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혼자 사시는 아버지가 어젯밤에 설사병으로 고생하셨는데, 오늘 아침까지 연락이 되다가 저녁 즈음에 연락 두절이 됐다. 저녁에 약속이 있으시다고 해서 약속 장소에 이미 가셨나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내 문자에도 답이 없고, 전화를 계속해도 안 받으셔서 영 불안했다. 연결음이 한참 들리고 '연결되지 않아...' 음성이 들릴 때까지 전화를 안 받으신 경우는 여태까지 한 번도 없어서 느낌이 안 좋았다.
퇴근길에 아버지께 10번 넘게 계속 전화를 하면서 우선 아버지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별 생각을 다 했다. 만약 아버지가 탈수된 상태로 쓰러져 계시면 어떡하지? 일단 119를 부르고, 아버지 상태를 확인하고 의식이 있으면 수분 공급하고, 의식이 없으면 수분 공급은 안 되고, 최대한 몸에 시원한 바람을 쐬게 해서 체온을 낮추기. 만약 아버지가 집에 안 계시고, 계속 연락 두절이라면? 저녁에 만나기로 한 친구분한테 연락해서 지금 같이 있냐고 확인해 보기. 또, 만약 아버지가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쓰러지셨다면? 아마도 주변 사람들이 구급차를 불렀을 테니, 구급대원이나 병원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이 나니까 나한테 전화가 오겠지.
그리고 문득, 이런 걱정들을 살면서 거의 처음으로 하면서, 더 이상 마냥 어린이처럼 살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독립해서 혼자 지내면서 내 생활 책임지고 할 일들을 알아서 척척하지만, 막상 부모님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부모님의 안위를 내가 먼저 묻고, 살피고, 챙겨드려야 할 때구나. 나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앞으로 다가올 헤어짐에 대해 준비를 해야겠구나.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도 어른이 돼야 하는 때가 오겠구나. 무엇보다, 내가 먼저 건강하고 체력이 있어야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겠구나.
아버지 집으로 향하고 있는 길에 다행히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약속 장소로 가는 중인데, 지하철에서 졸아서 전화를 못 받았다고,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아버지, 물 잘 마시고, 양산도 쓰고, 약도 잘 챙기셔야 돼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안심을 하고, 전화를 끊은 후에야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에 힘이 풀렸다.
삶은 결국 시작과 끝이 있고, 만남과 이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동안, 오늘의 만남이 마지막 만남인 것처럼 서로를 바라봐줘야 한다. 가족이라고 너무 편하게 대하기보다는, 조금은 '남'에게 하듯이 더 배려하고 더 위해줘야 한다. 회사 사람, 주변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잘하면서 정작 내 가족한테는 못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일이다. 이별은 늘 슬프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일이기에, 조금은 덜 슬프고 덜 후회하도록 서로를 더 사랑하는 것, 그게 우리가 오늘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모두 부디 더운 여름 건강 잘 챙기시고, 특히 혼자 계신 부모님께 전화드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