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자가 말해온 군인의 시대
군인의 모자는 단순한 피복이 아니다.
그 안에는 시대가, 정신이, 그리고 정체성이 들어 있다.
어떤 모자를 쓰느냐는 단순한 복장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군인이 되고 싶은가’ 하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육군은 2027년까지 ‘베레모’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전투모를 기본 군모로 지정하기로 했다.
한 시대를 대표하던 상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복장의 교체가 아니다.
군이 바라보는 가치의 축이 전통에서 실용으로, 형식에서 본질로 옮겨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2. 베레모의 시작 — 피레네 산맥의 양치기 모자
‘베레(Béret)’는 사실 군대에서 태어난 모자가 아니었다.
그 어원은 고대 로마어 birrus — ‘모자 달린 망토’를 뜻하는 단어였다.
15세기, 프랑스 피레네 산맥의 양치기들이 추운 산바람을 막기 위해
양털을 엮어 만든 모자를 ‘베레’라 부른 것이 시초였다.
그 모자는 부드럽고 가벼웠다.
비를 맞아도 금세 말랐고, 주머니에 접어 넣기도 쉬웠다.
양치기에게는 생존의 도구였고, 예술가에겐 사색의 상징이 되었으며,
훗날 군인에게는 정체성의 표식이 되었다.
3. 전쟁이 바꾼 모자 — 19세기, 군복의 일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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