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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35만의 군인과 15만의 아웃소싱

by 김재균ㅣ밀리더스

병력 50만명 유지의 새 공식 — “군무원·협력사·상비예비군 15만명 아웃소싱”이라는 실험

한국군의 병력 구조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인구절벽과 복무기간 단축이 맞물리면서 2040년에는 현역 병력이 35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병력 감소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전투력 유지, 경계 근무, 병영 운영 등 군의 기본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에 국방부는 새로운 해법을 꺼내 들었다. 바로 “전투병 35만명 + 아웃소싱 인력 15만명”이라는 병력 구조 개혁이다. 목표는 단순하다. 상비병력 50만명 체제의 유지. 그러나 방식은 기존과 다르다. 이제 군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하지 않는다. 민간과 예비군, 그리고 협력기업이 군의 한 축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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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중심 군대, 지원은 민간으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투병 위주로 35만명을 유지하고, 나머지 15만명은 민간 역량으로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곧, 앞으로의 군대가 ‘전투는 군이, 지원은 민간이’라는 원칙으로 재편된다는 뜻이다. 이미 군 급식, 수송, 시설 관리, 청소 등 일부 분야에서 민간 위탁이 시범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 범위가 훨씬 넓어진다.
예컨대 후방 부대의 경계 근무는 경비 개념으로 전환되어 민간 경비 인력이 투입될 수 있고, 군 협력기업(CMCC: Civil-Military Cooperation Company)이 창설되어 군과 함께 일하게 된다.


이 같은 구상은 주한미군의 캠프 험프리스 운영 방식을 본뜬 것이다. 캠프 험프리스는 전투 병력 외 모든 지원 영역 식당 운영, 수송, 청소, 시설 관리 등을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즉, 군은 전투에 집중하고, 민간은 운영을 맡는 방식이다.
이제 한국군도 이런 구조로 이동하겠다는 것이 국방부의 방향이다. 다만, 국방부는 “PMC(민간군사기업)처럼 전투에 참여하는 용병은 활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15만명 ‘아웃소싱 병력’의 실체

그렇다면 15만명은 누구인가. 국방부는 이를 ‘군무원·군 협력사·상비예비군’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군무원은 행정·기술 분야에서 이미 오랜 경험을 쌓아온 인력이며, 군 협력사는 민간기업 형태로 군 시설을 지원하게 된다. 그러나 핵심은 상비예비군이다.

현재 약 3,000명 수준인 상비예비군은 정예화된 예비 전력으로, 1년에 최대 180일 훈련을 받고 약 2,700만원의 수당을 받는다. 일반 예비군보다 훈련 기간과 수준이 훨씬 높다. 사실상 ‘준(準)현역’이라 불릴 만큼 전투력이 뛰어나며, 유사시 즉시 투입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 상비예비군을 군단 단위(약 5만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들이야말로 인구 절벽 시대에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유일한 인적 자원이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직장을 가진 사람에게 180일 훈련 의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훈련 기간을 30~90일로 조정하는 ‘단기형 상비예비군 제도’를 도입하고, 가산점·표창·세제 혜택 등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상비예비군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수당을 넘어 명예와 진급의 기회를 부여하는 진급제도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시니어 아미’의 등장 — 5060세대의 참여

국방부는 지난해 ‘5060세대를 부대 경계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용역으로 추진했다.
이 아이디어는 자발적 군사훈련 단체 ‘시니어 아미(Senior Army)’에서 착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육체적 제약이 적은 경계근무나 행정지원 분야에 시니어 세대의 경험과 책임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보충이 아니라, 시민이 참여하는 국방이라는 새로운 철학을 담고 있다.
국가 방위가 더 이상 현역만의 몫이 아니라, 세대와 신분을 초월한 ‘국민 공동의 책임’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나아가 은퇴세대에게 사회참여의 기회를 주고, 지역 단위 방위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병사보다 낮은 초급 간부의 사기 — 급여 체계 개편 시급

국방부가 강조한 또 하나의 과제는 초급 간부 처우 개선이다. 현재 병장 월급은 205만원 수준이다.
이는 사회 초년생 장교나 하사 초봉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이처럼 병사와 간부의 보수 체계가 역전된 구조는 지휘 책임의 가치와 위험 수당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안규백 장관은 “일반직 공무원 8·9급과 단순 비교할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치는 이들로서 별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급여 인상 문제가 아니다. 지휘 책임에 따른 위험수당 차등 지급, 근속 연수별 인센티브, 정신적 피로에 대한 보상 체계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초급 간부의 사기 저하는 결국 전투력의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군 구조개혁, 무엇이 우선인가

국방부가 추진하는 병력 구조개혁은 단기 처방이 아니다.
향후 10년 이상에 걸친 군 조직 대수술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네 가지다.


첫째, 민군협력 모델의 법제화다.
CMCC(군 협력기업)의 운영 근거를 마련하고, 보안·출입·책임소재에 대한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상비예비군의 단계적 확장이다.
현재의 3,000명 체계를 1만명, 5만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직장 병행이 가능한 유연한 참여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 초급 간부 급여 체계의 재설계다.
단순한 봉급 인상이 아니라, 지휘·위험·헌신의 가치에 비례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비전투 업무의 민간화 로드맵이다.
급식·수송·경계·시설 유지관리 등 비전투 영역을 민간으로 이양하되, 지휘체계의 일원성은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패러다임 — “국방은 국민이 함께 만든다”

병력 절벽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국방력의 절벽은 만들지 않을 수 있다.
그 해법은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역할을 재정의하는 데 있다.

전투에 집중하는 35만명의 정예군, 이를 지원하는 15만명의 민군협력 인력,
그리고 지역·세대·직업을 넘어 참여하는 시민방위 네트워크.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확장된 국방’의 모습이다.

상비예비군 진급제도, 민군협력사 인증제, 시니어 아미 포인트 제도 같은 장치를 통해,
국방을 단순한 의무가 아닌 참여 가능한 사회적 가치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변화의 본질은 하나다. “병력은 줄어도, 전투력은 줄지 않는다.”
국방부의 이번 실험은 대한민국 안보의 지속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걸음이다.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국방 참여의 질과 다양성이 군의 미래를 결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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