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육군은 전투모 대신 베레모를 전면 보급하기로 결정했다.
특전사만이 착용하던 ‘베레모’는 그 자체로 정예(精銳)의 상징이었다.
날카롭게 각을 잡은 모자, 옆으로 비스듬히 눌러쓴 실루엣은 마치 군인의 자존심처럼 느껴졌다.
당시 국방부는 이 변화를 “정예화된 육군의 이미지 제고”라고 설명했다.
베레모는 전투모보다 시야 확보가 넓고, 외형적으로도 간결하며 전투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멋있는 군대’, ‘자부심 있는 병사’라는 상징적 효과가 중요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장병들의 반응은 전혀 달라졌다.
베레모는 더 이상 ‘강인함의 상징’이 아니라, ‘불편함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기후는 바뀌었지만 군복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연평균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여름, 장병들은 야외에서 장시간 근무를 이어간다.
그런데 베레모는 통풍이 되지 않는 울(Wool) 소재에, 챙이 없어 햇빛을 막지도 못한다.
“베레모는 멋있지만, 진짜 덥습니다. 훈련할 때 열이 머리에 그대로 쌓입니다.”
“군모가 아니라, 거의 사우나 모자예요.”
장병들의 하소연은 수년째 이어져 왔다.
땀에 젖은 베레모는 쉽게 형태가 흐트러지고, 냄새가 배어 관리도 어렵다.
한여름에 일일이 다림질하고 각을 잡아야 하는 현실은, ‘강인함’보다 ‘불합리함’에 가까웠다.
2025년 1월, 육군은 8개 부대 1,730명의 장병을 대상으로 군모 만족도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는 명확했다.
93%가 베레모보다 전투모를 선호
65%가 전투모 단일화를 찬성
이 수치는 단순한 ‘선호도 조사’가 아니라,
군 조직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전까지 군대는 장병의 의견을 반영하기보다,
‘군은 원래 그런 곳’이라는 명분 아래 상명하복의 질서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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