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유통기한

by 나자영

금요일 저녁, 일주일의 피로를 뒤로하고, 퇴근 후 지하철에 몸을 싣고 최근에 결혼한 언니의 신혼집으로 향했다. 집이 좀 먼 곳에 있어서 꽤나 고생해서 갔다. 그래도 가는 길에 잊지 않고 언니가 좋아하는 초콜릿케이크를 사갔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를 맞이했다. 퇴근하고 돌아온 형부가 열심히 요리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언니가 집 구경을 시켜주고 곧바로 형부가 준비한 음식과 함께 배달로 시킨 피자를 흡입했다. 분명 언니의 결혼을 축하하고 두 사람이 안정적으로 잘 살고 있는 모습을 축복해 주는 마음으로 왔는데 어딘가 모르게 언니와의 거리가 점점 느껴졌다. 분명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온 내 모습은 완전히 녹초 되어 있었다.


이 관계가 나에게 지금 기쁨을 주는 관계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같이 보낸 시간 후에 내가 충전이 되어 있느냐 방전이 되어 있느냐 살펴보면 된다고 김창옥 교수의 토크쇼에서 얼핏 들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말이 정말 맞다. 나는 오늘 기가 많이 빨려 있었다. 크게 인상 깊은 대화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건설적인 대화, 생산적인 대화를 좋아하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대화가 흘러가지 않고 뭔가 텅 빈 느낌이었다.


결국에는 관계에는 공감대, 관심사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온 언니고 심지어는 언니의 결혼식 준비를 함께 했는데, 이제는 언니는 가정이 생겼고, 나는 나만의 생활이 있어서 접점이 점점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관계든 유통기한이 있는 것 같다. 그때그때 시절인연이라는 것도 분명히 있기도 하나 싶었다. 관계가 멀어짐에는 많은 경우에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특별히 의 상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가 누구에게 상처를 줄 만한 말과 행동을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며 각자에게 중요한 것이 달라졌을 뿐이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가치관들이 비로소 드러났을 뿐일 수도 있다.


관계는 결국에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만들어내기도 한다. 서로의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본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에 상황으로 인해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다. 요즘 내가 느끼기에는 회사 동료들이 그렇다. 일주일에 물리적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회사 동료들과 나는 그 누구보다도 가깝게 느껴지고, 그들과 그 누구에게도 못할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나를 종종 발견한다. 그들도 많은 이야기들을 나에게 털어놓는 것을 보면 이건 응당 나만 느끼는 친밀감은 아닌 것 같다.


회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많이 웃고, 가끔은 쓸데없는 이야기도 많이 하면서 어느새 그 누구보다도 서로 현재의 상황, 현재의 감정들을 잘 아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깊은 인연이라서이기보다는 현재의 시절인연이어서라고 말하는 게 더 맞는 편인 것 같다. 이렇게 누군가와는 자연스레 멀어지고, 또 누군가와는 자연스레 가까워지는 게 관계일까?


주말을 맞이하는 이 새벽,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 우리는 관계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들이기에, 관계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인 것 같다.




일주일이 지나고 드디어 주말입니다.

이번 한 주도 살아내시느라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의 관계의 현주소는 어떠신가요?

아마 저만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계의 유통기한이 분명히 있고, 시절인연이라는 것이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 안에서 소중한 관계들을 이어나가고 싶어 하고 이어나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네 인생의 가장 큰 숙제이자 즐거움인 이 관계들을 부디 잘 가꾸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서울 한밤중에 새벽 감성에 젖어 써 내려간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운 주말 모두 건강 유의하세요.


getImage?srvcId=MEDIA&parentSn=24068&fileTy=MEDIA&fileNo=1 <서울(출처: 서울 공식 관광정보 웬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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