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238억 원으로 키운 조종사, 왜 그들은 군복을 벗는가
1. 하늘의 정예, 그러나 떠나는 사람들
대한민국 공군의 조종사는 단순한 군인이 아니다.
그들은 수천 시간의 비행훈련을 거쳐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 서는 ‘하늘의 정예요원’이다.
한 명을 양성하는 데 무려 238억 원의 세금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투입된다.
그러나 지금, 이 핵심 인력들이 하나둘씩 군을 떠나고 있다.
최근 7년간 공군을 떠난 숙련 조종사는 724명, 그중 대부분이 민항 조종사로 이직했다.
이는 단순한 인력 유출이 아니라, 대한민국 안보 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조종사 붕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2. 숙련 조종사, 공군 전력의 중추
공군 조종사는 임관 후 약 8~17년이 지나야 ‘숙련급’으로 인정된다.
이 시기의 조종사들은 단독 임무 수행뿐 아니라, 후배 조종사 교육과 작전 리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즉, 숙련 조종사가 사라진다는 것은 전력의 중간축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공군 관계자는 “비행훈련에는 수백억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들이 나가면 단순히 한 명이 빠지는 게 아니라, 10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체계가 함께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공군의 조종사 충원율은 90% 수준이지만, 숙련급 중심으로 전역이 이어지면서 전투 효율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전투기 조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순간판단력·위기대응력·지휘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고도의 종합능력이다. 따라서 숙련자의 이탈은 단기적으로 대체할 수 없는 구조적 손실이다.
3. 7년간 724명 전역 – 지속되는 이탈의 악순환
국회 국방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공군 숙련 조종사 741명 중 724명이 전역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8년 133명 ▲2019년 125명 ▲2020년 113명 ▲2021년 71명 ▲2022년 60명 ▲2023년 82명 ▲2024년 116명으로, 팬데믹 이후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올해(2025년) 9월 기준으로만 이미 105명이 전역했고, 연말에는 13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매년 약 140명의 신규 조종사를 양성하는 현실에서, 사실상 순증이 없는 제로성장 구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전직’이 아니라, 국가 투입 대비 회수율이 급락한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4. 왜 떠나는가 – 돈보다 삶의 질
공군 내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68.9%가 “민항 조종사 대비 낮은 보수”,
67.5%가 “워라밸(Work-Life Balance) 부족”,
61.4%가 “주거 불안정”을 전역 사유로 꼽았다.
즉, 조종사들은 더 이상 “국가의 부름”보다 삶의 질과 가족의 행복을 우선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 전역 조종사는 이렇게 말했다.
“민항에서는 같은 비행을 해도 연봉이 두 배, 비행시간은 절반입니다. 주말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 얼굴을 볼 수 있는 게 군에서는 불가능했죠.”
공군은 여전히 ‘임무 중심’의 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민간의 항공 산업은 ‘휴식 중심·복지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국 세대의 가치관 변화와 조직문화의 차이가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5. 처우의 현실 – 민항과의 격차는 2배 이상
민항 조종사 연봉은 2억~3억 원대에 달한다. 반면 공군 중령급 조종사의 연봉은 각종 수당을 포함해도 1억 원 초반 수준이다. 게다가 근무 불안정·지속적 전방 전출·주거 불안이 더해진다.
조종사들은 평균 2~3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형 복무’가 일반적이다. 주거 지원도 부실해, 기혼자 중 절반 이상이 비행단 인근 원룸·오피스텔을 임차해 생활한다.
결국, 임무의 숭고함보다 현실의 피로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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