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D-2

월요일이자 금요일인 오늘

by 나자영

오늘은 나에게 월요일이자 금요일이다. 내일(24일) 하루 연차를 냈고, 모레(25일)는 크리스마스 기념 휴일이기 때문이다. 주말이 지나고 다시 알람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는 것은 곤욕이지만, 그래도 오늘만 버티면 또 주말이라는 희망 하나로 오늘을 잘 지나왔다. 참 희망이라는 게 사람을 살게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바로 내일부터 주말인 나를 알아버렸는지 회사는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도 촉각을 다투는 업무들이 아침부터 쏟아져서 정신을 못 차렸다. 심지어 피 같은 점심시간도 미뤄야 될 지경이었다. 사실 오늘 더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보려고 했는데, 5분만, 딱 5분만 더 자야지 하면서 1시간을 더 자버린 내 잘못이기도 하다. 원래는 조금 일찍 퇴근해서 영화도 한편 보고 놀다가 들어가려도 했지만, 업무가 다 밀린 관계로 저녁 일정은 과감히 포기하고 야근하면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둬버렸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일이 하나하나 잘 마무리됐고, 잘 마무리된 정도가 아니라 평소면 더 오래 걸렸을 일들도 웬일인지 스무스하게 진행됐다. 하늘이 내 연휴를 지켜주려고 그랬나 보다.


그렇게 하루를 마칠 때 즈음에는 고요하게 마지막 업무들을 정리할 수 있었고, 괜히 책상도 한번 물티슈로 닦고 퇴근했다. 퇴근하면서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고 나왔더니 다들 내가 입이 귀에 걸렸다고. 사실 특별히 무엇을 해서가 아니고, 무엇을 기대해서가 아니고, 그저 이틀을 내리 쉰다는 사실이 마냥 기뻤다.


물론, 아예 계획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오늘 이렇게 브런치 글 하나 쓰는 게 계획이었다. 계획 달성이다. 오늘, 내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총 3일 연속 '연재' 아닌 '연재'를 하는 것이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의 계획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나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 내일(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알람 없이 느긋하게 일어나서 냉동고에 얼려두었던 베이글 하나를 꺼내서 구워서 먹으려고 한다. (광고는 아닙니다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Laughing Cow 치즈에 한쪽은 딸기잼, 한쪽은 밤잼을 발라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거기에 사과와 삶은 달걀은 필수. 아침 먹고 햇빛을 조금 쬔 다음에는 점심 겸 저녁을 준비할까 한다. 메뉴는 미리 사놓은 카프레제 샐러드를 전식으로, 그리고 리조토를 메인으로 요리할 예정이다. 리조토는 키트가 있어서 거기에 와인, 파마산 치즈만 추가하면 된다. 꽤나 근사한 식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그러길 바란다). 요리하고 먹고 정리하고 나면 아마 해가 뉘엿뉘엿 질 때가 될 것 같다. 시간이 된다면 집 근처 백미당에서 아직 사용하지 못한 커피 쿠폰을 사용하고 아니면 바로 성탄절 칸타타 시간에 맞추어 교회로 향할 듯하다. 크리스마스에는 뭐니 뭐니 해도 칸타타다. 성가대의 성탄 찬양들을 들어야 정말 성탄절 기분이 난다고나 할까. 칸타타를 마치고 돌아오면 밤이 되겠지. 그러면 나는 노트북을 켜고 '크리스마스 D-1' 연재 글을 쓸 것이다.


- 모레(25일),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어제와 같이 베이글 하나에 사과 그리고 삶은 달걀을 먹고서 성탄 기념 예배를 드리러 집을 나서지 않을까 싶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뭐니 뭐니 해도 성탄절 예배다(이제 나의 패턴을 모두 알아차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고 오면 아마 늦은 점심시간이 될 텐데, 전날 남은 리조토를 먹던지, 아니면 사놓은 재료들로 새우감바스와 파스타를 곁들여 먹으면 어떨까. 이것도 꽤나 근사한 식사가 될 것 같다. 이것도 점심 겸 저녁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저녁이 되고 밤이 될 텐데, 벌써 아쉽다. 마지막 '크리스마스 D-DAY' 연재 글을 쓰면 나의 계획대로 3일 연속 브런치 글을 쓰게 되는 건데, 계획대로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24-25일 연휴 중 사이사이에 다음 일들도 하고 싶은데, 가능하다면 꼭 하고 싶다:


- 마이아트 뮤지엄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 Lautrec) 전시회 보기. 자꾸 카톡 광고에 떠서 그런가, 낚여버렸나 보다. 그동안에 이래저래 시간과 여건이 안 돼서 미뤘었는데, 연말을 맞이해서 이제라도 보면 어떨까. 짧은 시간이지만 힐링이 될 것 같다.


- 2024년 상반기, 하반기 추억 동영상 만들기: 지난 2021년까지는 늘 우리 언니가 사진을 인화해 줬었는데, 이제는 여건이 안 돼서, 2022년부터는 내가 직접 사진들을 선택해서 상반기, 하반기로 나누어서 추억 동영상을 만든다. 대단한 거는 아니고, 음악 하나 BGM으로 깔고, 그 해의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해서 모아둔다. 그러면 나중에 다시 동영상을 보며 '그때 그랬었지'하며 여기까지 와있는 내가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때그때 감사했던 마음이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 2024년 노벨문학상, 우리들의 자랑스러운 한강 작가님의 책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를 구매해 놨는데 이번 연휴의 다 못 읽더라도 읽기 시작하고 싶다. <채식주의자>에 대해서는 말이 많아서 사실 내가 과연 끝까지 잘 읽어낼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앞에 두 책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꼭 읽고 싶다. 그리고 언제 또 우리가 원어로 노벨문학상 작품을 읽을 수 있겠는가.


다 쓰고 보니 꽤나 바쁜 연휴가 될 것 같다. 계획대로 다 할 수 있을까?

계획대로 다 못하더라도 계획을 세우는 이 순간도 꽤나 즐거운 시간인 것 같다.

오늘도 행복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여러분! 오늘부터 3일간 '크라스마스 맞이 연재'를 할까 합니다.

23일: 크리스마스 D-2

24일: 크리스마스 D-1

25일: 크리스마스 D-DAY


3일간 저의 글을 보러 와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내일과 모레 발행될 글들을 통해 위에 써놓은 계획들을 제가 다 실행했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부끄럽게도 실행을 모두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요. 그러면 뭐 어때요? 우리, 지금, 여기서 잠깐이라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이브, 부디 어디에 계시든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시길.

모두 편안한 밤 되시고, 내일 뵙겠습니다.


KakaoTalk_20241223_220528929.jpg <퇴근하면서 소소하게 구경한 백화점 크리스마스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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