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올해부터 ‘AI 전투참모’를 구축한다는 소식은 얼핏 보면 단순한 기술 도입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한 문장은 한국 군사사에서 꽤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전투에서 판단하는 주체가 인간 단독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결합 구조로 바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장은 지휘관의 경험과 직관, 그리고 참모들의 분석 위에서 움직여 왔다. 그러나 이제 그 판단의 토대 위에 거대언어모델 기반의 인공지능이 올라온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전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해군이 구축하려는 AI 전투참모는 급박한 작전 상황에서 지휘관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는다. 적 선박의 이동 패턴을 분석하고, 과거 유사 사례를 비교하며, 법적 대응 기준과 작전 지침을 자동으로 대조하고, 가능한 대응 시나리오를 동시에 제시한다. 사람이 하나씩 검토하던 판단 과정을 AI는 수천 개의 경우의 수로 펼쳐 보인다. 지휘관은 그중 최적의 선택을 고른다. 결정은 여전히 인간이 내리지만, 판단의 기반은 인공지능이 만들어주는 구조다. 이는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한 생존 전략에 가깝다.
해군이 첫 적용 대상으로 북한 상선의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구역은 전형적인 회색지대다. 전면전도 아니고 완전한 평시도 아닌 애매한 공간에서, 북한은 군함 대신 상선을 앞세워 경계를 시험하고 한국은 무력을 쓰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매번 복잡한 판단을 반복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 감시가 아니라 빠른 상황 정리, 법적 기준 자동 확인, 과거 사례 검색, 확전 가능성 예측이다. 이런 영역은 인간보다 AI가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결국 이는 경험 중심의 대응을 데이터 중심의 판단으로 옮기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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