미보다 “결혼식 연출 효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민간 예식장까지 확산된 것이다.
현직 장교 A씨는 자신의 결혼식에서 직접 예도 행사를 진행했다고 말한다. 그는 “결혼식에서도 군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국가와 국민에 충성한다는 다짐을 담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요즘처럼 군복을 입은 민간 알바생이 상업적으로 하는 건 진정성이 없다”며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예도식은 ‘충성의 상징’이 아닌 ‘결혼식 연출용 이벤트’로 변질되며 군인의 명예까지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예도 알바가 단순한 퍼포먼스처럼 보이더라도, 군복 착용 자체가 법률 위반이 된다. 특히 ‘유사 군복’을 입고 “받들어 칼” 구호를 외치는 것은 실제 군인으로 오인될 수 있는 행위로, 법률상 금지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코스프레’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군의 상징을 훼손하고,
군 복무자의 명예를 침해하며,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법이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식이라는 축하 자리에서 군인의 복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 상징성을 왜곡하고 ‘군인’이라는 신분의 신성함을 희화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혼식 예도는 단순한 의전이 아니다. 그것은 군인이라는 직업의 상징이며, 국가에 대한 충성과 명예의 표현이다. 이를 ‘200만 원짜리 이벤트’로 소비하는 것은 본래의 의도를 무너뜨리고, 법적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국방부는 앞으로 민간 예도 행위가 신고될 경우 즉각적인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국민 역시 군복의 상징성과 법적 한계를 인식하고, ‘받들어 칼’의 구호가 지닌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예도를 막자는 게 아니다, 품격 있게 하자는 것이다”
많은 군인 출신들이 이렇게 말한다.
“예도는 군인의 상징이다. 하지만 아무나 군복을 입고 흉내 내는 것은 곤란하다.”
예도는 원래 장교나 부사관, 혹은 ROTC 동기 등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신랑의 명예를 기리는 전통 의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업적 수요에 따라 군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이 ‘예도 알바’로 대체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법 위반의 문제가 아니라, 군인의 상징이 상업 이벤트로 소비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예도를 금지하는 것보다, “공식적이고 제도화된 예도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현역만 예도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혼하는 장교·부사관이 전국적으로 많고, 현역 부대에서 인원을 차출하기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국방부 예도단 제도화’다.
국방부 의장대 산하에 ‘공식 예도팀’을 창설하고,
예비역 장교·부사관, 제대군인, ROTC 동문회 출신자 중에서 신청을 받아,
일정한 교육과 복장 규정을 통과한 사람만이 예도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민간 알바의 불법 문제를 방지하면서, 제대군인의 예우와 자긍심을 높이는 복무 연장 프로그램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다.
즉, 단순히 막는 게 아니라 ‘국가공식 의전의 일부’로 승격시키는 방향이다.
제대군인은 오랜 기간 국가에 헌신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예도단으로 활동한다면,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명예로운 봉사활동’이 된다.
또한 국방부는 이를 통해 “군의 전통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는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
결혼식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다. 그 순간을 군복의 자긍심과 함께 기념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가와 국민이 함께 축복하는 예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