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저녁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북클럽, '힙독클럽'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강연에 참여했다. 나민애 교수님의 강연의 주제는 '불안한 시대, 우리는 어떤 문장에 기대어 살아가는가'였다. 이번 강연은 나민애 교수님의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왜 우리는 책을 읽는가. 바로, 믿을 구석이 필요해서이다. 나민애 교수님의 아버지 나태주 시인도, 초저녁 잠을 주무시고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책을 읽는다고 한다. 잘 사는 사람은 결국 끝까지 잘 읽는다. 그리고 우리는 힘들 때 산책을 가볍게 하고 또 책을 펼쳐야 한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 일들은 내가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고 기초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는 '나를 살리는 독서'가 필요하다. 그래서 좋은 문장들을 모으는 습관을 들이고 독서 일지도 작성하면 좋다. 최근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에 이런 문장이 있다.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다른 목소리가 있다.
이렇게 대단한 작가도 평생을 흔들리며 주저하며 또 자유를 찾아가며 살아갔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책이 있었다.
강연 동안에 많은 시와 글귀들이 소개되어서 이곳에 옮겨보았다. 부디 다녀가는 모든 분들이 단 한 문장, 단 한 단어라도 위로를 받고 가기를 바라며.
이산하, <나에게 묻는다>
꽃이 어떻게 생겼더냐.
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모두 아름답더냐.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언제 피고 지더냐.
이 세상의 꽃들은 모두 언제나 최초로 피고 최후로 진다.
비스와봐 쉼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반짝일 필요도 없습니다.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됩니다.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오르한 파묵, <아버지의 여행가방>
글쓰기와 독서는 한 세계에서 빠져나와
다른 세계의 생소함과 신기하고 멋진 것들에서 위안을 찾는 일입니다.
김종삼, <어부>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안희연, <역광의 세계>
밤마다 책장을 펼쳐 버려진 행성으로 갔다
나에게 두 개의 시간이 생긴 것이다
나민애 교수님의 말을 빌리지면, 우리는 모두 최초의 꽃이자 최후의 꽃이다. 세상이 우리를 함부로 대하고 등에 칼을 꽂을 때, 이렇게 속으로 생각하자. '나는 꽃이다.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최초의 꽃이자 최후의 꽃이다.'
끝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나민애 교수님의 플레이리스트의 1번이라고 해서 너무 반가웠다. 선우정아의 <도망가자>. 도망가는 건 비겁한 일이 아니다. 때로는 나를 살리는 일이다. 강연을 통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질문들에 대한 명확한 답을 모두 얻어간 건 아니지만, 나의 비어있던 마음의 잔이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다 같은 고민들을 끌어안고 살아가는구나, 다시금 알게 되어서 위로를 받는 밤이었다.
기억하자, 우리는 너무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소중한 '단 한 번의 삶', 단 한 번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소중한 인생이 하루하루 더 빛나게 만들자. 비록 빛이 나는 걸 나만 안다고 할지라도.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 中)
https://www.youtube.com/watch?v=D0l1HdemykU&ab_channel=MPSMyPersonal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