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의 새벽은 여전히 분주하다. 교정마다 구령 소리가 울려 퍼지고, 생도들은 각 잡힌 자세로 행진을 이어간다. 전통과 규율, 그리고 ‘명예’라는 단어가 숨 쉬는 곳. 하지만 그 완벽한 질서 뒤에서는 지금 조용한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 군의 최고 엘리트로 불리는 육사 생도들 중 세 명 중 한 명이 더 이상 군인의 길을 선택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올해 임관한 육사 81기 생도는 223명. 모집 정원 330명 가운데 3분의 1이 군복을 입지 않았다. 불과 2년 전 79기 임관율이 83.6%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하락 폭은 이례적이다. 입학 후 자진 퇴교한 생도는 81명, 그중 65명이 “진로 변경”을 이유로 들었다. 다시 말해, 체력이나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군의 미래를 외면한 것이다.
육사 자퇴 후 일반 대학으로 편입한 한 생도는 말했다.
“사관학교는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어요. 명령과 복종의 구조 속에서는 내 생각이 설 자리가 없었어요. 장기복무를 해도 명예도, 보상도 얻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제 인생을 바꾸는 게 맞다고 판단했어요.” 그의 짧은 고백 속에는 오늘날의 군이 마주한 현실이 그대로 녹아 있다.
군은 여전히 충성과 희생을 말하지만, 젊은 세대는 더 이상 그 언어에 감동하지 않는다.
이들은 효율을 따지고, 미래를 계산하며, 명예보다 안정된 삶을 택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라”는 말은 여전히 울려 퍼지지만,
정작 그 헌신이 사회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그 말은 점점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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