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의 심장을 지켜야 해

by 나자영

아무리 신을 믿어도 인생이 덧없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나한테는 그게 바로 오늘이다.


엄마가 몸이 편찮으시다고 연락을 받았다. 평소에 자주 통화를 하는데,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어서 오늘은 통화를 못하고 톡으로만 연락을 주고 받았다. 오래동안 심장병으로 고생하셨는데 이번에는 증상이 많이 심해서 병원을 가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멀리 떨어져 사는 게 불효인 것 같다. 지금 옆에 있어줘야 하는데, 지구 반대편에 있어서 할 수 있는게 없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기도뿐인데, 기도도 안 나올 지경이다.


엄마의 심장병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그리고 그 원인제공자는 다른 누군가가 아닌 아빠다. 아빠는 신혼초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 엄마를 괴롭혔다. 학대에 가까운 폭언을 늘 일삼았다. 그럼에도 엄마는 가족을 지키려고, 아빠 없는 애들 만들지 않으려고 참고 또 참았다. 지금은 참은 세월이 억울해서 아빠가 헤어지자고 해도 안 헤어질 거라고 하는 엄마다.


얼마전에는 아빠가 몸이 안 좋으셔서 잘못될까봐 걱정했는데, 이제는 엄마가 잘못될까봐 불안하다. 내가 걱정했었던 아빠가 실은 지금 엄마 건강 상태가 악화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게 나를 더 괴롭게 만든다. 나 또한 아빠한테 언어폭력을 당했고, 폭력적인 아빠로부터 엄마를 보호하고 싶지만, 두 분다 나의 부모님이기 때문에 한 순간에 연을 끊기가 힘들다.


아빠가 잘못되는 상황을 지난 번에 상상을 해봤다. 나는 아빠가 우리한테 한 행동에 비해 효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이 세상에서 다시는 못보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큰 후회는 없다. 하지만 엄마는 다르다. 엄마 없는 세상은 상상을 하려고 해봐도 상상이 안 된다. 내가 아빠보다 엄마를 더 사랑해서 일까, 아니면 엄마가 필요해서 일까. 결국 내 필요로 인해서 이별을 최대한 미루고 싶은 걸까. 끝까지 이기적인 내 모습이 가증스럽지만 이게 나의 모습이고 어쩌면 우리 모든 인간들의 모습이다.


다 덧없다. 허무하다. 엄마가 없다면 나는 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회사에서 업무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은 것도 무슨 의미이며 동료들과 의견이 안 맞아서 속으로 욕한 거는 또 무슨 의미인가. 저녁에 밥을 먹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는 건 또 얼마나 헛된 일인가. 그러면서도, 엄마를 걱정하는 이 상황에서도, 나는 운동을 하고 와서 빨리 씻고 싶다는 생각, 집으로 오는 길에 포장해온 월남쌈을 빨리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엄마랑 통신 중에도 배고프다고 배를 채우고 있다.


이런 내 모습이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결국 내 일상의 루틴들과 인간 본성의 필요들이 나를 살리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나를 살릴 것이다. 언젠가 부모님 없는 세상이 올 것이다. 그때가 최대한 멀었으면 좋겠지만 그 날이 온다면 나는 너무 오래토록 흔들리면 안 된다. 살아가야 한다. 헛되게 느껴지는 시간들도 살아내야만 한다. 때로는 알 수 없는 허무함 속에서 사는 게 또 인생이기에 삶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알 수 없는 영역이 결국 신의 영역인 것을 인정하고 나는 오늘을, 지금의 찰나를 견디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불안한 시대, 우리는 어떤 문장에 기대어 살아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