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갑자기 그런 충동이 생긴다. 떠나고 싶은 충동. 여러분은 어떤지 궁금하다.
아무 행선지도 없이 떠나고 싶다.
어디 특정 지역으로 여행을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떠나고 싶다.
최근 들어 회사 때문인지, 그냥 나를 지치게 만드는 관계들 때문인지, 잠시 현재를 벗어나서 어디든 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어느 날은 일 때문에 고속터미널에 갔다가 홀린 듯이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을 따라가고 싶었다. 호남선 쪽에 있는 삼백집 식당에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과 모주 한 잔을 시켜놓고는 떠나는 버스들을 넋 놓고 본 적이 있다. 그때 시각이 저녁 8시가 지나고 있었는데, 그 밤에 갑자기 떠나고 싶었다. 지칠 때로 지친 내 모습을 그때 아마 발견했던 것 같다.
그렇게 겨우 여기까지 삶을 끌고 왔다. 하루하루 견디며. 모두가 그렇듯.
오늘 드디어 떠났다. 떠났다고 하니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 별거 없다. 강원도에 친척 어르신들이 계셔서 오랜만에 인사드리러 갔다. 그래서 오랜만에 고속터미널 경부선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올라탔다. 내가 언제 친척들 만나러 갈 때 이렇게 설렜었나, 싶다. 친척모임은 늘 귀찮고, 돈, 시간, 에너지를 쓰고만 오는 거라고 느꼈었는데, 이번에는 서울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여서 내 마음에 설렘이 가득했다. 참 웃기다. 친척 어르신들 인사를 볼모로 내 사리사욕을 채운다니, 웃기면서도 짠하다.
그럼에도 뭐 어떤가, 나만 좋으면 된 거 아닌가.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서울에서 나갈 때 차가 조금 막히다가, 용인부터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강원도 시골에 도착. 오랜만에 시골집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뒤에 보이는 눈 덮인 산들, 빌딩 하나 없이 뻥 뚫린 들판. 늘 빌딩 숲 속에 살던 나에게는 속이 뻥 뚫리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시골집 창가에서 보이는 저 먼 수평선도 나의 숨통을 트이게 해 주었다.
서울도 좋지만, 가끔 서울에서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일 하는 서울에서 벗어나고, 또 나를 속 시끄럽게 만드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는 서울로부터 멀어지는 것. 어쩌면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쉼은 서울 밖에 있을 수 있다.
가끔씩 이렇게 나를 멀리 떠나보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