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by 나자영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 나와 같이 내일의 출근을 걱정하며 침대에 누워있겠지. 꿀같이 달았던 연휴가 끝나고 이제 다시 현실로 복귀다. 어차피 힘든 건 힘든 거다. 힘든 걸 안 힘들다고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마음 가짐이 중요한데. 나는 어떤 마음으로 내일을 살아가야 할까.


나에게는 일요일 밤의 루틴이 있다. 침대에 기대앉아 따뜻한 카모마일 차를 마시는 것. 그리고 침대 머리맡에 있는 무드등을 켜놓고 조용히 월요일 전 마지막 시간들을 음미하는 것. 그러나 이런 나의 루틴을 1년 동안 묵혀두었다가 오늘에서야 다시 개시했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이전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 1년이 즈음 됐다. 무의식 속에서 남자친구와 나누었던 일요일 밤에 루틴을 그냥 덮어두었다보다. 일요일 밤에 남자친구와 통화를 할 때면 꼭 이렇게 시간을 보냈었다. 그래서 이런 시간들을 연결 지어서 아예 다 지웠나 보다. 그저 잠시 차를 마시며 쉬는 것뿐인데, 그때에 그의 목소리가 같이 들려오는 것만 같아서 일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사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


오늘 비로소 나의 루틴이 자연스럽게 돌아온 것 보니, 나 또한 그를 잊었나 보다. 진작에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생각과는 달랐나 보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잊었다고 할 수는 없다. 있었던 일을 없었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잊고 싶은 기억이지만 동시에 잊고 싶지 않은 기억이기도 하니까. 시간이 지나서 기억이 흐려졌을 뿐, 살아가면서 어떤 순간에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 나의 일상을 온전히 되찾은 건 맞다.


삶이라는 나의 곳간 안에 차곡차곡 곡식들이 쌓여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꾸준히 책 읽기, 꾸준히 글 쓰기. 이번 2025년은 이렇게 보내고 싶다. 힘든 일들은 늘 있겠지만, 별 일 아니라고 애써 미소 지으며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나를 더 토닥여주고 더 아껴주고 더 사랑해 주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는 한석규, 김서형 배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들으면서 마무리한다.


내일 아침이 밝아오면 새롭지 않은 회사에, 새롭지 않은 일들을 하며, 새롭지 않은 사람들을 마주하겠지만, 나의 마음만은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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